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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부 맞냐"…집 보기도 힘든데 '2만원' 임장비까지 나왔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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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부 맞냐"…집 보기도 힘든데 '2만원' 임장비까지 나왔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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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늦기 전에 집을 사야겠다 싶어서 주말마다 남편과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 중개업소에 들어서자마자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두 분 진짜 부부 맞으시냐'고 묻더라고요. 기분이 언짢았지만, 모바일 가족관계증명서와 웨딩 사진까지 보여주니 그제야 숨겨둔 매물 목록을 보여주더라고요. 집 사러 왔다가 사기꾼 취급을 받은 것 같아 황당했어요." (서울 마포구 일대 아파트를 매수하려는 30대 직장인 A씨)

    주말마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와 아파트 단지가 이른바 '임장족(부동산 현장 답사 모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부동산 강좌나 오픈채팅방 등에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실수요자 행세'를 하며 집을 둘러보는 비매수 관람객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참다못한 일부 공인중개사들이 1만~2만원 안팎의 '임장비(매물 안내 비용)'를 받겠다고 나서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오죽하면 임장비까지 꺼내 들었겠느냐"는 하소연이 터져 나온다.

    14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최근 압구정·여의도·성수·목동 등 재건축·재개발 이슈가 뜨거운 서울 핵심지를 중심으로 '임장족 경계령'이 내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허위 매수 수요로 인한 현장의 피로도와 신뢰 붕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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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B 공인 중개 대표는 "주말마다 임장족 예약에 속아 집주인과 약속을 잡는데, 정작 만나보면 매수 의사가 전혀 없는 공부 목적의 임장족인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집주인들이 불쾌해하며 갈수록 집을 잘 보여주려 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B 대표는 "부부라고 소개했는데, 서로 나누는 대화나 분위기를 보면 전혀 부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20·30대 여성 둘이서 오는 경우엔 일단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다"며 "요즘은 아이를 동반하거나 누가 봐도 모녀 관계인 게 확인돼야 비로소 안심하고 매물을 보여주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임장족이 몰리면서 중개업소 간에는 '임장족 감별법'까지 공유되고 있다. 질문의 결이 시세나 대출 조건이 아닌 강의 과제 양식에 맞춰져 있거나, 특정 커뮤니티 특유의 은어를 쓰는 이들을 걸러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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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파구 잠실동의 C 공인 중개 대표는 "하루에도 임장족이 3~4팀씩 들이닥친다"며 "특히 세입자가 사는 전·월세 물건은 집주인이나 임차인이 방문 시간과 팀 수를 엄격히 제한하는데, 임장족이 주말 골든타임 예약을 선점해 버리면 정작 집을 계약해야 할 진짜 실수요자가 매물을 제때 보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중개업계 일각에서는 상담료나 안내비 명목의 '임장비'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집을 보여주고 상담하는 과정 전반이 엄연한 전문 인력의 '노무 행위'인데, 주말 황금시간대에 1~2시간씩 시간을 뺏기면서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 프랜차이즈 부동산 관계자는 "주말 영업시간은 중개사들에게 가장 소중한 영업 자산"이라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1만~2만원의 임장비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인근 지역에서 최종 계약을 체결할 경우 기납부한 임장비를 전액 중개보수에서 차감해 돌려받을 수 있는 공제 연계 시스템 등을 도입한다면 실수요자 피해 없이 허수 매수층만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수는 거래 성사 시에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법적 근거가 없는 임장비 요구는 사실상 '불법 복비'나 다름없다는 반론이 많다. 매수 의향을 품고 발품을 파는 정당한 소비자들까지 잠재적 진상 고객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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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장 문화의 과열과 중개 서비스 비용 구조의 모순이 맞물려 터져 나온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온라인 재테크 유료 강의 시장이 팽창하면서 무분별한 현장 과제 수행이 일선 중개사와 거주자에게 과도한 민폐를 끼치는 부작용이 심화했다"며 "다만 법적 근거가 없는 임장비를 개별 중개소가 임의로 징수할 경우 거래 질서 혼란과 법적 분쟁을 부를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강의 플랫폼 차원에서 사전 매물 확인 에티켓을 강화하는 등 실수요자와 중개사 모두를 보호할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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