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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였는데 16분기 1위”···HP 게이밍PC 키운 이 남자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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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였는데 16분기 1위”···HP 게이밍PC 키운 이 남자의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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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0개국 이상에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는 글로벌 기업 HP. 이 거대한 조직 안에서 한국의 게이밍 PC 시장은 유독 특별한 존재감을 갖고 있다. IDC 자료에 따르면 HP는 2020년 2분기 국내 게이밍 PC 시장에서 점유율 2.5%에 불과했지만, 이후 무려 16분기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2024년과 2025년에는 전 세계 HP 게이밍 사업 중에서도 한국이 톱3 국가로 꼽히기도 했다.

    이 드라마틱한 성장의 한복판에는 HP 코리아의 게이밍 PC 카테고리를 총괄하는 윤병집 매니저가 있다. 그는 게이밍 노트북, 데스크톱, 모니터는 물론 HP가 인수한 HyperX의 게이밍 주변기기까지 아우르는, 수백개의 SKU(Stock Keeping Unit ·재고관리단위)를 관리하는 인물이다. 5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를 만나 카테고리 매니저라는 직무의 실체와 HP라는 조직의 문화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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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의 제품군을 '작은 회사'처럼 운영하는 ‘카테고리 매니저’

    카테고리 매니저라는 직함은 낯설다. 윤 매니저는 자신의 직무를 "제품군을 하나의 비즈니스 단위로 보고 전체적인 성장을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정의했다. 일반적인 조직이라면 제품을 기획·관리하는 PM(Product Manager)과 시장에서 사업을 키우는 BDM(Business Development Manager)이 나뉘어 있지만, HP의 카테고리 매니저는 이 두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 내야 하는 역할이다.

    "본사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나온다고 하면, 한국시장에 적합한 제품 구성과 가격 전략을 수립하고 결정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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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다루는 SKU만 해도 수백개. 이 방대한 포트폴리오의 분기별 매출과 마진 목표를 맞추기 위해 최적의 제품 믹스를 찾는 것이 그의 가장 핵심적인 업무다. 신제품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한 달 남짓. 제품 스펙과 가격을 정하고 나면, 세일즈 팀에는 목표 판매량과 가격을, 마케팅 팀에는 타깃 소비자와 예산 방향을 제시한다. 이후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 받으며 필요할 때마다 전략을 수정한다.

    "경력이 쌓일수록 처음 계획이 크게 바뀌는 경우는 줄어듭니다. 매출과 마진을 함께 보는 입장이다 보니, 세일즈나 마케팅에 필요한 투자 방향을 함께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획부터 세일즈까지 제품의 A to Z를 총망라하는 위치다 보니 타 직군에 비해 책임은 물론, 업무 권한의 범위도 크다.

    "저희가 제품 전략과 가격, 채널 운영 등을 아우르는 업무를 하다보니 상당한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의 사업 단위를 운영하는 만큼 책임과 권한이 큰 편입니다. 노트북 하나가 출시될 때 스펙과 가격, 나아가 어느 채널에서 유통할지까지 제 선에서 결정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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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에서 16분기 연속 1위로”···설득하는 스토리텔링 만든 성적

    HP는 2021년, 전 세계 게이밍 사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5개 국가를 선정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국내 게이밍 PC 시장에서 HP의 점유율은 2.5%에 불과했지만, 이 투자를 발판 삼아 이듬해인 2022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후 지금까지 16분기 연속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5개 투자 대상국 가운데 이만큼 극적인 성장을 보여준 곳은 한국이 유일했다.

    이 성과의 배경에는 본사를 설득해 투자를 받아내는 그의 역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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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 입장에서도 투자할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 예산을 어느 나라에 배분할지가 매 분기, 거의 매주 벌어지는 설득의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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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스토리텔링'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들이 요청하는 내용은 사실 제품 자체로 보면 비슷비슷합니다. 결국 아시아 각국의 시장 상황과 본사가 지금 원하는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지점을 정교하게 파고들어야 원하는 예산을 가져올 수 있어요."

    각국의 HP지사들 중 본사의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각국의 매니저들이 담당한 제품으로 어떻게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다.

    실제로 몇 년 전 그는 글로벌 재고 이슈가 생겼을 때 타 국가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먼저 손을 든 적이 있었다. 한 분기 물량에 맞먹는 대규모 수량을 유리한 조건으로 들여와 반년 만에 완판 시킨 경험을 대표적인 성과로 꼽았다. 단종을 앞둔 제품의 재고를 설득 끝에 넉넉히 확보했다가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되며 후속 제품으로 매끄럽게 전환한 사례도 있다.

    "그런 판단을 내렸을 땐 물론 리스크도 크죠. 그럼에도 저만의 방향성과 설득력으로 베팅을 하는 거죠. 이제는 한국 시장은 글로벌 내에서도 성과와 실행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시장 규모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도한 기대를 조율하는 것도 최근의 중요한 과제가 됐죠."

