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달간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겪으면서 요동치던 국내 증시가 급격히 에너지를 잃고 있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한 지난 5~6월 50조원을 웃돈 일평균 거래대금은 8월 들어 25조원대로 반토막 났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예탁금도 100조원 아래로 내려앉았다. 급락장에서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간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연중 최저 수준인 25조7568억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서면서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가던 지난 5월과 6월 일평균 거래대금이 모두 50조원을 웃돈 것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만에 반토막이 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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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의 손바뀜이 얼마나 활발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장주식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상장주식 회전율 역시 0.54%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전체 상장주식 1000주 중 고작 5.4주 안팎만 거래됐다는 의미다.
국내 증시의 대표적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지난달 28일 기준 96조7091억원까지 감소하며 100조원이 무너졌다. 지난 6월 초 140조원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두 달 새 40조원 넘게 증발한 셈이다. 증시 진입을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 빠른 속도로 이탈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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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증시 유동성이 고갈된 원인으로 변동성 장세에서 입은 개인 투자자들의 내상을 꼽는다. 급락 과정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개인 상당수가 강제로 장기 보유 상태에 접어들면서 시장 내 매수 여력 자체가 바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지난 6월 장중 9385.59까지 치솟으며 '만스피'(코스피 1만) 기대감을 모았던 코스피는 지난달 말 장중 5200선까지 급락했다. 전날 반등을 시도했으나 여전히 7000선 벽을 넘지 못했다. 자금 이탈 속에 변동성 지표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시장이 극심한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투자자들은 기존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
국내 증시를 빠져나간 자금은 파킹형·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 등 단기 안전자산이나 미국 증시로 이동하고 있다. 코스콤 ETF 데이터 플랫폼인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 머니마켓펀드(MMF)에만 1조6000억원의 대기성 자금이 들어왔다.
KODEX 머니마켓액티브와 RISE 머니마켓액티브 ET에 각각 2941억원, 1438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1867억달러로 지난 7월 말(1715억달러)보다 8.8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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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 일각에서는 투자자예탁금 감소로 개인 투자자의 매수 실탄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수급 기반은 견조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금 유출입을 반영한 실질예탁금은 여전히 순유입 흐름을 나타내며 견조한 수급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위험선호 심리가 회복될 때 들어올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잠재 자금도 충분한 만큼 강세 흐름이 유지되는 한 수급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만 이자 부담이 발생하는 신용이나 미수 같은 레버리지 자금은 증시 조정 시 반대매매로 이어져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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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덜어진 만큼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고, 추가 하락세가 연출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 지수(VKOSPI)는 6월 말 97에서 8월 말 50으로 낮아졌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와 예상 리밸런싱 부담도 고점에서 감소했다"며 "변동성이 낮아지면 위험한도를 줄였던 외국인 장기 자금이 한국 주식을 다시 편입할 여지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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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가 금리 상승분을 반영해도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있다는 점과 함께 9월 금리 인상을 선반영한다면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디스카운트 핵심인 불신이 완화되면 큰 폭의 상승 가능성이 열려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