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태풍연구소는 수치모델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태풍의 위험을 정량적으로 예측하고 평가하는 기술 서비스 기업이다. 제주대학교 해양산업경찰학과 교수인 문일주 대표(57)가 2025년 11월에 설립했다. 문 대표는 제주대학교 태풍연구센터 센터장으로 30년 가까이 태풍과 기후변화, 연안재해 예측을 연구해 왔고 그 과정에서 쌓은 기술을 실제 사회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ADVERTISEMENT
문 대표는 “대학교 내의 태풍연구센터가 기초·원천 연구를 담당한다면, 회사는 그 연구 성과를 공공기관과 산업 현장이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표 아이템은 AI 기반 앙상블 태풍 정보 예측 엔진이다. GraphCast, FengWu, Fuxi, Aurora와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상모델 여러 개를 조합해 태풍의 경로와 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ADVERTISEMENT
“기존의 물리 방정식 기반 수치모델은 정확한 계산을 위해 막대한 슈퍼컴퓨팅 자원과 시간이 필요하고, 해상도의 한계 때문에 태풍 같은 극한 현상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반면 AI 기상모델은 수치모델에 비해 계산 속도가 약 1,000배 빠르면서도 예측 정확도가 훨씬 높습니다. 한국태풍연구소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여러 AI 모델을 앙상블 방식으로 결합해, 단일 모델이 가진 특정 해역이나 태풍 유형별 편향을 줄였습니다. 이 예측 결과를 웹 기반 시각화와 의사결정 지원 도면으로 자동 변환해, 공공기관·지자체·산업체가 곧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태풍연구소의 경쟁력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속도와 정확도다. 여러 AI 모델을 앙상블한 결과, 실제 태풍 사례 검증에서 앙상블 모델의 경로 오차가 약 47km로, 단일 AI 모델은 물론 기존 최고 수준의 수치모델보다 크게 낮았다.
둘째, 융합 전문성이다. “그동안 연안 설계를 맡아온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기후변화와 태풍에 대한 자연과학 전문성이 부족했습니다. 한국태풍연구소는 태풍역학·기후변화·연안공학·인공지능을 한데 묶은 기술로,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태풍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반영합니다. 국내에서 이 영역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AI 기반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셋째, 연구·제품·서비스가 한 팀에 모여 있는 구조다. 원천기술을 보유한 대표자와 이를 AI 모델·웹 서비스로 구현하는 실무 인력이 함께 있어, 연구가 보고서에 머무르지 않고 바로 활용 가능한 서비스로 이어진다.
ADVERTISEMENT
한국태풍연구소는 판로 개척을 위해 선제적 시장 진입 전략을 쓰고 있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편성하기 전 단계부터 기술 설명과 시범 적용을 제공해, 다음 해 예산에 저희 기술이 반영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단발성 용역이 아니라 매년 반복되는 사업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1차 시장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립해양조사원, 지자체와 같은 공공기관이다. 연안 침수예상도 제작, 재해정보지도, 연안 재해 예방처럼 이미 제도화된 사업에 한국태풍연구소 기술을 적용하는 데서 출발한다.
ADVERTISEMENT
한국태풍연구소는 현재 정부지원사업과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기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외부 투자 유치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다만 회사가 성장 단계로 넘어가면 투자가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고, 관련 교육을 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기술과 시장성이 충분히 검증되는 시점에 맞춰 투자 유치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문 대표는 당장의 해외 진출보다는 국내 시장에서 기술과 실적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우선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분명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 보험·재보험사들이 태풍과 연안재해 리스크 평가를 해외 전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데, 우리 기술로 이를 대체하고 나아가 글로벌 재보험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 장기 비전입니다. 태풍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 연안이 함께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 경쟁력만 확보되면 해외로 확장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ADVERTISEMENT
문 대표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을까. “기후변화로 태풍이 강해지고 연안 피해가 늘면서, 정부도 연안·해양 구조물 설계에 기후변화를 고려한 기준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분야를 과학적으로 다룰 전문 서비스는 국내에 거의 없었습니다. 오랜 연구로 쌓은 기술을 논문과 특허에만 묶어두지 않고, 실제 국민 안전과 산업 현장에 쓰이게 하고 싶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창업 후 문 대표는 “보람을 느낄 새도 없이 달려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기술을 서비스로 완성하는 단계라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다만 그동안 논문과 특허로만 존재하던 연구가 실제로 쓰일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느낀다”며 “진정한 보람은 예측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누군가의 안전을 지키는 데 쓰일 때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태풍연구소는 문 대표를 포함해 핵심 기술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태풍 자료 분석·수치모델링 담당, AI 모델 개발 담당, 소프트웨어·웹 프로그램 개발 담당이며, 모두 태풍연구 전문기관에서 실무 경력을 쌓았고 해안침수예상도 제작, 원전부지 태풍 강도 예측 등 실제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태풍 모델링부터 AI 분석, 서비스 구현까지 한 팀에서 가능한 구조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문 대표는 “단계적 성장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2026년에 시제품을 완성하고, 하반기에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술 설명과 예산 반영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2027년에는 공공 실증과 용역 수행, 태풍 시즌 성능 검증을 거치고, 이후 해상풍력단지 설계, 원자력발전소 보강 설계, 항만·연안 구조물 설계, 보험·재보험 리스크 평가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궁극적으로는 태풍 리스크의 기후변화 영향을 인공지능으로 정량 예측하는, 국내에서 제일의 태풍 리스크 분석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태풍연구소는 올해 제주대학교가 운영하는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뽑혔다. 초기창업패키지는 공고기준 당시 3년 미만의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창업지원 사업이다. 주관기관으로부터 사업화 지원금, 창업 공간 등 성장에 필요한 교육과 멘토링 등의 지원을 받는다.
설립일 : 2025년 11월
주요사업 : AI 기반 기후변화 대응 태풍 리스크 예측 및 평가 기술 서비스 (빅데이터·AI 분야 지식서비스).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상모델을 앙상블 방식으로 결합해 태풍의 경로·강도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공공기관과 산업 현장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제공. 연안 침수예상도 제작, 해상풍력단지·원자력발전소·항만 설계, 보험·재보험 리스크 평가 등이 적용 분야
성과 : 대표자 SCI 논문 약 100편 발표 (Nature 2편 포함), 태풍 관련 특허 4건 보유, 2026년 초기창업패키지(일반형) 선정
이진호 기자 jinho2323@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