    ‘메모리 가격 상승 위기’ 韓 소비자 니즈 분석으로 극복

    그는 한국 게이밍 PC 시장의 독특한 소비 패턴도 짚었다.

    "글로벌 평균으로 봤을 때 한국의 게이밍 노트북 평균 판매 단가는 가장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 배경에는 게이밍 노트북을 게임 전용이 아니라 업무와 게임을 함께 소화하는 '올라운드 PC'로 쓰려는 수요가 자리한다.

    "기왕 사는 김에 조금만 더 보태서 상위 모델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실제 사용 목적에 맞는 성능과 가격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죠."

    이 같은 움직임에 올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PC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었을 때도, 원래 단가가 높았던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순 스펙 경쟁을 넘어 플레이 경험과 몰입감 등 게이밍 경험 전반이 중요해지는 흐름에 맞춰, HP는 고성능 하드웨어 기반의 멀티태스킹 환경과 더불어 AI와 게이밍 경험을 통합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카테고리 매니저의 필수역량···숫자 감각, 책임감, 그리고 스토리텔링

    수학과를 졸업한 그에게 카테고리 매니저가 갖춰야 할 역량을 묻자 세 가지를 꼽았다.

    "책임감이 우선이에요. 카테고리 매니저는 비즈니스의 '최후의 보루' 같은 역할을 합니다. 가격, 제품 구성, 매출과 마진까지 직접 결정하고 그 결과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죠."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를 대비해 플랜 B, C, D까지 미리 그려두는 것도 이런 책임감의 연장선이다.

    "플랜 A가 깨졌을 때 다음 대안이 없으면 한국 오피스의 매출과 마진이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완벽한 플랜 A는 없다고 생각하고 항상 몇 수 앞을 준비해 둬야 합니다. 자료 정리나 엑셀 작업은 이제 AI로 상당 부분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제품과 시장을 왜 이렇게 가져가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사람을 설득하는 역량은 여전히,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죠."

    여기에 직무가 다른 부서와의 협업 능력도 중요한 포인트로 꼽았다. 세일즈, 마케팅, SCM, 물류, 서비스 등 거의 모든 부서와 상시로 협업해야 하는 직무 특성상 신입사원에게는 초반 진입 장벽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재무제표나 관리회계 같은 숫자 감각의 허들만 넘으면, 전공은 크게 상관없습니다. 실제로 팀에는 어문 계열 출신도 많아요."

    오히려 숫자에만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직급이 아니라 신뢰로 일하는 조직"

    인터뷰에서 가장 여러 번 반복된 단어는 '신뢰'였다. HP의 조직 문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직급이나 연차와 관계없이 업무에 대한 오너십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제가 보고하는 상사는 회사 내에서도 경험이 많은 리더입니다. [LK1] 마이크로매니징을 할 수도 있는 위치이지만, 최대한 터치하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게 느껴져요. 그래서 제가 본사와 직접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죠. 물론 제 선택에 책임도 뒤따르지만요."

    이 같은 HP의 조직문화 기반에는 '성인 대우'라는 문화적 전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자리에 없거나 정해진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신뢰하지 않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업무와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을 기본값으로 둔다는 것이다. 유연근무제 역시 형식이 아니라 결과 중심으로 운영된다.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자리를 지켜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업무만 제대로 되어 있으면 언제 출근하고 퇴근하든 크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직급 체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것도 부서 간 수평적 소통에 큰 영향을 줍니다. 직급이 있으면 부서가 달라졌을 때 수평적인 대화가 잘 안 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가 업무에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담당한 업무의 결과가 실제 시장에서 확인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윤 매니저는 설명했다.

    "HP가, 그리고 아시아 전체가 한국의 게이밍 시장과 소비자 트렌드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가 세운 계획이 시장에서 반응을 얻고, 소비자들이 HP를 먼저 찾는 모습을 볼 때 제 업무가 실제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일단 시작하세요"···준비 기간보다 실무경험이 우선

    기존의 직업이 사라지고 AI(인공지능)로 대체되는 'AI시대‘ 카테고리 매니저는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주목받을 직군 중 하나로 꼽힌다. 윤병집 매니저는 자신의 직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당부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눈을 낮춰서라도 업무를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준비하겠다고 1~2년을 더 준비하는 것보단, 준비를 병행하더라도 반년이라도 먼저 일을 시작하는 편이 훨씬 확률이 높아요."

    실무에서 얻는 경험치는 짧더라도 대체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 역시 HP에 정착하기 전 1년, 1년 반, 짧게는 2~3개월짜리 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거치면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때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업무에 다 도움이 되고 있어요. 대기업에서, 큰 조직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많은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오히려 낙관적이었다.

    "AI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업무를 효율화할 수는 있지만, 무엇을 결정할지 판단하고 그걸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업해 실제 결과를 만들어내는 역량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카테고리 매니저라는 직무는 당분간 오히려 더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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