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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시 유행이라고?"…1020 열광한 '추억의 신발'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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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시 유행이라고?"…1020 열광한 '추억의 신발'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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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새로움’이 패션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과거 유행한 제품을 그대로 되살리는 단순 복고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아카이브와 클래식 디자인을 현재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다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유행 주기가 짧아질수록 오히려 오래 검증된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생활문화기업 LF가 수입·판매하는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 '이자벨마랑(Isabel Marant)'에 따르면 최근 출시한 스니커즈 '베켓(Bekett·사진)'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니커즈 안에 웨지힐을 넣은 베켓은 2010년대 세계 패션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이자벨마랑의 대표 신발이다. 한동안 유행에서 멀어졌지만 최근에 보헤미아니즘(Bohemianism·자유분방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과 복고풍(레트로)이 부상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패션을 SNS를 통해 처음 접한 젊은 소비자에게 10여 년 전 유행했던 제품이 오히려 새로운 디자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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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미국인 가수 비욘세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가 농구 경기를 관람하며 어머니가 소장했던 버건디 베켓 스니커즈를 착용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베켓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백화점 매장에서는 10·20대 고객이 부모와 함께 베켓을 찾거나,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한 해외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본 베켓을 직접 착용하고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과거 베켓을 구입했던 세대와 이를 새롭게 발견한 젊은 세대의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자벨마랑은 브랜드 아카이브에 있던 색상을 적용한 ‘베켓 리에디션’ 3종을 다시 내놨는데, 인기 색상이 세 차례 재주문과 완판을 이어갈 정도로 판매가 잘 이뤄졌다. LF는 올 가을·겨울(26FW) 베켓 국내 공급 물량을 지난해보다 180% 확대했다. 온라인과 SNS에서 베켓을 접한 1020세대와 유학생 등의 오프라인 매장 방문도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LF는 프랑스 본사와 협업해 색상과 소재도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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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벨마랑 관계자는 “수많은 유행이 빠르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마이크로 트렌드 속에서 시간이 검증한 디자인과 브랜드의 정체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며 “클래식의 본질은 유지하되 지금 소비자가 입고 경험하고 싶은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오랜 헤리티지를 가진 브랜드들도 ‘보존’보다 ‘재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133년 역사의 영국 브랜드 닥스는 올 FW 시즌부터 시그니처 라인 ‘디오리지널’을 강화한다. 130여 년간 쌓아온 아카이브에서 트렌치코트와 울 재킷, 퀼팅 재킷, 아가일 니트 등을 꺼내 실루엣과 소재, 색상을 현대적으로 바꿨다. 버버리 수석 디자이너 출신 루크 구아다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라인의 방향을 잡았다.


    대표 제품인 트렌치코트는 영국 정통 트렌치코트의 구조는 유지하되 소재를 가볍게 하고 실루엣을 바꿔 일상복으로 활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캐시미어 체크 코트와 울 재킷은 착용감을 가볍게 다듬고, 아가일과 체크 패턴도 색상과 비율을 달리했다.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하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닥스는 최근 서울 신라호텔에서 위스키 브랜드 글렌피딕과 함께 ‘브리티시 수트 라이프스타일’ 클래스를 열었다. 옷만 판매하는 대신 위스키와 영국 문화 등 브랜드를 둘러싼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제시한 것이다. 이런 변화와 맞물려 올 상반기 닥스의 주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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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트래디셔널 캐주얼(TD) 브랜드 헤지스는 반대로 최신 유행을 빠르게 흡수해 ‘클래식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플리츠와 레더·스웨이드, 데님, 쿼터집업 등 최근 패션시장에서 부상한 요소를 브랜드 특유의 소재와 색상, 실루엣으로 다시 해석하는 방식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를 ‘트렌드의 헤지스화’라고 부른다.

    올 FW 프리미엄 라인 ‘그리니치’에는 최근 유행하는 플리츠를 가을용 셋업에 적용했다. 물세탁할 수 있는 소재를 써 관리 편의성도 높였다. 9월에는 데님과 레더·스웨이드 비중을 확대한다. 여성 제품에는 레더와 스웨이드에 워크웨어 요소를 섞고, 남성 제품에는 고트스킨 레더와 카코트 등 기존 TD에서 보기 어려웠던 아이템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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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품 기획 속도도 빨라졌다. 헤지스는 판매 데이터와 소비자 반응에 따라 시즌 중 제품을 추가하는 ‘스팟 아이템’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플리츠 니트가 인기를 끌자 재킷과 팬츠, 셔츠까지 ‘플리츠 에디션’으로 확장했고 카라 니트 반응이 좋자 색상을 추가했다. 기존 클래식 브랜드가 정해진 시즌 컬렉션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단순한 복고 유행과 구분한다.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되살리는 데 초점이 있었던 레트로와 달리 최근에는 오랜 아카이브를 원재료 삼아 현재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과 경험으로 다시 만드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어서다. LF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오래된 것’ 자체가 아니라 오래된 것을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즐기는 소비자의 변화”라며 “클래식도 더 이상 과거에 머무는 스타일이 아니라 동시대 취향에 따라 계속 새롭게 쓰이는 콘텐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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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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