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뱅뱅~"·"빅뱅 이즈 백(BIGBANG is back)!"
23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9년 묵은 떼창이 천둥소리처럼 터져 나왔다. 데뷔 20주년을 맞아 뭉친 지드래곤·태양·대성과 오랜 시간 기다렸던 팬들의 뜨거운 재회 현장. 그곳에서 에너지를 아끼는 이들은 없었다. 무대 위 멤버들은 혼신을 다해 노래했고, 팬들은 30여곡 이상을 함께 부르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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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은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2026~2027 월드투어 'XX : 코스모스(COSMOS)'를 개최했다.
빅뱅이 콘서트를 여는 건 2017년 '라스트 댄스(LAST DANCE)' 이후 약 9년만, 정확하게는 8년 8개월 만이었다. 솔로 가수로서 각자의 활동에 집중해 왔던 멤버들은 올해 빅뱅 20주년을 기념해 그룹 활동 재개에 뜻을 모았다. 지난 4월 세계적인 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하며 컴백 예열에 나섰고, 이번 공연을 앞두고 지난 19일에는 신곡 '빅(BiiiG)'을 발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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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YG 패밀리 10주년 기념 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빅뱅은 이후 '거짓말', '하루 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K팝을 대표하는 그룹으로 활약해 왔다. 이들은 음악 외에도 스타일, 콘셉트, 프로듀싱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면서 빅뱅이라는 이름 자체를 하나의 장르로 만들었다.
신곡 '빅' 역시 공개와 동시에 음원차트 1위로 직행했다. 긴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굳건한 영향력을 보여준 것. 각 멤버가 솔로로 쌓아온 커리어가 빈틈없이 성실했던 덕에 가능한 성적이었다. 최정상급 아티스트만 공연할 수 있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3일 내내 가득 채운 이들은 빅뱅의 전성기가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줬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 21, 22일 공연에는 하루 3만5000명씩, 이틀간 총 7만여명의 관객이 동원됐다. 이날 마지막 회차까지 더하면 관객 수는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와우~ 판타스틱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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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꽃과 함께 첫 곡부터 히트곡이 나와 팬들을 열광케 했다. 귀가 얼얼할 정도로 강하게 꽂히는 밴드 연주에 맞춰 멤버들은 에너지 넘치게 노래했다. 이날 고양시는 30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이어졌지만, 팬들은 더위도 잊고 있는 힘껏 떼창하며 빅뱅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빅뱅은 히트곡 아닌 곡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한 시대를 풍미한 K팝 그룹이다. 명성에 걸맞게 '핸즈 업(HANDS UP)', '투나잇(TONIGHT)', '블루(BLUE)', '루저(LOSER)', '이프 유(IF YOU)', '배드 보이(BAD BOY)', '배배(BAE BAE)', '하루하루', '거짓말'까지 한 곡도 빠짐없이 전곡 히트곡 무대가 이어져 분위기는 단번에 절정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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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버 개인의 존재감이 뚜렷한 덕에 솔로 무대의 완성도 또한 상당했다. 대성은 시원한 록 사운드의 '유니버스(Universe)'로 시작해 '한도초과', '날 봐, 귀순'까지 부르며 그만이 가능한 유쾌한 에너지로 무대를 장악했다. 태양은 '배드(BAD)', '링가 링가'로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는 리드미컬한 '라이브 패스트 다이 슬로우(LIVE FAST DIE SLOW)'로 흥겹게 무대를 마무리했다.
지드래곤은 시작부터 남다른 카리스마로 관객을 압도했다. 무대 곳곳을 누비며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쏟아냈다. 카메라를 쳐다보는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예리했다. 빨간 슈트에 털모자를 매치하는 등 스타일링 또한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그가 왜 이 시대 최고의 스타로 불리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명곡이었다. 지드래곤은 '파워', '크레용', '삐딱하게'까지 세 곡을 내리 선보였다. 앞서 그는 빅뱅 멤버 중 유일하게 솔로로도 해당 장소에서 공연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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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재능이 모두 모이면 비로소 유일무이한 빅뱅이 됐다. 대표곡인 '뱅뱅뱅' 무대는 전주가 나오자마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스투핏 라이어(STUPID LIAR)', '맨정신', '위 라이크 투 파티(WE LIKE 2 PARTY)',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 등이 이어지며 장내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특히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건 이번 공연에서 최초 공개된 신곡 '빅' 무대였다. 다소 낮고 차분하게 전개되는 이 곡은 라이브 무대 위에서 더욱 빛을 냈다. 박력 있는 밴드 연주는 라이브의 퀄리티를 확 끌어올렸다. 어셔·포스트 말론·리한나 등과 호흡을 맞춘 와우 존스가 음악감독을 맡아 최정상 밴드 세션과 전곡 라이브 연주를 펼쳐 전율을 일으켰다.
빅뱅은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해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태양은 신곡 '빅'을 언급하며 "이 한 곡으로 끝나기엔 너무 '빅'이 아니지 않나. 이건 엑스스몰이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지드래곤은 "사실 (곡 작업을) 하면 바로 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성은 "형이 앉았다 일어나면 한 곡, 또 앉았다가 일어나면 두 곡이 나온다는 전설이 있다"고 거들어 기대감을 높였다.
태양은 8년 8개월 만에 공연을 재개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팔팔하게 88세까지 공연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해 박수받았다.
앙코르까지 히트곡으로 꽉 채워졌다. '천국', '붉은 노을', '마지막 인사' 등으로 계속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한 빅뱅은 발라드곡인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대미를 장식해 팬들을 눈물짓게 했다. 특히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는 탑 파트를 그대로 살려 그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달랬다.


빅뱅은 고양 공연을 시작으로 북미·유럽·오세아니아·아시아 등 전 세계 19개 도시에서 총 33회에 걸친 대규모 월드투어에 나선다. 향후 개최 지역이 추가되며, 규모는 더 확대될 예정이다.
이들은 K팝에 대규모 월드투어 개념을 이식한 시초격의 팀이다. 2012~2013년 첫 월드투어인 '얼라이브 갤럭시(ALIVE GALAXY)'를 통해 12개국 24개 도시에서 80만명, 2015~2016년 '메이드(MADE)' 투어로는 13개국 32개 도시에서 15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해외 아티스트 최초로 일본 6대 돔 투어 및 5년 연속 돔 투어 개최라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20년 차 VIP(공식 팬덤명)라는 오모(35) 씨는 "K팝이 지금 입지로 자리를 잡기까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아티스트가 빅뱅이라 생각한다"라며 "앞으로도 오래,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팬 김모(37) 씨 역시 "K팝을 세계에 알린 팀의 중심에 당연히 빅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빅뱅의 음악은 한 시대를 같이 걸어온 동반자로서 각별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중학생 때부터 팬이었다는 이모(34) 씨는 "중·고등학교 시절 내내 노래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빅뱅 콘서트를 가보는 게 버킷리스트였다. 티켓값이 100만원이어도 아깝지 않겠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도 멤버들과 같이 늙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