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리 인상보다 중요한 ‘워시의 입’
미국 중앙은행(Fed)이 16일 2023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 인상 자체보다 케빈 워시 Fed 의장이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어떻게 설명할지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ADVERTISEMENT
Fed는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 통화정책 결정과 함께 경제전망을 발표합니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를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은 3.75~4.00%로 인상할 가능성을 90% 이상 반영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조사에서도 경제학자 101명 가운데 86명이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입니다. Fed가 물가 목표의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6월과 7월 연율 3.7% 속도로 상승했습니다. Fed의 목표인 2%와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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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관세에 따른 물가 압력과 AI 투자 붐에 힘입은 견조한 경제성장까지 겹치면서 Fed가 다시 긴축에 나설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워시 의장 역시 지난달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가 Fed 목표를 향해 “분명하고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지표만으로는 기조적인 인플레이션 추세가 의미 있게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내놨습니다.
따라서 이날 0.25%포인트 인상이 이뤄진다면 시장의 관심은 곧바로 이번 한 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추가 인상의 시작이 될지로 이동할 전망입니다.
이번에는 점도표도 중요합니다. 지난 6월 전망에서는 Fed 위원 19명 가운데 9명이 올해 말까지 최소 0.25%포인트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후 7월 FOMC에서는 3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고, 여러 위원이 물가가 빠르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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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 결과도 주목됩니다. PGIM의 로버트 소킨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리 인상이 만장일치로 결정될 경우 강한 긴축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반대로 워시 의장이 이번 인상을 단순한 ‘소폭 조정’으로 설명하면서 비둘기파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시장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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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전날 5%를 돌파한 상황에서 Fed의 인플레이션 대응 의지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과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지면서 장기금리가 추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로빈 브룩스는 투자자들이 이미 내년 6월까지 상당한 추가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워시가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으로 들릴 경우 Fed가 금리를 올리고도 장기채가 매도되면서 장기금리가 오르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2. 야데니, S&P500 목표 8400에서 7900으로 하향
월가의 대표적인 증시 강세론자인 에드 야데니가 불과 한 달 만에 S&P500의 연말 목표치를 기존 8400에서 7900으로 낮췄습니다. 향후 3~6개월 사이 경기 둔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입니다.ADVERTISEMENT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국채금리 상승입니다. 야데니는 최근 채권금리 상승을 반영해 S&P500의 연말 예상 선행 주가수익비율, PER을 기존 19.8배에서 18.6배로 낮췄습니다.
기업이익 전망 자체를 크게 낮춘 것이 아니라 높은 금리 때문에 투자자들이 주식에 지불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질 것으로 본 것입니다.
실제로 블룸버그가 시장 참가자 1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78%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5.75%에 도달하면 S&P500의 10% 조정을 촉발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많은 29.5%는 5~5.25%를 위험 구간으로 꼽았습니다.
반면 전망치를 높인 전략가들도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기업이익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BofA는 S&P500 EPS가 2026년 33%, 2027년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AI 투자와 미국 제조업 투자, 생산성 향상을 주요 배경으로 꼽았습니다.
탈바켄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마이클 퍼브스 역시 기업이익 증가세가 강하고 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금리 변화와 기업이익 사이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에 국채금리 상승이 반드시 기업이익을 꺾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지금처럼 경제가 버티고 AI 투자가 이어진다면 금리 부담보다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야데니와의 가장 큰 차이도 여기 있습니다. 퍼브스가 기업이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야데니는 높은 금리가 PER을 낮추는 밸류에이션 압박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습니다.
다만 야데니가 미국 경제에 대한 장기 낙관론까지 포기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경제가 2030년 말까지 경기침체 없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2030년 말 S&P500 목표치 1만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2027년 EPS 전망치 425달러 역시 유지했습니다.
3. AI 속도조절론에 커지는 반격
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빅테크 경영자들의 반론도 커지고 있습니다.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AI 모델이 피해를 일으킬 경우 AI 연구소들이 상당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스스로 문제를 예방할 충분한 유인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규제보다는 기업 책임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강조한 것입니다.
저커버그는 AI 정렬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는 연구소는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례로는 메타의 Muse AI 기술 출시를 안전과 보안 문제 때문에 자체적으로 연기한 점을 들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비슷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황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엔지니어링의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제품의 기능과 성능,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면 기업이 스스로 출시를 늦추면 된다는 것입니다.
황은 이후 CNBC 인터뷰에서도 AI와 관련한 새로운 법과 규제가 “완전히 불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기업들이 실제로 스스로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메타가 안전을 위해 개발을 늦추는 동안 오픈AI나 앤트로픽이 계속 달린다면 시장점유율을 잃을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모든 기업이 안전을 원하면서도 경쟁사가 달리는 상황에서 자신만 멈추기는 어려운 이른바 ‘붉은여왕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오픈웨이트 모델도 변수입니다. 모델 가중치가 공개돼 누구나 자체 서버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 개발사가 API를 차단하거나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사용을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습니다.
