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2006년 1월 12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황 박사는 이 자리에 서울대 수의대 대학원생 20여 명을 대동했다. 위기에 몰린 그가 제자들을 ‘인간 병풍’으로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이 있었다. 이 중 외국인 학생이 줄잡아 서너 명은 돼 보였다는 것이다. 당시 국가 핵심 과학기술로 취급받던 인간 체세포 줄기세포 복제와 동물 복제 연구를 하는 황 박사 연구실에도 외국인 유학생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늘어나는 대학 기술 유출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3일부터 3회에 걸쳐 <대학 ‘기술 안보’가 흔들린다> 시리즈를 연재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연구 데이터를 무단 반출하거나 해외 기업이 대학을 거점으로 기술을 빼돌리는 등 대학의 현실을 고발했다. 반향은 컸다. 보도가 나간 후 청와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경찰청 등과 회의를 열어 대학 기술 유출과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경찰청은 기술 유출 피해 상담 및 첩보 수집 역할을 하는 산업보안협력관 인력 증원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외국인 유학생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유학생은 2020년 10만1810명에서 2023년 15만2094명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0만 명을 돌파해 21만9571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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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달아 대학 기술 유출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은 135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대학·연구소에서 유출된 사례가 13건(9.6%)이었다. 보안업계와 수사당국은 드러나지 않은 이른바 ‘암수 범죄’를 합치면 수치가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유출 사실이 알려지면 대학 평판이 떨어질까 봐 쉬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 출입국 관리도 허술
이런데도 대학 연구 보안은 여전히 취약하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대학원 연구실에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직속 대학 출신 유학생이 아무런 신상 검증을 받지 않고 합류했다가 돌연 고국으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정부는 2024년 ‘제5차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학을 기술 보호의 ‘약한 고리’로 지목했다. 당시 산업기술 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보안 역량은 91.9점, 중소기업은 76.8점인 데 비해 대학은 67.2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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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입국 관리도 허술하다.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외국인을 가려내는 출입국·외국인청에는 기술 안보를 전담으로 심사하는 조직이 없다. 미국 국무부는 출입국 심사 과정에서 기술 유출 위험성을 검토해 민감 기술 분야 연구자의 비자 발급을 제한한다.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대학은 서둘러 연구 보안 체계를 보완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술 유출 우려가 있는 외국인 유학생은 출입국 단계에서부터 걸러내야 한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가가 흔들린다. 기술 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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