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많이 울었어요.”
서교림(20)은 지난해 웃는 날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루키라는 기대를 안고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마음처럼 성적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 전 이맘때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까지 19개 대회에 출전해 7차례나 커트 탈락을 겪으며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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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련은 그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뼈를 깎는 훈련으로 스윙과 멘털을 재정비한 서교림은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선수가 돼 돌아왔다. 지난 23일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BC카드·한경 제48회 KLPGA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가장 먼저 시즌 4승 고지를 밟았고,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까지 따냈다.
24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서교림은 당시의 혹독한 시련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신인상을 받긴 했지만, 제 경기력에는 전혀 만족하지 못했어요. 힘들 때마다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승리하는 거다’라는 감독님 말씀을 되새기며 버텼죠. 메이저 우승 순간 눈물이 왈칵 터졌는데, 그건 힘겨웠던 지난날을 보상받는 듯한 온전한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림솔대전’ 주인공은 나”
서교림은 남들보다 조금 늦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채를 잡았지만, 특유의 활동적인 성향과 승부욕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했다.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를 차례로 거치며 일찌감치 엘리트 코스를 밟은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은 메인 스폰서 삼천리의 든든한 지원 속에 탄탄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ADVERTISEMENT
성장의 가장 큰 기폭제는 스무 살 동갑내기 라이벌 김민솔이었다. 두 선수는 2023년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아부다비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을 합작한 절친이다. 하지만 엘리트 무대의 주인공은 늘 김민솔이었다. 아마추어 랭킹 1위를 내줬고, 프로 데뷔는 서교림이 빨랐지만 첫 우승도 김민솔이 먼저였다. 서교림은 “친구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면서도, 제 골프는 풀리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던 시기”라며 “제게도 반드시 기회가 올 거라 믿고 동계 훈련을 정말 독하게 버텼다”고 돌아봤다.
뼈를 깎는 훈련은 서교림을 완전히 다른 선수로 바꿔놨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승 없이 눈물짓던 그가 올해에만 벌써 4승을 쓸어 담았다. 특히 발목을 잡던 쇼트게임과 퍼트가 무기로 변모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107위(30.95개)였던 라운드당 평균 퍼트 수는 올해 2위(29.29개)로 껑충 뛰었다. 서교림은 “부족한 점을 채우니 간절하던 우승이 찾아왔다”며 “첫 승 이후 자신감이 붙으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여유도 생긴 것 같다”고 환하게 웃었다.
독하게 칼을 간 서교림은 올 시즌 투어를 김민솔과 양분하고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김민솔이 앞서가고 서교림이 맹추격하는 형국이었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서교림이 판을 완전히 뒤집었다. 4승 고지 선점은 물론 상금 랭킹, 대상 레이스, 평균 타수 등 전 부문에서 김민솔을 제치고 당당히 1위로 올라섰다. 서교림은 “어릴 때는 같이 프로에 데뷔해서 선두권에서 경쟁하는 상상을 했는데, 그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온 것 같다”며 “(김)민솔이와의 경쟁에서 이번엔 제가 앞서갔으니, 이 주도권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무대 평정한 뒤 세계로
서교림은 4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올 시즌 남은 9개 대회에 모두 출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 그는 더욱 압도적인 성적을 원했다. 자신의 롤모델인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처럼 말이다. 서교림은 “코다처럼 꾸준하게 우승 경쟁을 펼쳐 한 시즌 6승 이상을 거두는 압도적인 선수가 되고 싶다”며 “올 시즌 목표인 다승왕과 대상 수상까지 힘차게 내달리겠다”고 말했다.
최종 목적지는 세계 무대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겠다는 계획이다. 서교림은 “언젠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해 세계 1위, 명예의 전당 입회 등 최고가 되고 싶다는 꿈이 당연히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 쫓기듯 나가기보다는 우선 국내 투어를 완벽하게 정복한 뒤 더 큰 무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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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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