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로봇과 미래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인공지능(AI)은 머리와 몸통이 분리될 수 있다. 따로 만들어 붙이기도 하고 떼어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자율주행 시장에 머리(지능)를 개발하는 빅테크 기업과 이동 수단이라는 몸통을 제조하는 완성차 업체, 둘을 결합한 완전체를 제작하는 기업, 이를 유상 운송에 투입하려는 서비스 플랫폼 기업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머리와 몸통을 모두 직접 개발해 운송 사업에까지 뛰어든 기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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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절대적인 시장 지배자가 없는 만큼 기업의 전략은 제각각이다. 구글은 자율주행 지능을 개발하되 차량은 중국 지커 등에서 조달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완성차에 100% 관세를 매겨도 개의치 않는다. 저렴한 하드웨어를 들여와 자체 지능을 얹어 무인택시로 활용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바이두는 지능과 이동 수단을 직접 결합한다. 자체 소프트웨어 기술에 제조사와 합작 법인을 세워 차량 생산에도 관여한다. 자율주행 완성차를 제작해 직접 택시 사업을 운영하거나 다른 운송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현대자동차와 일본 도요타 같은 전통 완성차 기업은 독자적인 지능 확보에 도전한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율주행차의 위탁생산을 해주는 방안도 염두에 둔다. 만약 엔비디아가 자체 브랜드의 자율주행차를 기획한다면 현대차나 도요타가 생산을 맡는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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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경쟁이 맞닿는 종착점은 유상 운송 시장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의 수익 모델이 단순 차량 판매에서 운행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능을 쥔 기업은 하드웨어를 외부에서 조달해 운송 서비스에 투입하면 되고, 차량 제조사 역시 소프트웨어 내재화나 협업을 통해 운행 수익을 노린다. 지금은 머리와 몸통을 각자 잘 만드는 기업끼리 손잡고 있지만,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하면 합종연횡과 인수합병(M&A)이 잇따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펼쳐질 M&A 경쟁은 단순한 덩치 키우기가 아니라 ‘누가 미래 이동 시장을 지배할 것인가’를 가르는 패권 싸움이다.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빅테크는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단숨에 확보하기 위해 중소 완성차 업체와 핵심 부품사를 통째로 인수할 수 있다. 반대로 제조 경쟁력은 갖췄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한 전통 완성차 기업은 생존을 위해 유망 AI 스타트업을 공격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이종 산업 간 거대한 이합집산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율주행 시장의 최종 승자는 머리(지능)와 몸통(하드웨어)을 완벽히 통제하면서 글로벌 유상 운송 네트워크를 선점하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 기술 완성도가 상향 평준화할수록 생존 경쟁은 연구개발(R&D) 현장이 아니라 자본시장과 M&A 협상 테이블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탐색전과 느슨한 동맹의 시대는 끝났다. 거대 자본과 독점 플랫폼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삼키는 잔혹한 ‘M&A 빅뱅’이 다가오고 있다.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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