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의 압박으로 한때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줄였던 인도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다시 러시아로 눈을 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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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무역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 6~7월 러시아산 원유를 하루 평균 260만배럴 이상 수입했다. 지난 2월 하루 100만배럴까지 떨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넉 달 만에 2.6배로 불어난 것이다. 러시아산은 이제 인도 전체 원유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인도의 전체 원유 수입도 급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말 이란을 폭격한 이후 하루 평균 수입량은 500만배럴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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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떨어지자 값싼 원유를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고 공개 비판하자 수입을 축소했다.
그러나 중동 전쟁이 상황을 다시 뒤집었다. 워싱턴과 테헤란의 평화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공급이 줄면서다. 중동산 원유를 러시아산으로 대체할 필요성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도 걸프 지역의 공급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제재 면제 조치를 승인했다.
이번 사태는 인도의 고질적인 에너지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인도는 원유와 가스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 등 특정 지역에서 공급 충격이 발생하면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물가와 산업 생산, 정부 재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화석연료 의존도를 단기간에 낮추기는 쉽지 않다. 인도 정부 산하 싱크탱크 니티 아요그에 따르면 인도의 에너지 공급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석유는 28%다. 원자력 연료는 1.6%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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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원유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 가계의 취사 연료와 도시의 전력 공급까지 해외 에너지 공급망에 얽혀 있다. 인도 정부는 중동 전쟁 이후 정유사들에 액화석유가스(LPG) 생산 확대를 주문했다. 이에 하루 약 3만6000t이던 생산량이 5만t 이상으로 늘었다. 하지만 인도 가정에서 주된 취사 연료로 LPG 가스통을 사용하는 가구가 3억3000만가구를 웃돈다. 배관천연가스(PNG)를 공급받는 가구는 1750만가구에 불과하다.
국내 LPG 생산을 늘리는 것만으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도 어렵다. 인도에서 자체 생산하는 LPG는 전체 수요의 약 40%지만 이마저 대부분 수입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결국 원유 수입이 막히면 LPG 공급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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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가스 공급이 줄자 전력 부문에서는 석탄 의존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인도의 연간 석탄 생산량은 10년 전보다 70% 증가해 10억4000만t에 달했다. 탈탄소를 추진하면서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석탄 사용을 쉽게 줄이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수밋 리톨리아 케플러 수석분석가는 “이란 전쟁은 인도의 시급한 과제가 석유에서 벗어나는 것만큼이나 원유 공급원과 운송 경로를 다변화하는 것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의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비중은 달라지더라도 석유가 당분간 에너지 믹스의 핵심 축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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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