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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프랑스 파리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2위 없는 1위'로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한 그가 24일 데뷔 앨범 '쇼팽·포레'를 냈다. 첫 음반 발매를 기념해 국내 무대를 준비 중인 그를 서울 통인동 크레디아클래식클럽에서 만났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세현은 건반 위에 음표를 새기듯 신중하면서도 정성스러운 호흡으로 첫 앨범에 대한 생각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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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음악을 공부할 때 음반 발매를 꿈꾸는데, 이 나이에 현실로 이뤄질 것이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요. 꿈이 현실이 돼서 실감나지 않기도 하는데, 한때를 기록으로 남길 수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날 간담회장에 마련된 피아노 앞에 앉아 앨범 수록곡 중 일부를 연주하던 모습에선 볼 수 없었던 수줍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렸다.

이날 김세현이 자주 언급한 표현 중 하나는 "마음이 가는 대로"였다. 이번 앨범 수록곡도, 다음 달 리사이틀 연주곡도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곡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앨범은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가곡 '꿈을 꾼 후에' 피아노 편곡 버전으로 문을 열고, 샤를 트레네의 샹송 '4월의 파리'를 편곡 버전으로 끝을 맺는다. 그 사이는 '뱃노래 1번'을 포함한 포레의 초기작과 쇼팽의 '12개의 연습곡(작품번호 25번)' 등이 채운다. 포레의 고향이자 쇼팽의 예술혼이 깃든 프랑스를 홀린 김세현다운 앨범 구성이다.
"그동안 깊이 다뤄온 쇼팽을 중심으로 두고 레퍼토리를 정했습니다. 쇼팽과 어울릴 작곡가를 고민할 때 포레가 떠올랐고요. 롱 티보 콩쿠르를 계기로 포레의 작품을 접하게 됐는데, 그 이후로 포레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포레가 쇼팽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두 작곡가의 작품을 한 앨범에 담아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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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티보 콩쿠르 우승 후 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파리의 에펠탑, 개선문, 루이비통재단 미술관 등이 모두 그의 무대가 됐다. 프랑스와의 강한 연결고리가 자칫 연주자로서의 스펙트럼을 제한하거나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까. 그의 대답은 겸손함 그 자체였다.
"부담이라기 보다는 정말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앨범을 녹음했을 때 제가 이 레퍼토리를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위대한 곡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굉장한 특권이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인 점에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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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은 문학도답게 작품을 공부할 때 시를 한 편씩 짓는다고 한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를 공부하면서 에튀드마다 하이쿠를 썼어요. 그걸 다시 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 다시 보진 않아요. 오히려 그 틀에서 벗어나 그날의 상황과 영감에 따라 연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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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영문학과 전공을 택한 이유에 대해선 "과거 작곡가들이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쓴 것도 많고, 기본적으로 문학과 음악 모두 스토리텔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떤 문학작품을 접했다고 갑자기 연주가 발전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문학작품이 소화되고 흡수됐을 땐 연주에도 그 영향이 천천히 나타나지 않을까 해요."
김세현은 "앞으로도 음악을 섬기는 마음으로 공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연주자가 보이는 게 아니라 작곡가가 보이는 연주를 하고 싶어요." 프랑스 작곡가를 넘어 독일, 오스트리아 작곡가의 세계도 탐구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음 앨범 계획에 대해선 "비밀"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날 실물로 선공개된 그의 데뷔 앨범은 다음 달 4일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