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외환위기의 모진 풍랑 속 오스트리아 빈에 홀로 남겨진 30대 자동차 회사 주재원의 눈앞은 막막했다. 모기업의 인수합병으로 귀국과 잔류의 기로에 선 박종범 영산그룹 회장은 과감히 유럽 한복판에 남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로 결심했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2026년 현재 그는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 등 3개 대륙 20개국에 28개 거점을 거느린 글로벌 거상으로 우뚝 섰다. 다국적기업을 이끄는 거대한 수장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행비서 없이 연간 200일 이상 홀로 전 세계 현장을 누비는 소탈하고 열정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다.
박 회장의 경영철학을 굳건히 지탱하는 뼈대는 다름 아닌 ‘한국인의 정신’이다. 틈새시장인 동구권 사탕 포장재 납품으로 맨땅에서 사업을 일군 그는 자동차부품, 석유화학 제품 수출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번째 시련이 닥쳤을 때도 좌절 대신 ‘사업 다각화’라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웠다. 전 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을 꿰뚫어 보고 유럽 현지에서 전기차 및 수소버스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헝가리에서는 대규모 배터리 공장 유틸리티 인프라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투자하는 특유의 빠른 결단력은 그를 단순 무역업자를 넘어 전 세계 16개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 및 플랜트 혁신가로 변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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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로 쌓은 부와 경험은 ‘예술 경영’이라는 아름다운 사회적 환원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화예술 에이전시를 통해 매년 한국과 유럽을 잇는 튼튼한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2019년부터 세계 최고 권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한국 투어를 단독 유치하는 한편, 한국 유수 오케스트라의 유럽 순회공연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며 재능 있는 청년 예술가들에게 세계 무대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나눔과 화합을 실천하는 이러한 기업가 정신은 글로벌 무대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그의 오랜 뚝심이기도 하다.

최근 그의 리더십은 전 세계 3만7000여 명의 한인 경제인을 아우르는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의 수장으로서 더욱 환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단순한 친목을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비전 아래 ‘2024년 비엔나 엑스포’를 기획해 국내 스타트업이 4600억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따내는 산파 역할을 해냈다. 이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2025년 10월 조직 역사상 최초로 경선을 통한 회장 연임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올해 3월 서울 강서구에서 AI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성황리에 마친데 이어 다가오는 11월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에 맞춰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에서 대규모 엑스포를 준비하며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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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삼아 세계의 심장부에서 성공 신화를 쓴 승부사. 이제 그는 자신의 성공에만 머물지 않고 국경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경제와 문화의 영토를 넓히는 든든한 ‘글로벌 셰르파’로서 묵묵히 전진하고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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