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동안 이처럼 보기 흉한 동물은 본 적이 없다.” 18세기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는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벌거벗고, 더럽고, 기괴한 식습관을 지닌 유인원을 ‘야후’라고 불렀다. ‘해냈다’를 뜻하는 영어 감탄사이기도 한 야후라는 단어는 짧고도 입에 착 감기는 발음 덕에 독자의 뇌리에 깊이 각인됐다. 야후는 소인국(릴리퍼트)과 하늘을 나는 섬 ‘라퓨타’, ‘기술의 인간 지배’를 상징하는 말들의 나라 ‘휴이넘’과 함께 스위프트의 대표적인 조어로 꼽힌다.1994년 스탠퍼드대 출신 벤처기업가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는 인터넷 포털 회사를 세우며 사명을 야후로 정했다. 초창기 인터넷산업이 직면한 거칠고 변화무쌍한 환경을 야수와 같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도전 정신으로 극복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ADVERTISEMENT
야후는 장르별 검색에 최적화된 디렉터리 검색 서비스를 앞세워 MSN,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등이 난립한 포털의 ‘춘추전국 시대’를 끝냈다. 1998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검색엔진에 등극했다. 2000년에는 시가총액이 1250억달러(약 172조5000억원)에 달했다.
철옹성 같던 야후를 무너뜨린 것은 스타트업 구글이었다. 강력한 검색엔진에 맞춤형 광고, 지메일, 구글 지도를 겸비한 옛 ‘하청업체’의 공세에 야후는 속절없이 왕국의 영토를 내줬다.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합병이라는 반격 카드가 실패한 뒤 쇠락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2016년에는 통신회사 버라이즌에 인수되며 사명을 빼앗기는 굴욕(‘알타바’로 변경)까지 맛봤다.
ADVERTISEMENT
2021년 투자회사에 매각되면서 옛 이름을 되찾은 야후가 ‘귀환’을 선언했다. 짐 랜존 야후 최고경영자(CEO)는 “오랜 역사를 지닌 야후는 젠지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빈티지’로 인식될 것”이라며 “인터넷 원조 브랜드를 다시 알리겠다”고 말했다. 야후가 꺼내든 무기는 30년간 구축한 자체 콘텐츠와 사용자 데이터, 검색 기록을 활용한 인공지능(AI) 기반 답변 엔진 ‘스카우트’다. 야후가 야성 가득한 이름을 되찾은 것처럼 ‘실지’도 회복할 수 있을까.
김동욱 논설위원 kimdw@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