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에냐스는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변하지 않는 완전한 걸작이 아니라 관객들이 연주자와 끊임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음악으로 이번 협주곡을 연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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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태생인 두에냐스는 2021년 불과 18세에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에서 우승과 관객상을 동시에 거머쥔 바이올린 신성이다. 클래식 음악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의 전속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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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 방문에 기대감을 내비친 두에냐스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며 한국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존경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클라라 주미 강을 언급한 그는 “언젠간 지휘자인 정명훈 선생님과도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카덴차엔 진정한 자유가 있어요”
내한해 연주할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19세기 낭만주의 바이올린 음악을 대표할 만한 곡이다. 독주 바이올린과 악단이 팽팽한 균형을 이루거나 서로 맞서며 풍성한 음을 쌓아 올린다. 두에냐스는 “이 작품은 아주 긴 변화를 겪으며 완성됐다”며 “브람스는 처음 4개 악장으로 구성해 스케르초 악장을 썼다가 이 악장을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전 이 과정이 많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위대한 걸작이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바꾸고, 때론 무언가를 내려놓는 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진다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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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에냐스는 이 협주곡의 카덴차(독주)도 직접 작곡해 들려주기로 했다. 작곡가로 활동하면서 베토벤, 모차르트 등 다른 작곡가의 협주곡에서도 카덴차를 쓴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카덴차는 연주자가 갑자기 관객과, 그리고 작곡가와 단둘이 마주하게 되는 특별한 순간”이라며 “이 순간엔 진정한 자유가 있고, 언제나 그 공간을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기회를 즐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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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연 지휘자인 구스타보 히메노와는 이미 친숙하다. “히메노는 뚜렷한 음악적 개성과 명확한 생각을 지닌 지휘자예요. 세부적인 부분도 세심하게 살피면서 연주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자유를 줘요.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0년 처음 협업한 뒤 저희 사이엔 음악적인 추억이 쌓였죠. 다시 잊지 못할 무대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브람스를 연주하며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 함께 써내려 가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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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니니는 즉각적,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다채로워”
두에냐스의 음악에선 스페인 출신다운 열정적인 음색이 드문드문 드러난다. 그 스스로도 스페인의 리듬과 색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전 그라나다(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자라며 음악과 감정이 밀접하게 연결된 문화를 겪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안엔 직접적이고 강렬한 표현 방식이 녹아 있습니다. 이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공부하면서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소리의 세계를 접하며 절제와 구조적인 사고를 배웠어요. 이렇게 다양한 영향들이 제 안에서 공존하기 시작했을 때는 정말 흥미로운 순간이었죠.”
두에냐스는 1779년산 과다니니와 1719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인 ‘미켈란젤로’ 등 두 대의 명기를 쓴다. 그는 “과다니니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악기인 반면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놀라울 만큼 깊고 다채로운 음색을 지니고 있다”며 “악기도 때로는 ‘기분’이 달라지고 날씨에도 민감한 만큼 공연을 며칠 앞두고 어떤 악기로 연주할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채로운 음색과 뉘앙스에 끌리기에 바이올린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주려 한다”고.

콩쿠르 우승에 취하는 일은 경계한다. “우승이 한 예술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진 않는다”며 “요즘엔 나만의 개성과 작품 속 진실된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제 안의 목소리가 저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계속 탐구하고 싶습니다. 음악은 살아 있어야 하고, 관객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소음일 뿐이고, 아무 의미도 없겠죠.”
작곡도 계속 “실내악 더 많이 쓸래요”
오는 28일 나올 앨범인 <오마주 투 하이페츠>를 통해선 옛 거장과의 공존을 모색한다. 두에냐스가 바이올린 전설로 불리는 하이페츠에 대한 존경을 담아 준비한 작업이다. 두에냐스는 하이페츠가 실제로 썼던 스트라디바리우스로 하이페츠의 편곡 작품 일부를 녹음했다. “사실 녹음 전엔 그 악기로 일부러 많이 연습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바이올린을 완전히 제 걸로 만들어버리면 악기가 지닌 역사와 고유한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단 생각이 들어서요. 악기가 스스로 말하도록 두고 싶었습니다.”

연주와 작곡을 병행하는 일은 도전이다. “직접 무언가를 작곡해보면 아주 작은 선택 하나하나에도 훨씬 예리하게 의식하게 돼요. 그런 경험 덕분에 작곡가들이 작품 안에서 내린 결정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게 됐죠. 악보를 펼치면서 음악을 듣는 방식 자체가 이전과는 달라진 거죠. 전 음악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이미지, 풍경, 기억, 책의 한 구절, 특정한 분위기가 마음에 오래 남아 있다가 음악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두에냐스는 2024년 상영된 영화 ‘장례를 위한 준비’에 출연하며 스크린으로 활동 무대를 넓히기도 했다. 20세기 초에 활동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인 캐슬린 팔로의 여정을 되짚어보는 작품이었다. “남성 바이올리니스트가 중심이던 시대에 여성이란 점이 팔로의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게 됐어요. 전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탐구해보고 싶은 게 많습니다. 실내악을 더 많이 작곡해 보고 싶어요. 바이올린 협주곡도 써볼 수 있을까요? 혹시 모르죠!”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