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이 되면 다리가 퉁퉁 붓는다', '계단을 오를 때 예전보다 부쩍 숨이 찬 증상이 심해졌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라고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되면 심장 기능이 망가진 심부전 신호일 수 있다.
김무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3일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을 나이 탓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며 "증상이 반복되면 심장 검사를 받아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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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은 분당 60~100번 수축과 이완 운동을 반복하면서 온몸에 피를 보낸다. 심부전은 이런 기능이 망가져 온몸에 필요한 만큼 피를 보내지 못하는 상태다. 심장이 수축하는 힘이 약해져 심부전으로 이어지는 환자가 많다. 수축 기능은 유지돼도 심장이 충분히 이완하지 못해 심장 속에 혈액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환자도 흔하다.
원인은 다양하다. 오랫동안 고혈압 상태가 이어지거나 관상동맥질환을 앓고 있어 심장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 발생할 수 있다. 심근경색을 앓고 난 뒤 후유증으로 심부전이 생기기도 한다. 부정맥과 심장판막 질환도 심부전의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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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심부전학회의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23년 기준 3.41%다. 국내 환자만 175만명에 이른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환자도 계속 증가흔 추세다.
심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9%, 10년 생존율은 66%다. 상당수 진행성 암보다도 낮은 생존율이다. 국내 심부전 환자 중 입원 치료 받는 환자는 47.3%로, 상당수는 치료가 필요하다. 한 번 입원한 뒤에도 증상이 악화해 다시 입원하는 일이 흔하다. 초기 증상을 놓치지 않고 조기 진단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심부전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 증상은 호흡곤란이다. 초기엔 계단을 오르거나 가파른 언덕 등을 오를 때 유독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한다. 질환이 악화하면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아도 숨이 찬 증상을 호소한다. 자다가 숨 찬 증상 탓에 깨기도 한다.
부종도 흔한 증상이다. 혈액이 전신으로 고루 퍼지지 못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주로 저녁이 되면 발과 다리 등이 붓는다. 며칠 새 특별한 이유없이 체중이 1~2㎏ 넘게 늘기도 한다. 체액이 잘 빠져나가지 않고 몸에 쌓이고 있다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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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기운이 없어 일상 활동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환자도 많다. 마른기침, 쌕쌕거리는 숨소리, 소화불량, 식욕 부진 등도 심부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다.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심장 초음파와 혈액 속 나트륨이뇨펩티드 수치 검사 등을 통해 심장 기능과 심부전의 유형을 확인한다. 이후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 방향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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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목표는 심부전 진행을 늦추고 입원·사망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 최근엔 여러 계열 약을 함께 처방해 환자 증상을 잡는 치료를 한다. 혈관을 넓혀줘 혈압을 낮추는 레닌-안지오텐신계 억제제, 교감신경을 억제해 심장 부담을 줄여주는 베타차단제, 몸 속 염증을 줄이고 혈압과 체액을 조절하는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 길항제,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막아 배출을 돕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등을 함께 쓴다.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악화하면 혈관을 넓히고 심장 기능을 돕는 가용성 구아닐레이트 시클라제(sGC) 자극제 '베리시구앗' 등을 활용한다. 말기 심부전이라면 좌심실보조장치(LVAD, 엘바드)를 이식해 약해진 심장 펌프 기능을 보조해준다. 심장 이식 수술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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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전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일부 환자에게서 저혈압, 어지럼증, 신장 기능 변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상반응을 조절하기 위해 저용량부터 단계적으로 약물 용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혈액검사도 주기적으로 필요하다. 신장 기능과 전해질 수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약물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환자가 임의로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김 교수는 "겉으로는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여도 심장 기능이 다시 나빠질 수 있다"며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정기적으로 심장 기능을 확인하는 게 심부전 관리의 핵심"이라고 했다.
생활습관도 관리해야 한다. 짠 음식을 많이 섭취하면 몸 속에 수분을 잡아둬 심장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저염식을 유지해야 한다. 매일 아침 같은 조건에서 체중을 확인하고 2~3일 사이 1~2㎏ 이상 증가했다면 몸에 물이 차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좋다.
김 교수는 "진단 후엔 처방받은 약을 임의로 조절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심장 기능을 확인해야 한다"며 "전문의와 함께 꾸준히 관리한다면 심부전과 함께 오랫동안 건강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