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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 "AI가 내놓는 답은 '독이 든 사과'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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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 "AI가 내놓는 답은 '독이 든 사과'와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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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과 문학 등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작의 세계까지 인공지능(AI)가 들어서면서 ‘인간만의 가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쏟아지는 시대다. 소설가 김연수는 지난 6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AI와 함께 주제문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AI를 인간이 최초로 발견한 불에 빗댔고 이를 통해 어떤 질문을 벼려내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도 기획위원으로 참여한 그는, AI시대 문학을 화두로 제시했다. 그가 잇따라 책과 AI의 관계를 탐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경제 아르떼는 김연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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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김연수는 AI가 불처럼 유용한 도구로서 인간의 창작을 대신할 수 있다고 믿는걸까. 작가의 답은 “아니다”였다. 우선 그는 출판 산업과 문학이라는 창작의 영역을 구분해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교정과 제작, 저작권 등 출판 생태계 전반에서 AI의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창작만큼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토란 것이다. 그가 꼽은 이유는 명확하다. “문학을 지금까지 지탱해온 힘은 자기 자신과 타인을 향한 끊임없이 질문인데 AI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기 때문이죠.” 김연수가 정의하는 AI의 글쓰기란 어디까지나 이미 알려진 정보를 조합하는 행위에 불과하다. “사용자가 아무리 이상한 말을 던져도 AI는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아요. 입력값을 소화해 그럴듯한 답을 뱉어낼 뿐입니다.” 그에 반해 문학은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는 일이다. 고전 속의 수많은 인물들이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유도 알 수 없는 영역을 깨닫기 위한 것이다. 김연수는 “멈추지 않고 끝까지 파고드는 것은 문학의 본질이지만 AI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며 “그런 AI가 문학적 의미를 지닌 글을 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연수가 AI 기술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상에선 AI를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AI프로그램 ‘클로드’를 활용해 자신의 집필 스타일에 맞춘 전용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했을 정도다. 그러나 문장을 다듬거나 발상을 떠올리는 창작 행위에는 절대 AI를 들이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목격한 AI의 한계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AI는 사용자가 새로운 기능을 시험해 본 다음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전 상태로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도무지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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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AI가 어떤 이유로 특정 답을 내놨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기도 했다. 이 지점에서 문제가 커진다는 게 그의 견해다.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데 그럴듯해 보이는 답은 ‘독사과’와 같아요. 생각의 흐름을 따져보고 오류를 함께 고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그는 “조금씩 고쳐나가는 경험을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예술 창작을 AI에 기대는 것은, 개인적인 발전에 100%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의 힘

    AI는 그럴듯한 답을 뱉어낼 뿐 삶의 비극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상처받은 마음을 구원하지 못한다. 결국 질문을 던지고, 모르는 길을 헤매며,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를 완성하는 것은 오직 인간 소설가의 몫이다. AI 시대를 묻는 기획자로 활발히 활동해 온 김연수가 다시 본업인 '이야기꾼'으로 돌아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연수는 다음달 신작 소설집 <눈 내리는 삼일포>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작에서 그의 달라진 작품관이 엿보인다. 그는 변화를 ‘집’에 빗댔다. “예전엔 보여주기 위한 ‘쇼룸’ 같은 집을 지으려 했다면, 이젠 사람이 실제로 ‘살 수 있는 집’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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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는 인간이 세상을 시각적 사실이 아닌 ‘이야기’로 해석한다고 본다. 나쁜 일의 원인을 과거의 경험에서 찾는 식이다. 개연성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이야기를 통해 삶을 이해하고 해법을 얻는다. 같은 사실도 어떤 서사로 매만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기 때문이다. 표제작 ‘눈 내리는 삼일포’는 이수지 작가가 그린 동명의 그림책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세월이 흘러 구멍 난 삼일포 그림을 완벽히 복원하지 않자, 훼손 흔적이 마치 눈처럼 보이는 기적이 일어났다. 상처 입은 그림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 순간이다. “인간은 모두 죽지만, 그저 죽는다고 적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비극 속에서도 사람을 살리는 이야기를 써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띄우는 제 나름의 답이 바로 ‘눈 내리는 삼일포’에 있습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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