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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무공개매수제, 이미 실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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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무공개매수제, 이미 실험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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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의결했다. 연내 입법 가능성도 커졌다. 여야가 합의했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1997년 이미 실험해봤고, 실패했다.

    이 제도의 명분은 단순하다. 지배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하는 반면, 일반주주에게는 동일한 조건으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다. 위원회 대안에 따르면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보유하는 최대주주가 되려는 인수자는 발행주식의 50%+1주까지 공개매수해야 한다. 기존 30% 수준의 지분 취득만으로 충분하던 경영권 확보에 이젠 그 두 배에 가까운 자금이 소요된다. 이런 구조는 호황기에는 그런대로 견딜 만하지만, 구조조정과 기업 회생이 시급한 시기에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정상화 경로 자체를 봉쇄한다. 시행 1년 만인 1998년 이 제도가 폐지된 것도 이 때문이다. 28년 전 실패를 복기하지 않은 채 같은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은 집단적 기억상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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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폐해는 M&A 시장 위축이다. 법이 시행되기도 전인데 M&A 시장은 쪼그라들고 있다. 로펌 등을 중심으로 공개매수를 수반한 M&A 문의가 급감했다. 그나마도 제도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구조를 묻는 질의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최근 맥쿼리의 가비아 공개매수는 가격 논란 속에 응모가 최소 수량의 22%에 그쳐 무산됐다. 자발적 공개매수도 이처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데, 공개매수가 의무화되면 최소 응모 조건 미달 시 추가 매수할 필요는 없지만, 인수자는 50%+1주까지 사들일 자금을 무조건 쌓아둬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의무공개매수 발동 요건 25%도 기준이 너무 낮다. ‘경영권 변동’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분 변동까지 의무를 촉발시킬 위험이 커서다. 인도 헝가리는 25% 이상이지만 영국 독일 스페인은 30% 이상이다. 프랑스 일본은 30% 초과가 요건이다. 인수자로 하여금 25% 바로 아래인 24%대에서 멈추도록 유도하는 역인센티브를 제공할 여지도 있다. 기업지배구조의 명료성을 해치고 우회적이고 불투명한 지배 관행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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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은 본인과 특별관계자의 지분을 합산해 최대주주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서 특별관계자란 특수관계인에 공동보유자를 더한 개념(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41조)이다. 신분 관계만으로 지분을 자동 합산하는 특수관계인 제도는 한국만의 후진적이고 비합리적 규제의 대명사처럼 돼 있다. 규제가 겨냥해야 할 ‘기획된 공동행위(acting in concert)’는 빠져나가고, ‘우연한 친족 관계’만 걸려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 매수해도 원칙적으로 의무공개매수가 적용된다는 점이다. 지배권 ‘변동’이 아니라 ‘강화’일 뿐인데, 이를 최초의 지배권 취득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합당한가. 주주 배정 증자에도 예외가 없다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미국에는 의무공개매수제도 자체가 없다. 장외 시장 거래는 사적 자치 영역인 데다,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인정하는 등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 일치 문화가 정착됐기 때문이다. 한국도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입법화됐기 때문에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중복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가 요청한 시행령 위임을 통한 유연한 비율 조정방안조차 법안심사소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여지마저 스스로 봉쇄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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