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농산물 가격이 일주일 새 크게 엇갈렸다. 폭염에 가격이 치솟았던 상추와 열무는 출하량이 회복되며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한동안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낮았던 토마토는 40% 넘게 뛰었다. 폭염과 집중호우, 산지 이동이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한경프라이스 플랫폼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의 중도매인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9일 토마토 상품 5㎏ 가격은 1만8800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12일 1만3000원과 비교하면 44.6% 올랐다. KAMIS 도매가격은 전국 주요 도매시장 중도매인 상회에서 소상인과 실수요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을 조사한 수치다.
ADVERTISEMENT
토마토 가격 상승세는 다른 도매시장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토마토 특품 5㎏ 평균가격은 지난 12일 1만223원에서 19일 3만5672원으로 뛰었다. 완숙토마토 상품도 같은 기간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토마토값 급등은 연초부터 계속 가격이 높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저가 상태에서 빠르게 정상화되는 과정에 가깝다. 올해 토마토는 재배면적 증가와 양호한 작황으로 출하량이 늘면서 지난 7월 도매가격이 5㎏당 평균 1만160원까지 떨어졌다. 전년보다 27.9%, 평년보다 36.4% 낮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토마토 등 과채류 가격이 통상 5~6월 저점을 찍고 7월부터 오르는 데다 7~8월에는 폭염과 집중호우 영향으로 가격 변동폭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반대로 지난주까지 비쌌던 잎채소와 일부 여름 채소 가격은 크게 떨어졌다. 청상추 상품 4㎏ 가격은 3만원에서 1만9000원으로 일주일 만에 36.7% 하락했다. 열무 4㎏도 1만5000원에서 1만600원으로 29.3% 떨어졌다. 취청오이는 50개 기준 2만5300원에서 2만600원으로 18.6%, 수박은 한 통에 2만3000원에서 1만9300원으로 16.1% 각각 내렸다.
해당 품목은 이달 초 폭염으로 가격이 빠르게 오른 품목들이다. 지난 11일 상추 소매가격은 100g당 1230원으로 한 달 전보다 31.3% 뛰었고, 시금치와 깻잎 등 엽채류 가격도 크게 올랐다. 고온에 취약한 엽채류의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었다. 이후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줄고 산지 출하 상황도 달라지자 도매가격이 빠르게 조정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이 오른 품목도 토마토만은 아니다. 저장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후지 사과는 10㎏ 기준 7만6000원에서 9만원으로 18.4% 올랐다. 수입 세척당근은 10㎏에 7830원 수준에서 9160원으로 17.0%, 난지형 대서 피마늘은 4만9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16.3% 상승했다.
다만 후지 사과 가격 상승을 전체 사과 가격 급등으로 보기는 어렵다. 현재 시장의 주력 품종이 저장 후지에서 올해 생산된 햇사과로 교체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조생종 사과는 출하량이 전년보다 20.5% 늘면서 8월 중순 도매가격이 오히려 전년보다 18.1% 낮다. 올해 전체 사과 생산량도 전년보다 8.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ADVERTISEMENT
농산물 가격의 방향이 일제히 오르거나 내리는 대신 품목마다 엇갈리는 것은 여름철 특유의 짧은 생산 주기와 기상 민감도 때문이다. 같은 폭염이라도 품목별 생육 단계와 출하지 이동 시기가 달라 공급량 변화가 며칠 사이 가격에 크게 반영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름 농산물은 한 차례 비가 오거나 산지 출하량이 달라지는 것만으로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며 “최근처럼 기상 변동성이 큰 시기에는 품목별 가격 차별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