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주식시장을 둘러싼 한국거래소(KRX)와 넥스트레이드(NXT)의 경쟁이 첫날부터 불붙었다. KRX가 애프터마켓을 처음 연 14일 두 거래소에서 각각 1조8000억원 안팎의 거래대금이 몰리며 장후시장을 양분했다. 다만 중소형주까지 거래가 확대되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등 장시간 거래 시대의 새로운 과제도 드러났다.
이날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운영된 KRX 애프터마켓의 거래대금은 1조8177억원, 거래량은 7224만주로 집계됐다. KRX 정규시장 거래대금 25조8082억 원의 8.03%, 거래량 9억5만주의 7.04%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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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종목에서 2218만주, 1조3252억 원이 거래됐다. 코스닥 종목의 거래량은 5006만주, 거래대금은 4925억원이었다. 거래량은 코스닥이 많았지만 거래대금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몰린 유가증권시장이 더 컸다.
같은 날 오후 3시 40분부터 8시까지 열린 NXT 애프터마켓에서는 1217만주, 1조7896억 원어치가 거래됐다. 거래대금만 놓고 보면 KRX와 NXT의 차이는 281억원에 그쳤다. 전 거래일까지 NXT가 사실상 단독으로 운영해 온 장후 실시간 거래시장을 두 거래소가 첫날부터 비슷한 규모로 나눠 가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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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증권사의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이 두 시장 가운데 투자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곳으로 주문을 자동 배분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투자자가 거래소를 직접 선택하지 않아도 SOR이 가격과 수수료, 주문 규모, 체결 가능성 등을 비교한 뒤 KRX 또는 NXT로 주문을 보내는 구조다.
이날 KRX 정규장과 두 애프터마켓 등을 합친 국내 주식시장의 전체 거래대금은 37조 5583억 원, 거래량은 10억 5776만 주였다. 전체 거래대금 가운데 KRX 애프터마켓 비중은 4.84%, NXT 애프터마켓은 4.76%로 집계됐다.
투자자가 장 마감 후 거래할 수 있는 종목도 크게 늘었다. NXT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일평균 거래량이 KRX 거래량의 15%를 넘을 수 없어 거래 종목 수를 600개 안팎으로 관리해 왔다. 반면 KRX가 장후시장에 참여하면서 코스피·코스닥 대부분 종목으로 실시간 거래 범위가 확대됐다.
다만 NXT 애프터마켓에서 거래할 수 없었던 중소형주까지 장후 거래가 가능해졌지만 낮은 유동성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문제로 남았다. 이날 오후 4시 애프터마켓 개장 이후 VI는 총 1637회 발동했다. 정규장에서 약 400회 발동한 것과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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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는 주가가 단기간에 급변할 경우 2분 동안 단일가매매로 전환해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장치다. 정적 VI는 전일 종가 또는 직전 단일가 대비 일정 수준 이상 가격이 변동할 때, 동적 VI는 직전 체결가를 기준으로 짧은 시간에 가격이 급변할 때 발동한다.
특히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주에서 VI가 반복적으로 발동했다. 대호특수강은 4시간의 애프터마켓 동안 VI가 무려 18차례 발동했다. NE능률은 14차례, 덕우전자 12차례, 에이치엘비바이오스텝 11차례, LS티라유텍은 7차례 각각 VI가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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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한화갤러리아도 급등락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오후 4시20분 전일 종가 대비 14.6% 오른 3070원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정적 VI가 급등과 급락에 두 차례 발동했다.
시장에서는 KRX 애프터마켓 도입이 단순한 거래시간 연장을 넘어 국내 증시가 장시간 거래 체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NXT와의 경쟁으로 투자자의 거래소 선택권이 넓어지는 동시에 글로벌 주요 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 흐름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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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명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나스닥 등 미국 주요 거래소가 올해 말 23시간 거래를 개시하는 등 유동성 유치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해외시장과 경쟁하기 위한 우리 자본시장의 최소한의 인프라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