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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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왼쪽에 서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움직였다. 머리 부분의 카메라가 수술대 옆에 놓인 도구들을 훑었다. 로봇의 팔이 천천히 내려가 가위를 집더니 집도의(의료진)를 향해 내밀었다.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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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맞은편에 서 있던 로봇이 반응했다. 내시경을 잡은 팔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술대 뒤편 모니터 속 화면도 함께 움직였다. 집도의가 수술 도구를 움직이자 내시경이 그 움직임을 따라가며 수술 부위를 화면에 담았다. 수술을 진행하는 동안 수술대 양옆에 선 두 대의 로봇도 각자 맡은 일을 이어갔다.
9월 16일 삼성서울병원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 시연 현장이다. 다만 이날 수술대 위에 있던 것은 환자가 아니었다. 담낭 절제술을 시연하기 위해 준비한 염소 간이었다. 파란색 수술복을 입은 집도의 양옆에 선 2대의 휴머노이드는 각각 소독간호사와 스코피스트 역할을 맡았다. 한 대는 필요한 수술 도구를 찾아 건네고 다른 한 대는 내시경을 붙잡아 수술 시야를 확보했다.
가까이서 본 로봇은 사람의 상체와 닮아 있었다. 하체는 두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플랫폼이 몸을 받치고 있었고 손에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그리퍼가 달려 있었다. 소독간호사 역할의 로봇에는 집게 형태의 그리퍼가, 스코피스트 역할의 로봇에는 내시경이 장착돼 있었다.
이날 시연에서 로봇은 단순히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지 않았다. 의료진의 음성을 듣고 명령을 수행했다. 의사 옆에서 도구를 건네고 시야를 잡아주는 ‘동료 의료진’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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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서 ‘말귀’ 알아듣는 휴머노이드
휴머노이드 수술보조로봇은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이 지원하는 ‘2025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연구 과제로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임상 요구사항 정의와 실증을 주도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가 로봇 본체, 에이딘로보틱스가 그리퍼·손 등 하드웨어 개발을 맡는다. 서울대와 성균관대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국립암센터와 전북대병원 등은 데이터 수집과 실증에 참여한다. 이들 기관은 컨소시엄 ‘ORchestra’를 꾸려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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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기간은 2025년 7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총 54개월이다. 정부지원 연구개발비 138억3500만원이 투입되는 경쟁형 과제로 현재까지 14억원의 개발비가 지원됐다. 이번 시연은 5년간 진행하는 연구에서 현재까지 구현한 기술을 보여주는 중간 점검 성격이다. 올해 말 1단계 경쟁평가를 거쳐 2단계 연구로 넘어가는 구조다.
연구 책임자인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지능형의료로봇 연구센터장)는 “1단계 핵심 지표는 음성 명령 인식률과 동작 성공률, 명령 후 동작 시작 시간으로 각각 95% 이상, 95% 이상, 2초 이내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실험실 평가에서 세 지표 모두 1단계 목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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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석션 등 수술 도구 5종을 대상으로 반복 실험한 결과 집기 성공률은 100%, 전달 성공률은 98.7%를 기록했다”며 “수술 영상을 보고 다음 도구를 맞히는 예측 정확도(F1 점수)는 기존 0.339에서 0.607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허정우 레인보우로보틱스 기술이사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VLA(Vision-Language-Action) 기술을 처음 적용해 수술실에서 의료진의 음성 명령을 실제 로봇의 동작으로 연결했다”며 “시연에서처럼 의료진이 ‘메스 줘’라고 말하면 로봇이 주변의 수술 도구를 인식하고 위치를 찾아 집은 뒤 의료진에게 건네는 과정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도구가 항상 정해진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미리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며 “VLA를 통해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보고(Vision), 음성 명령의 의미를 이해한 뒤(Language) 실제 수술 도구를 찾아 전달하는(Action) 비정형적인 작업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1억5000만원 로봇, 1년이면 본전
