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챗GPT 모멘트가 언제일지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이해하려면 과거 GPT-3가 왜 충격적이었는지 되짚어봐야 한다. 당시 핵심은 압도적인 정답률이 아니었다. 예시 하나만 주면 처음 보는 과제도 곧바로 수행해 내는 능력, 즉 새로운 일을 시키는 한계비용이 0에 가깝게 추락했다는 데 있다. 우리가 기다리는 로봇의 혁신 역시 갑자기 화려한 동작을 해내는 순간이 아니라, 로봇에게 새로운 작업을 가르치는 비용이 붕괴하는 순간이다.지금 로봇용 모델은 커피 따르는 모델과 옷 개는 모델을 각각 따로 개발해야 한다. 일반화가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 스타트업 제너럴리스트AI가 공개한 모델 GEN-1.5은 달랐다. 이 모델은 짧은 시연 영상만 주어지면 별도 추가 학습 없이도 새로운 과제를 꽤 높은 성공률로 해냈다. 특히 5분 분량의 데이터로 단 열 번만 학습시켜도 성공률이 크게 뛰었는데, 이때 변동된 가중치는 0.15퍼센트 미만에 불과했다. 새로운 지식을 주입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가진 능력을 스스로 재배열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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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범용 모델의 등장은 로봇이 정해진 작업실을 넘어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새로운 과제를 빠르게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당장 공장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화면 속 텍스트로 결과를 내놓는 언어모델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은 과제 적응력이라는 첫 번째 관문 외에도 속도와 신뢰도라는 추가적인 문턱을 반드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로봇 도입이 당장 가능한 영역의 조건은 선명하다. 범위가 좁고 반복적이며 실패하더라도 라인만 잠깐 세우면 되는 일이다. 실제로 중국 애지봇은 태블릿 생산라인에서 정밀 분류 작업을 140시간 연속으로 성공률 99.9%를 기록하며 수행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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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로봇의 챗GPT 모멘트는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사건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온다. 따라서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유튜브 속 화려한 시연 영상이 아니다. 과제당 적응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인간 대비 작업 속도는 어떠한지, 데이터 엔진의 처리량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야 한다. 순서도 명확하다. 변수가 통제되고 실패 비용이 적은 공장이 먼저고 사람을 다치게 할 위험이 있는 가정은 가장 마지막이다. 중국 제조업에서 아직 기계가 대체하지 못한 단순 조립 일자리만 수천만 개다. 대중은 집안일 하는 로봇을 상상하며 환호하지만, 당장 앞으로 몇 년간 실질적인 돈이 벌리는 곳은 로봇이 공장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단계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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