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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5자리 업종코드에 갇힌 가업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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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5자리 업종코드에 갇힌 가업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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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8일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의 핵심 안건 중 하나는 ‘중소기업 재도약 지원 대책’이었다.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재빨리 찾아내 다시 일어서도록 돕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사양산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기업이 유망 신사업으로 ‘업종 전환’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 인력, 금융, 판로를 통째로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팽팽 돌아가는 산업·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해 코너에 몰린 중소기업인에겐 가물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완전히 다른 맥락의 정책이 나왔다. 올해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가업상속공제 얘기다.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상속세 절세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이유로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회사를 물려주는 부모의 경영기간(10년→30년)과 물려받은 자녀의 상속 후 경영기간(5년→10년)만 늘린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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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제조업, 도소매업 등 한국표준산업분류상 같은 대분류 안에선 업종을 마음껏 변경해도 공제 대상이지만, 앞으론 727개 세세분류를 기준으로 같은 업종을 유지해야 ‘안전하게’ 공제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예컨대 사무실 등에 쓰이는 일반 조명(세세분류코드 28422)을 만들던 기업이 하던 일만 계속하면 공제 요건이 되지만, 자동차 램프(28421) 업체로 변신하는 순간 세세분류가 달라져 가업상속공제심사위원회(위원장 재정경제부 1차관)의 심사 대상이 된다.

    재정경제부는 “업종 변경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심사 결과 불가피한 경우로 인정되면 허용한다”며 “경제 환경 변화로 인해 업종을 변경한 기업 중 기존 기술 활용 가능성, 고용 승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심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가진 기업인 입장에선 승인이 날 때까지 자신이 공제 대상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상속을 생각한다면 가능하면 업종을 유지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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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상속 하나만 보고 부모와 자녀 합쳐 수십 년간 같은 업종에 매달릴 수는 없는 터다. 그 업종이 중국에 밀려 설 땅을 잃은 전통 제조업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벼랑 끝에 내몰린 중소기업은 한둘이 아니다. 한국평가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재무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중소기업 11만 곳 중 딱 절반인 5만5000곳이 위기 징후 기업이다. 매출이 역성장하거나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곳들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런 기업 중 회생 가능성이 있는 곳을 선별해 유망 신사업으로 새출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연기관용 부품을 제작하던 신미정공이 정부 지원을 받아 전기차용 배터리 케이스 부품업체로 사업영역을 넓힌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가업상속공제 요건 강화는 정부가 기존에 추진한 산업정책 방향에도 들어맞지 않는다. 중요한 건 업종 유지가 아니라 기업의 영속성이다. 통계 작성 목적으로 만든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세세분류를 지킨 기업보다는 시장 변화에 맞춰 살아남아 고용을 늘리고 세금을 더 내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게 맞다. 더구나 심사를 통해 공제 여부를 결정하는 건 “납세 방법, 시기, 금액 등은 납세자는 물론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간단명료해야 하며, 징세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돼선 안 된다”는 애덤 스미스의 조세부과 4원칙 가운데 ‘확실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알짜배기 땅에 초대형 베이커리카페를 지어 10년 운영한 뒤 자녀에게 승계하면서 상속세를 안 내는 ‘꼼수 공제’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이유로 정상적인 기업의 사업 전환까지 위축시켜선 안 될 일이다. 정부가 지켜야 할 것은 다섯 자리 업종코드가 아니라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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