다빈치 등 기존 수술로봇이 특정 수술이나 동작에 특화된 형태라면 이번 프로젝트는 여러 휴머노이드가 의료진과 함께 수술 과정에 참여하는 형태를 지향한다. 정 교수는 이를 ‘하나의 팀을 이뤄 협업하는 수술실’로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해 긴 수술 내내 내시경을 같은 자세로 들고 있는 일이 가장 먼저 없어졌으면 한다”며 “사람이 오래 잡으면 손이 흔들리고 기계식 홀더는 원하는 각도로 바로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도구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나 렌즈에 김이 서리거나 피가 묻어 닦아야 하는 일도 수술 흐름을 자주 끊는다”며 “이런 일을 로봇이 맡으면 집도의는 수술에 집중하고 보조 인력은 장시간 불편한 자세에서 오는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기존 수술로봇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정 교수는 “처음부터 휴머노이드를 새로 개발한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 개발비로는 터무니없다”며 “이미 나와 있는 휴머노이드 플랫폼에 AI와 수술실 데이터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빈치처럼 전용 로봇에 맞춰 수술실 환경을 바꿀 필요 없이 기존 수술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수술비에 대해선 “기존 로봇 수술은 수술비가 비쌌지만 휴머노이드가 (수술 현장에) 들어온다고 해서 수술비용이 더 비싸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아틀라스가 도입된 현대차의 생산라인이라고 해서 비용이 더 비싸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맥락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정 교수는 경제성의 핵심은 로봇 한 대가 사람의 업무를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가령 휴머노이드 가격이 1억5000만원이라고 하더라도 간호사 한 명이 하던 일을 로봇이 맡을 수 있다면 1년 정도만 운영해도 투자자본수익률(ROI)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로 여러 진료과의 업무를 맡을 수 있는 범용성도 경제성을 높이는 요소다. 정 교수는 “범용 구조인 만큼 가동률을 높이고 부품 국산화와 모듈 공용화를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며 “임대나 구독 방식도 검토하고 있어 병원의 초기 도입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방·소형 병원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상용화 시점은 휴머노이드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정 교수는 “내시경을 잡아주는 역할은 임상 적용까지 1~2년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복강을 직접 열거나 수술 부위를 자동으로 당기는 등 보다 복잡한 작업은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더라도 제도적 과제는 남는다. 수술 중 휴머노이드가 오작동해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등 법적 기준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과제가 2단계로 넘어가면 기술개발과 함께 제도적 지원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178억달러 시장, 10년 뒤 725억달러로
최근 의료로봇 시장은 병원 내 물류와 간호 업무를 돕는 로봇부터 사람처럼 움직이며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휴머노이드까지 영역이 넓어지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상용화된 영역 중 하나는 의료진의 반복적인 병원 내 물류 업무를 대신하는 로봇이다. 미국 딜리전트로보틱스의 ‘목시(Moxi)’가 대표적이다. 목시는 병원 복도를 이동하며 의약품과 검사 샘플, 의료용품 등을 운반하는 역할을 맡는다. 2026년 기준 미국 25개 이상 병원에 배치됐으며 누적 자율 운반 횟수는 125만 건을 넘어섰다.
휴머노이드와 서비스로봇은 요양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 UBTECH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워커(Walker)’를 기반으로 가정·지역사회·요양시설을 아우르는 스마트 노인 돌봄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5G 등을 활용해 건강관리와 안전관리, 일상생활 지원 등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수술에 직접 참여하는 휴머노이드 수술로봇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지난 7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휴머노이드 수술로봇을 원격조작해 복강경 수술을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실제 돼지 모델을 대상으로 기존 복강경 기구를 사용해 담낭절제술을 수행하며 휴머노이드의 수술 가능성을 검증했다.
코히런트 마켓 인사이트는 글로벌 의료로봇 시장이 2026년 178억달러에서 2035년 725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용기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Q. 개발 과정에서 벤치마크하거나 참고하고 있는 해외 연구·기업·프로젝트가 있다면 어디인가요?
“존스홉킨스대의 SRT-H(적출한 돼지 담낭으로 담낭절제술 단계를 자율 수행한 연구), 음성 명령으로 수술 도구를 건네는 RoboNurse-VLA, UC샌디에이고 Michael Yip 교수팀의 원격조작 휴머노이드 수술 연구를 주로 참고하고 있습니다. 해외 연구도 한 팔 제어나 몇 가지 도구에 머문 경우가 많아 수술보조 휴머노이드는 세계적으로 아직 초기 단계라고 봅니다.