미국 주요 연구소들이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중국에서 강력한 오픈웨이트 모델이 계속 나온다면 미국 기업들만의 감속으로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도 남습니다.
4. 미·중 AI 속도조절의 현실적 한계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의 AI 속도조절론에는 미국과 중국 정부의 협력 필요성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AI 개발을 압박하려면 협상 지렛대가 필요합니다. 미국에는 AI 반도체가 있지만 중국에도 희토류와 영구자석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자석용 희토류 정제와 소결 영구자석 생산에서 9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자석은 전기차와 풍력발전뿐 아니라 전투기와 미사일, 잠수함, 드론, 레이더 등 미국 방위산업에도 사용됩니다.
미국이 중국의 AI 반도체 공급을 압박할 수 있는 것처럼 중국 역시 핵심광물 공급망을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역시 중국 공급망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데이터센터에는 GPU뿐 아니라 변압기와 송전장비,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 냉각설비, 광통신 부품 등이 필요합니다.
중국이 희토류와 관련 부품의 수출을 제한할 경우 미국 데이터센터의 건설비용이 상승하거나 완공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통제에도 우회로가 존재합니다.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등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면 현지에 설치된 첨단 AI 반도체를 원격으로 임차해 모델을 훈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중국 AI 모델의 기술 추격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딥시크와 문샷AI 등이 대표적입니다. 일부 평가에서는 중국 AI 모델들이 미국 모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문제는 단순히 기술 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반도체와 희토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공급망까지 얽힌 복잡한 협상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5. AI 감속론에도 투자 열기는 계속
AI 속도조절론으로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현재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뚜렷한 투자 둔화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BofA의 비벡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올해 약 1조7000억달러인 전체 반도체 잠재시장, TAM이 2030년 3조2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모리와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시장의 회복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리아는 고객 주문과 장기계약, 공급 약정, 반도체 가격 어디에서도 둔화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컴퓨팅과 네트워킹, 메모리 업체들의 내년 물량은 사실상 대부분 예약되거나 계약된 상태이며 2028년까지도 공급이 빠듯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 전망도 높였습니다. 웨이퍼 팹 장비 시장은 올해 1560억달러에서 내년 21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가벨리펀드의 헨디 수산토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선두 업체가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후발 업체들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여기에 추론과 기업용 AI, 피지컬 AI 등 새로운 수요도 남아 있습니다. 최첨단 모델의 개발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고 해서 AI 인프라 수요가 곧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최근 오픈AI가 기업가치 1조20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새로운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AI를 둘러싼 자본 경쟁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6. 금리 5%·유가 100달러에도 주식을 놓지 않는 이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돌파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면서 금융시장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험과 AI 속도조절론까지 겹쳤지만 기관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모습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BofA의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 따르면 9월 기준 응답자의 순 49%가 글로벌 주식 비중을 벤치마크보다 높게 유지했습니다. 반면 채권 비중은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습니다. 향후 12개월 동안 기업 EPS가 두 자릿수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응답자의 38%는 향후 1년간 글로벌 경제가 ‘붐’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블랙록 투자연구소 역시 높은 금리와 강한 주식시장이 반드시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금리가 왜 상승하느냐는 것입니다.
강한 투자와 경제성장 때문에 금리가 오른다면 기업 실적도 함께 개선돼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AI 투자가 경제성장과 기업이익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AI 투자에 대한 위험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투자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과 부품의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투자 대비 실제 수익이 얼마나 나올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다만 현재 AI 데이터센터 시장은 수요 부족보다 공급 부족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핵심 반도체 웨이퍼와 전력 공급 부족이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UBS 역시 AI 모델 개발 속도가 조금 느려지는 것보다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기업들이 이를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7. 금리·유가 불안에 주목받는 방어주
도이체방크가 버드와이저 모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수’로 상향했습니다.최근처럼 국채금리와 유가가 동시에 상승하고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맥주업체의 경기방어주 성격이 부각될 수 있습니다. 맥주와 음료는 필수소비재에 속해 경기 둔화에도 경기민감 소비재보다 상대적으로 수요가 안정적인 편입니다.
다만 도이체방크가 AB인베브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방어주라는 점만은 아닙니다. 신흥시장 성장성이 함께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AB인베브는 전체 매출의 64%, 이자·세전이익의 61%를 신흥시장에서 창출하고 있습니다. 도이체방크는 이 같은 사업구조가 선진국 주류시장의 구조적인 부진을 상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술을 마시는 소비자가 줄어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갤럽의 2025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54%가 술을 마신다고 답해 9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AB인베브가 맥주 이외의 음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성장동력으로 꼽혔습니다. 도이체방크는 미국의 ‘비욘드 비어’ 사업이 기존 맥주 사업의 약세를 보완할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월가의 전반적인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LSEG에 따르면 AB인베브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12명 가운데 11명이 ‘매수’ 또는 ‘강력 매수’, 1명이 ‘보유’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