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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뒤 텅 빈 연습그린 지킨 서교림-김민솔…'림솔시대' 열었다 [조수영의 구설(球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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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뒤 텅 빈 연습그린 지킨 서교림-김민솔…'림솔시대' 열었다 [조수영의 구설(球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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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총상금) 3라운드가 끝난 지난 22일. 해가 넘어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경기 포천시 포천힐스CC 연습그린을 떠나지 않은 두 선수가 있었다. 중간합계 1, 2위로 경기를 마친 스무살 동갑내기 서교림과 김민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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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경기는 낙뢰로 세시간 가까이 중단됐고, 재개된 후에도 굵은 빗줄기 속에서 진행됐다. 김민솔과 서교림이 3라운드를 마친 시간은 오후 7시, 따뜻한 물에 몸을 녹이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했을 테지만 둘은 다시 한번 퍼터를 잡았다. 선두를 지켜야 하는 서교림, 3타 차를 따라잡아야 하는 김민솔은 멀찍이 떨어진 채 말 한마디 나누지 않고 퍼팅에 집중했다. 30분 넘게 연습하고서야 그 둘은 코스를 떠났다.

    다음날 최종라운드의 주인공은 역시나 두 선수였다. 연장전까지 쫓고 쫓기는 승부 끝에 서교림이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날 결과는 단순한 1승에 그치지 않는다. KLPGA투어가 서교림·김민솔 투톱 체제로 완벽하게 재편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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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선수들에게는 무언가 다른 '한 끗'이 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올린 시간이다. 모든 것을 쏟아낸 듯한 순간에도 한번 더 퍼터를 잡고, 이제 충분하다 싶을 때에도 공 하나를 더 친다. 그 한 번은 지금 당장의 변화를 만들진 않는다. 다만 이 순간들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새로운 단계를 열어준다. 정상급 선수들의 화려한 순간 뒤에는 우리가 보지못한 수많은 '한 번 더'가 숨어있다.


    김민솔과 서교림은 엘리트 골프선수의 중요한 순간을 함께해 온 친구 사이다. 아마추어 대회에서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해왔고, 2023년 국가대표로서 한 방을 쓰며 세계선수권 대회 금메달을 합작했다.

    경쟁에서는 늘 한 수씩 주고 받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김민솔이, 정규투어 입성은 서교림이 앞섰다. 지난해 신인왕은 서교림의 몫이었지만 8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추천선수의 반란'으로 첫 승을 거둔 뒤 2승까지 차지한 김민솔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올해는 김민솔이 먼저 3승과 메이저 우승을 따냈다. 서교림은 5월 생애 첫 승으로 발동을 걸기 시작해 이번 대회로 4승을 거두며 김민솔을 앞질렀고 메이저 우승으로는 1대1 동점을 만들었다. 이들의 대결에는 '솔림대전', 혹은 '림솔대전'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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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벌은 상대를 이기고 나를 넘어서기 위해 '한 번 더'를 만들어 내는 동력이 된다. 서교림과 김민솔이 그렇다. 서교림은 "민솔이는 큰 자극과 동기부여가 되는 존재"라고 했고, 김민솔 역시 "교림이는 같이 시너지를 만드는 친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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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C카드·한경 KL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서교림과 김민솔의 치열한 경쟁이 생생하게 묻어났다. 3타 앞서 출발한 서교림이 흔들리자 김민솔이 역전했고, 서교림은 다시 따라붙었다. 18번홀에서 둘은 나란히 위기를 기회로 살리며 버디를 잡았고, 연장에서 서교림이 먼저 버디를 잡으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마지막까지 그를 거세게 몰아붙였던 김민솔은 승부가 결정되자 친구이자 라이벌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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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두 선수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 서교림이 이길 날도, 김민솔이 넘어설 날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경쟁이 기대되는 것은 단순한 승패 여부 때문이 아니다. 폭우 속 긴 하루를 마치고 모두가 떠난 골프장에서 치열하게 퍼트에 매달리던 두 사람은 서로를 동력으로 '한 번 더'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축적된 끈기와 승부욕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짜릿한 드라마를 만들며 두 선수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한국 여자골프에 '림솔시대' 그리고 '솔림시대'가 시작됐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공은 둥글고 그라운드는 평평합니다. 그렇기에 스포츠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조수영의 구설(球說)은 둥근 공이 만들어내는 스포츠 안팎의 사람과 시장의 이야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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