이번 과제의 차별점은 사람이 쓰는 수술 도구를 그대로 쥐는 구조, 한국어와 영어 음성 지시를 이해하는 AI, 그리고 세 대의 휴머노이드가 각각 원격 수술기, 수술간호, 수술보조 로봇 역할을 시도하는 최초의 시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 과제는 무엇인가요?
“수술실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AI를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 수술 영상에는 출혈, 연기, 조명 반사가 섞이고 학습에 쓸 공개 데이터도 매우 적습니다. 조직을 당기는 견인은 힘을 실시간으로 조절해야 해서 도구 전달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실험실 서버에서 잘 돌던 모델을 로봇에 탑재한 소형 컴퓨터로 옮기면 속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풀어야 합니다.”
Q. ‘의사의 음성 명령을 이해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인가요?
“‘그래스퍼 줘’, ‘가위 줘’라고 말하면 음성을 글자로 바꾸고, 카메라 영상에서 해당 도구를 찾아 집어 건네는 수준까지 구현했습니다. 내시경은 Track, Span, Focus, Hold 네 가지 명령으로 이동, 확대, 초점 유지를 지시합니다. ‘조금 더’처럼 정도를 담은 표현을 해석하는 기능은 아직 고도화 단계입니다.
같은 뜻의 여러 표현을 표준 명령 하나로 묶는 명령어 사전을 만들고, 수술실 소음 속 오인식 사례를 계속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식 결과가 불확실하면 바로 움직이지 않고 다시 확인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명령을 인식한 뒤 동작을 시작하기까지는 실험실 기준 2초 이내이며, 이번 시연에서는 2초 이내의 동작을 구현할 예정입니다.”
Q. 수술 도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
“정해진 위치에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트레이 위 도구를 카메라로 직접 찾아 종류와 위치를 확인한 뒤 집습니다. 영상에서 도구 끝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로봇 움직임을 계속 보정하는 방식도 함께 쓰고 있습니다. 그리퍼는 도구 모양에 따라 평행하게 쥐는 방식과 집게처럼 집는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집도의 손 위치를 인식해 전달 위치를 조정하는 기능은 목표 기능으로 정의해 뒀고 현재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만든 동작은 제어 컴퓨터가 안전 여부를 한 번 더 점검한 뒤 실행됩니다.”
Q. 정해진 시나리오가 아닌 상황에도 로봇이 대응할 수 있나요?
“로봇은 음성 명령과 영상을 매번 새로 해석합니다. 다른 도구를 요청하거나 도구 위치가 조금 바뀌어도 다시 찾아 집습니다. 다만 학습하지 않은 상황 전반에 대응하는 능력은 아직 연구 단계여서, 장면을 다양하게 바꾼 학습 데이터를 늘리고 있습니다.”
Q. 수술 중 로봇이 잘못된 판단이나 동작을 할 경우 어떻게 통제하나요?
“의료진이 긴급정지 음성 명령을 내리거나 페달을 밟거나 버튼을 누르면 로봇은 즉시 멈추고 뒤로 물러납니다. 그 순간 관절의 힘이 풀려 사람이 손으로 로봇을 밀어낼 수 있습니다. 로봇이 잡고 있던 기구도 바로 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페달, 버튼, 물리력 순으로 여러 겹의 대비책을 설계했습니다.
비상정지가 작동하면 수술 별로 미리 정한 원점으로 돌아갑니다. 이상 상황을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의료진에게 알리는 경고 체계도 설계에 반영했습니다. 추후 개발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 두 대의 로봇이 함께 수술하는 것이 이번 시연의 핵심인데, 두 로봇은 실제로 어떤 정보를 공유하나요?
