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뮤지컬을 보러 온 것인지, 한 술집에 온 것인지 헷갈린다. 영국의 동네 펍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배우들이 술을 따르고 손님을 맞고 있다. 관객도 자유롭게 올라가 배우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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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서울 대학로에서 개막한 뮤지컬 ‘콰이어 오브 맨’은 이렇게 막이 오르기 전부터 관객을 펍의 손님으로 이끈다. 공연 전 관객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프리쇼’가 끝나고 모두 자리에 앉아도 이런 분위기는 끊기지 않는다. 관객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순간 본공연은 시작돼 이미 진행 중이다.
펍의 주인과 단골 손님 역을 맡은 9명의 배우들이 퀸의 ‘섬바디 투 러브’, 건즈 앤 로지스의 ‘웰컴 투 더 정글’, 시아의 ‘샹들리에’ 등 명곡 합창을 이어간다. 무대 위쪽에는 펍 밴드가 자리하고 있다. 배우들의 노래와 밴드의 연주뿐 아니라 탭댄스, 맥주잔도 음악을 보태 관객에게 에너지를 선사한다.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관객들은 각자 갖고 있던 자잘한 고민거리를 잊어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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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연에는 따라가야 할 뚜렷한 줄거리가 없다. 노래 사이에 인물들의 사연이 놓이지만, 이야기를 복잡하게 쌓아 올리지는 않는다. 덕분에 100분 동안 음악과 배우들의 호흡을 따라가며 가볍게 즐길 수 있다. 배우들이 공연 중간에 무대로 초대하는 관객들도 재미를 보탠다. 뮤지컬을 보러 왔다기보다 작은 공연장에서 진행되는 콘서트에 참석한 듯한 순간이 많다.

영국에서 창작된 이 작품은 현지인들의 펍에 대한 사랑을 여실히 보여준다. 영국인들에게 펍은 퇴근길에 들러 이웃과 안부를 나누고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는 일상의 쉼터다. 맥주 한 잔을 앞에 두고 서로의 고민을 듣거나 함께 노래하는 사이 친구나 이웃들 간 유대감이 쌓인다.
‘콰이어 오브 맨’은 이 분위기를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펍 문화를 무대에 잘 올려 현지에서 깊은 사랑을 받은 점이 세계 각국을 거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출발해 호주, 뉴질랜드, 미국을 거쳐 영국 웨스트엔드까지 거쳤다. 한국 공연은 비영어권 국가에서 최초로 이뤄지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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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 관객들에겐 작품이 그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다. 동네 술집에서 이웃과 일상을 나누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다 보니, 무대 위 인물들의 끈끈한 관계에 공감하기 쉽지 않다. 흥겨운 노래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감정을 깊이 이입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공연이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배우들은 극 중에서 영어 이름이 아닌 자신의 한국 이름을 쓰고, ‘집’에 관한 각자의 이야기도 담았다. 작가 벤 노리스가 연습 전 배우들이 작성한 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대본을 다시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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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객에게 익숙한 이소라의 ‘제발’을 새로 넣은 대목도 눈길이 간다. 하지만 한 곡만으로 공연 전체의 감각이 바뀌지는 않는다. 대부분 넘버는 영어권 대중음악이다. 곡을 들어본 적은 있어도 그 노래와 함께 보낸 시간까지 떠올리는 관객은 많지 않다.
서울 동숭동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투자증권홀에서 내년 1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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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