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시원 방 안에 욕조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비판 여론이 커지자 재검토에 들어갔다. 최근 폐기 버스를 청년 주거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논란 끝에 철회된 데 이어, 이번에는 고시원을 1인 가구 주거공간으로 활용하려는 규제 완화가 도마에 올랐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는 2015년 이후 금지된 고시원 호실 내 욕조 설치를 허용하고, 책상 등 학습시설 설치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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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최근 고시원이 1인 가구 주거공간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안전과 무관한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규제 개선 건의를 반영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행정예고 이후 반발이 잇따랐다. 좁은 고시원 방에 욕조를 설치할 수 있게 하면 주거 환경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과 월세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곰팡이와 위생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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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반응은 더 싸늘했다. 실제 거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욕조가 아니라 취사와 환기, 방음, 화재 안전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용 취사실을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불편은 그대로 두고, 정작 월세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는 시설만 허용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국토부는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행정예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해당 규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폐버스 청년주택' 논란도 있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초 폐기되는 버스를 리모델링해 대학가 청년들의 단기 주거공간으로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하지만 청년 주거난을 임시방편으로 바라본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글을 삭제하고 사과했다.
실수요자들의 공분을 사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출발점은 주거난이다. 도심 주택 공급에는 시간이 걸리고, 청년과 1인 가구의 월세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 하지만, 논란은 매번 같은 지점에서 터진다. '집이 아닌 공간'을 손봐 주거 대안이라고 부르는 순간 주거 질 논란이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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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택을 주거 현실에 맞춰 제도권 안으로 끌어오는 시도 자체가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주거난 해법이 '최소한의 집'을 넓히는 방향이 아니라 '집이 아닌 공간'을 그럴듯하게 고치는 방식으로 비칠 때다. 고시원에 욕조를 놓을 수 있게 한다고 고시원이 원룸이 되는 것은 아니고, 폐버스를 개조한다고 청년주택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의 방향을 다시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시원을 실제 주거공간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 욕조 허용보다 면적, 환기, 방음, 피난, 화재 안전 기준을 먼저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가구 주거 수요를 흡수하려면 시설 하나를 더 넣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 주거 기준과 안전 기준을 함께 끌어올리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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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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