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한테 10개씩 발주 넣어달라고 부탁하면서 '남으면 제가 다 사겠다'고 했는데, 남기는커녕 부탁한 저도 겨우 구했습니다."
GS리테일의 모바일 앱 '우리동네GS'에 올라온 소비자들의 실제 구매 후기다. 안톤 체호프의 소설 이름을 딴 '사랑에 대하여' 빵 등의 재고를 찾아 편의점 원정을 떠나는 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민음사 빵 재고 찾기 꿀팁'까지 빠르게 공유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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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매대에 오른 '고전문학'과 '시집'이 2030 세대 마음을 흔들고 있다. 편의점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인기 캐릭터 IP(지식재산권) '오늘의 귀여움'과 손잡고 내놓은 베이커리 상품이 입고 직후 품절되는 등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21일 1차로 선보인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터드맛·3700원)'와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깨찰빵 솔티밀크맛·2700원)' 2종은 출시 직후 판매율 약 95%를 기록하며 GS25 전체 빵 카테고리에서 나란히 매출 1~2위에 올랐다. 이어 26일에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모티브로 한 '오만과 편견(모카번 우유크림맛·3700원)'과 허연 시인의 시집을 테마로 한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터드맛·2700원)' 2종이 추가로 선보여 총 4종의 라인업을 갖춘다.
'텍스트힙' 열풍

편의점 빵의 흥행 배경에는 활자를 개성 표현의 수단으로 여기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가 있다. 독서율 하락 속에서도 책은 지식 습득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소비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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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음사는 이 흐름의 중심에 선 대표적 브랜드다. '민음북클럽' 모집 당일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다. 김민경·박혜진 등 편집자들이 전면에 나선 유튜브 '민음사TV'가 큰 호응을 얻으며 브랜드 친밀도를 끌어올렸다. 여기에 고전과 시집 특유의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이 더해지며 '민음사 굿즈'는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소장 문화로 안착했다.
빵·랜덤굿즈·민음사…MZ 취향 저격한 3단 흥행 공식

GS25는 2030이 열광하는 핵심 키워드 세 가지를 한 번에 묶어냈다. '맛있는 디저트(빵)'에, 뜯는 순간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랜덤 굿즈(책갈피 깡)', 그리고 힙한 지적 감수성의 대명사인 '민음사(문학)'가 결합했다.
디저트 본연의 맛에 대한 호평도 흥행을 뒷받침하고 있다. 앱 리뷰에는 "굿즈 때문에 사는 빵은 맛없으면 유행이 금방 식는데, 이번 빵은 기본적으로 너무 맛있어서 계속 사 먹게 된다", "제발 품절시키지 말고 많이 생산해 달라"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문학에 귀여운 동물 캐릭터 '오늘의 귀여움'을 덧입혀 진입장벽을 낮췄다. 빵 봉지 안에는 총 20종의 미니 책갈피 굿즈가 '랜덤'으로 동봉돼 어떤 작품의 문장과 표지가 나올지 기대하며 봉지를 뜯는 재미를 선사한다.

책갈피 라인업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종과 시집 5종으로 알차게 구성됐다. 세계문학전집에는 《오만과 편견》, 《동물농장》, 《괴테와의 대화》, 《레 미제라블 1(부실감자/깜자)》, 《허클베리 핀의 모험》, 《폭풍의 언덕》, 《햄릿》,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에 대하여》, 《명심보감》, 《안나 카레니나》, 《자기만의 방·3기니》, 《변신·시골의사》 등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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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책갈피 역시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숲의 소실점을 향해》,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등 5편으로 채웠다.
유통가 '문학 브랜딩' 확산

유통업계가 문학적 서사를 입히는 사례는 점차 일상화되고 있다. 롯데웰푸드가 출판사 부크크와 협업해 시집 《피치 원 바이트》와 《청포도 필라멘트》의 감성을 담은 '애니타임 복숭아맛'과 '청포도캔디'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제품 패키지에 시집 표지 디자인과 글귀를 입혀 일상 간식에 서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문학이나 시집을 결합한 기획은 단순한 미각적 만족을 넘어 '취향 소비'를 즐기는 젊은 층에게 확실한 정서적 만족감을 준다"며 "제품 자체의 품질 경쟁을 넘어 브랜드에 독창적인 서사와 소장 가치를 부여하는 문학 마케팅은 유통가의 강력한 흥행 공식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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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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