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해협 항행 안전 확보를 위해 국군 파견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한국에 호르무즈해협에서의 역할 확대를 요구해온 가운데 정부가 군사적 기여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호르무즈해협에 병력과 군 자산을 투입하는 방안을 놓고 관계 부처 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ADVERTISEMENT
군 안팎에서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관련 전력 등이 후보로 거론돼 왔다. 구체적인 전력이 결정되면 이를 운용할 장병을 함께 파견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헌법상 국군의 외국 파견에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신규 부대를 편성해 파견할 경우 정부는 파견 목적과 병력 규모, 임무, 작전구역 등을 담은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다만 어느 부대를 어느 규모로 보낼지 등 구체적인 파병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파병동의안을 실제 국회에 제출할지도 최종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DVERTISEMENT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기존 파견 목적과 다른 임무를 수행하려면 추가적인 국회 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 국방부는 지난 5월 청해부대가 기존 파병동의안에 규정된 범위를 벗어나 다른 해역에서 작전하려면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병동의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 찬성을 얻어야 통과된다.
트럼프 압박에…정부 '군사적 기여' 꺼내나
아덴만 청해부대 활용도 거론…靑 "관련 사항 결정된 바 없어"
아덴만 청해부대 활용도 거론…靑 "관련 사항 결정된 바 없어"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국군 파견을 검토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속적인 역할 확대 요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한동안 포괄적인 ‘실질적 기여’라는 표현을 유지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대응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면서 ‘군사적 기여’로 선택지를 구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호르무즈해협에서의 군사적 역할을 요구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4일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시도로 영향을 받는 국가로 한국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을 거론하며 미국과 함께 해협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군함을 보내야 한다는 취지로 요구했다. 정부는 당시 미국으로부터 공식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다며 즉각적인 군 투입에는 거리를 뒀다.
정부는 이후 기여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 이재명 대통령은 4월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한 호르무즈해협 자유항행 관련 화상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며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 의지를 밝혔다. 국방부도 당시 호르무즈해협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대한 지지 표명, 인력 파견, 정보 공유, 군사적 자산 지원 등 기여 수준을 4단계로 나눈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군 자산 지원은 4단계 방안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여다. 정부는 해상초계기와 군수지원함, 기뢰 탐지·제거 전력 등도 선택지로 검토하면서 국내법상 절차와 장병 안전, 이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실제 투입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ADVERTISEMENT
기류가 달라진 것은 지난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축소를 지시하며 한국의 대이란 대응 문제를 거론하는 등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정부는 이튿날 호르무즈해협 자유항행을 위한 “군사적 기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그동안 사용한 실질적 기여보다 한 단계 나아간 표현이다.
이후 관계 부처 검토를 거치며 실제 병력과 군 자산 파견까지 선택지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는 호르무즈해협 자유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실질적 기여 방안에 대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논의해 왔다”며 “관련된 사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ADVERTISEMENT
김다빈/한재영 기자 davinci@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