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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해 6600대로 후퇴했다. 중동 지정학적 우려가 국제 유가를 밀어 올린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14일 코스피지수는 3.26% 하락한 6684.37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하락 출발한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낙폭을 줄여 6800에 다가갔으나 장 막판 다시 고꾸라졌다. 지난 9일 7051.64로 마감해 ‘7천피’를 회복했지만 이후 3거래일 연속 내려 다시 ‘6천피’ 박스권에 갇혔다. 외국인 투자자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지수는 1.69% 하락한 806.79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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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급락에는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연 4.984%까지 치솟아 연 5%에 다시 근접했다.
미국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3% 올라 전문가 추정치(0.2%)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시카고선물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15~1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86.7%에 이른다. 일본은행도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31년 만의 최고치인 연 1.25%로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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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불안도 커졌다. 호르무즈해협 통항 회의가 연기되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106.88달러, 서부텍사스원유(WTI)는 배럴당 102.27달러에 거래됐다.
최근 촉발된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 탓에 반도체주 중심인 코스피지수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삼성전자는 4.05% 내린 24만9000원, SK하이닉스는 6.35% 급락한 169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와 유가 부담에 AI 속도조절론이 겹치며 하락했다”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국채 금리가 연 5%를 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美 국채금리 '5% 악몽'에 3조 던진 외국인…亞 반도체 와르르
AI 속도조절·금리·유가가 발목…코스피 3.2% 하락
연초부터 월가와 국내 증권가의 관심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를 넘는지’에 쏠려 있었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시장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 임계점을 넘어서면서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악몽 때문이다.AI 속도조절·금리·유가가 발목…코스피 3.2% 하락
주말 새 미국 인플레이션과 국제 유가 불안이 커지자 그 우려는 현실이 됐다. 10년 만기 금리가 장중 연 5%를 돌파하며 지난주만 해도 7000 안착 여부를 시험하던 코스피지수는 14일 매크로 벽 앞에 6600대로 주저앉았다. 여기에 빅테크 수장들까지 ‘인공지능(AI) 속도 조절론’을 꺼내 들자 아시아 AI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ADVERTISEMENT
매크로에 무너진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05%, 6.35% 하락했다. 대장주 약세에 코스피지수는 3.26% 내린 6684.37에 거래를 마쳤다. 3주 전 8조2291억원에서 지난주 1조6498억원으로 순매도 규모를 줄인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 하루에만 3조원어치 넘게 팔아 하락세를 주도했다. 한국뿐만이 아니다. 아시아 반도체 대장주인 대만 TSMC는 내년 대대적 증산 소식에도 1.24% 떨어졌다. 일본 소프트뱅크그룹(-10.72%)과 키옥시아(-6.37%)의 낙폭은 더욱 컸다.
거시경제 악재가 외국인 투매의 방아쇠를 당겼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8월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는 4월 이후 최고치로 시장 추정치(0.2%)를 소폭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CPI가 오르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5%를 돌파했다. 이후 소폭 내려갔지만 여전히 연 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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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금리 상승은 미래 이익을 앞당겨 계산하는 ‘AI주’에 치명적이다. 금리가 오를수록 미래 현금흐름의 현재 가치를 깎아내리는 할인율이 높아져서다. 전반적인 차입 비용이 커져 주요 빅테크의 투자 여력이 줄고 국채 대비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떨어진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의 패트릭 가비 미주지역리서치책임자는 “연 5%라는 숫자 자체에 본질적으로 재앙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역사상 임계치를 돌파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연 5%는 주시해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시 불거진 중동 리스크도 불안감을 키웠다. 이날 오만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란과 걸프 국가의 호르무즈해협 관련 회의가 연기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라크에서 날아온 드론 공격을 이유로 동서 송유관 가동을 중단해 국제 유가가 또 한 번 뛰었다. 지난주에만 9% 상승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도 장중 3% 올라 108달러에 육박했다. 빅테크 수장이 띄운 AI 속도 조절론과 오픈AI의 상장 지연도 부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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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시선은 한국시간 17일 새벽 예정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한다. 월가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관건은 이후의 메시지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를 한 번의 보험성 인상으로 끝낼지, 새로운 긴축 사이클 시작으로 규정할지에 따라 이후 시장 반응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Fed가 추가 긴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씨티은행은 “8월 근원 CPI가 시장 예상치보다 높게 나온 건 통신요금 급등이라는 일회성 요인 때문”이라며 “케빈 워시 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으로 발언할 이유는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강진규/이선아/빈난새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