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내년도 슈퍼예산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은 눈앞의 재정 수치 관리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엔진에 전례 없는 재정을 투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정이 공개한 예산 방향성에도 미래 성장 기술에 확장 재정을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李대통령, 확장재정 강조
이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요즘이 예산 철인데 AI 대전환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 경제도 전혀 다른 여건을 맞이하고 있다”며 “산업 대전환이 만드는 기회를 잘 활용해 국민 삶의 실질적 도약을 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늘어난 재정 여력은 미래에 더 많은 열매를 수확하기 위한 씨앗으로 삼아야 한다”며 확장 재정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 국회에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할 예정이다.여당에서는 정부가 800조원을 훌쩍 넘는 예산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본예산(729조9000억원)을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법인세 증가 등의 영향이다. 이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열어 이 같은 확장 재정 활용을 담은 예산안 방향성을 공개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특별회계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예산안 5대 중점 분야의 첫 번째인 ‘3대 메가 프로젝트·AI 3대 강국’ 세부 항목이다. 예산 용처가 다양한 일반회계와 달리 재원을 별도 관리해 반도체 산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전력과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도 추진한다. AI 모델 개발을 뒷받침하는 중앙처리장치(CPU) 1만 개 공급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AI·우주항공 등 차세대 기술 육성
예산안의 나머지 중점 분야로는 미래 성장 엔진 확충, 청년 성장단계별 종합 지원, K자형 양극화 대응과 모두의 성장, 국민 안전 지원이 꼽혔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정태호 의원은 미래 성장 엔진 확충에 관해 “‘넥스트 10대 전략기술’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며 “2030년 달 착륙 연구개발(R&D), 자율주행차 시범 지역 확대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넥스트 10대 전략기술은 앞서 정부가 정한 AI, 우주항공·해양, 첨단로봇·모빌리티 등 차세대 기술 분야다. 전기차 보조금을 역대 최대로 늘리고, 벤처기업에 융자도 지원할 방침이다.ADVERTISEMENT
당정은 청년 지원을 위해 대학생 인턴을 한 학기 학점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아동수당은 ‘아동 기본수당’으로 확대 개편한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할 때 설비 투자액을 지원한다. ‘지방미래성장지원금’을 통해 지역 정주 여건도 개선하기로 했다. 지역 필수 의료 특별회계 신설, 지방국립대 등록금 전액 지원안도 담았다. 국민 안전 지원엔 핵융합 잠수함 개발 지원, 군 초급 간부 보수 인상 등을 포함했다.
예산 심사는 정기국회 심사를 거쳐 12월 초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이날 미래대응기금 신설로 세수의 장기 변동성을 완화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연동제를 개편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세수에도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 장관이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예산 항목을 빡빡하게 짜고 있다”며 “확장 재정에 대한 비판이 없도록 ‘현미경 검증’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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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은/한재영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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