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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쓰고 화장하는 소리꾼 이희문 "전통을 떠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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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쓰고 화장하는 소리꾼 이희문 "전통을 떠난 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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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으로 돌아왔다고 할 수는 없죠. 저는 한 번도 전통을 놓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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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꾼 이희문을 대중에게 각인시킨 모습은 ‘전통’이란 단어에서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것들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인 그는 화려한 가발과 짙은 화장, 파격적인 의상을 입고 경기민요를 록과 재즈 등 음악과 섞어 왔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런 이희문이 이번 무대에 오르는 모습은 대중의 인식과는 사뭇 다르다. 화려한 의상도, 밴드도, 마이크도 없다. 한복을 입고 한옥에 앉아 장구를 치며 경기12잡가를 부른다. 최근 서울 안국동 아름지기 한옥에서 만난 그는 “대중에게 다른 모습이 더 강하게 알려졌을 뿐 전통 공연은 계속 해왔다”며 “저한테는 두 작업이 늘 ‘투 트랙’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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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문은 30일까지 이곳에서 ‘이희문의 잡가잡담 <열흘한옥>’을 열고 있다. 2022년 한 달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며 경기12잡가를 완창한 ‘한달한옥’을 4년 만에 잇는 공연이다. 하루 공연 시간은 약 4시간. 노래만 불러도 2시간30분가량 걸리는 경기12잡가 사이사이에 곡에 얽힌 자신의 기억과 생각을 들려준다.


    이번에도 그는 공연 기간 한옥에서 실제로 먹고 잔다. 아침이면 직접 방을 쓸고, 가끔은 새벽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사다가 꽂는다. 관객에게 내놓을 떡을 찾으러 가는 것도 그의 몫이다.

    “꽃을 꽂고 다과를 준비하는 것까지 다 정성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이 공간에서 생활하고, 관객을 만나고, 노래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일련의 과정 전체가 ‘열흘한옥’의 스토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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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한옥을 다시 찾은 것은 수련을 위해서다. 과거엔 스승과 함께 산에 들어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온종일 소리만 익히는 ‘산공부’를 했다. 이제 스승은 나이가 들었고 자신도 제자를 가르치는 위치가 됐다. 스스로 수련할 시간을 일부러 만들지 않으면 좀처럼 그런 시간을 갖기 어려워진 것. 이희문은 “한옥의 자연스러운 울림 덕분에 제 소리를 제가 더 잘 들을 수 있다”며 “무리해서 소리를 해도 자고 일어나면 또 회복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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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격을 선보여왔던 그에게 전통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돌아갈 곳인 동시에 다시 출발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새로운 작업을 이어가도 다시 기본과 전통을 들여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곡을 두 번, 세 번, 다섯 번 반복해 부르다 보면 전에는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리고, 해내지 못했던 표현이 어느 순간 가능해진다고 한다. 그는 “전통을 다시 들여다보는 작업 자체에서도 창작이 일어난다”며 “어제 했던 소리를 오늘 똑같이 하는 게 아니고, 기본을 계속 갈고닦을 때 생기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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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을 대중에게 한층 가까이 가져온 것도 그의 작업이 거둔 성과다. 이희문에게는 ‘전통의 창조적 파괴자’ ‘B급인 척하는 S급’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곤 했다. B급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달갑지 않았지만, 그의 생각은 곧 달라졌다.

    “우리 전통예술이 어느 순간부터 너무 ‘선생님’ 같아져서 다가가기 어려워졌잖아요. 조금 낮춰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 의미로 생각하니 훨씬 좋아졌어요.”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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