“의료진의 음성 명령은 내용에 따라 담당 로봇에게 나뉘어 전달됩니다. 수술 상황을 공유한다는 것은 두 로봇이 현재 수술 단계와 사용 중인 도구를 같은 기준으로 파악하고, 각자 다음 행동을 정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역할과 작업 공간을 미리 나눠 서로 간섭하지 않게 하는 수준입니다. 한 로봇의 움직임에 맞춰 다른 로봇이 실시간으로 동작을 바꾸는 협응은 다음 단계의 개발 과제입니다.”
Q. 기존 수술로봇과 비교했을 때 굳이 ‘휴머노이드’ 형태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반대로 휴머노이드 형태이기 때문에 생기는 기술적 한계나 어려움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술실과 수술 도구는 모두 사람 몸에 맞춰 만들어져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수술실 구조나 기존 도구를 바꾸지 않고 사람 자리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고,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여 의료진이 동작을 예측하기 쉽습니다. 한 대로 여러 진료과의 보조 업무를 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반면 사람 손처럼 섬세한 로봇 손은 기술 난도가 높고 부피와 무게, 반복 멸균, 관절이 많아 복잡해지는 안전 검증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두 다리 대신 바퀴형 플랫폼을 택해 안정성을 높였습니다.”

Q. 휴머노이드 로봇이 기존 수술로봇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을 하나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기존 수술로봇은 집도의가 콘솔에 앉아 조종하는 ‘도구’입니다. 개발 중인 로봇은 사람처럼 수술대 옆에 서서 도구를 건네고, 내시경을 잡고, 조직을 당겨주는 ‘조수’입니다. 말로 지시하면 알아듣고 움직입니다. 수술 영상을 보고 다음에 필요한 도구를 미리 예측하는 기능도 실험실에서 시험하고 있습니다. 수술 흐름을 이해하고 필요한 일을 먼저 챙기는 조수가 최종 목표입니다.”
Q. 현재 로봇이 할 수 있는 일과 아직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해 주세요.
“지금은 실험실 모의 수술 환경에서 음성 명령에 따라 수술 도구 5종을 찾아 건네고, 내시경 시야를 옮기고, 다음에 필요한 도구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퍼로 내시경, 석션, 리트랙터를 잡는 기본 동작도 확인했습니다.
아직 실제 환자 수술에는 투입할 수는 없으며 동물실험과 인허가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조직의 긴장도를 느끼며 스스로 당기는 견인, 절개나 봉합 같은 핵심 술기, 학습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서의 판단도 아직 개발 단계입니다.”
Q. 이번 모의 수술 이후 실제 환자 수술에 적용하기까지 어떤 검증 절차가 남아 있나요?
“올해 안에 돼지를 이용한 전임상시험 계획서 초안을 만들고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심의를 준비합니다. 이후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에 맞춘 대동물 전임상시험을 5건 이상 수행할 계획입니다.
전기 안전, 전자파, 사용적합성, 수술 로봇 개별 규격 시험과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도 거쳐야 합니다. 3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승인과 병원별 연구윤리심의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마친 뒤 여러 병원에서 임상적 성능시험을 진행합니다.”
Q. 실제 환자에게 처음 적용한다면 어떤 수술이나 업무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높나요?
“위험이 낮은 일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합니다. 첫 단계는 최소침습수술에서 내시경을 흔들림 없이 잡아주는 역할입니다. 이비인후과와 신경외과 수술이 우선 대상입니다.
다음은 복강경 수술에서 기구를 따라 시야를 맞추는 역할이고, 그다음이 조직 견인입니다. 과제 계획상 임상시험은 담낭절제술, 뇌하수체종양절제술, 자궁근종절제술, 지방종절제술을 대상으로 4개 병원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Q. 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가 만들고 싶은 ‘미래의 수술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의료진은 판단과 핵심 술기에 집중하고, 반복적이고 몸이 힘든 보조 업무는 로봇이 나눠 맡는 수술실입니다. 로봇이 수술 흐름을 이해하고 필요한 도구와 시야를 먼저 준비하는 모습을 목표로 합니다.
수술 영상, 환자 정보, 장비, 로봇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스마트 수술실로 발전하고, 휴머노이드가 그 중심에서 일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숙련 인력이 부족한 지역 병원에서도 일정한 수준의 수술 보조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바람입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