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동물의 시간은 어떻게 흐르는가>를 쓴 저자는 이런 장면을 수없이 지켜본 수의 종양내과 전문의다. 죽음에 가까워진 동물과 그 곁에서 슬퍼하는 보호자를 상대하는 것은 그의 일상이었다.ADVERTISEMENT
그러던 어느 날 의사와 환자의 자리가 뒤바뀐다. 51세에 자신이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평생 암을 다뤄왔으니 누구보다 침착할 법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저자는 암이라는 단어조차 두려워 ‘C’라고 부른다. 항암치료와 탈모를 걱정하고, 사람들이 자신을 환자로 바라볼까 불안해한다. 암에 관한 지식은 많았지만 암 환자로 살아가는 법은 알지 못했다. 그때 그의 곁을 지킨 것이 자신이 치료해온 동물들이었다.
책에는 저자의 반려견 뉴턴을 비롯해 수많은 네 발 달린 환자가 등장한다. 열네 번째 가족여행을 앞둔 골든리트리버 코스모, 도움이 필요한 아이의 정서지원견 데이지, 은퇴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경찰견 프래니 등이다. 이들의 사연은 질병에 관한 사례집이라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우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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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선명한 가르침은 ‘현재’에 관한 것이다. 인간은 진단을 받는 순간 아직 오지 않은 고통과 죽음까지 미리 끌어와 괴로워한다. 동물은 다르다. 몸 안에 종양이 있어도 맛있는 것을 먹고, 헤엄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달려간다. 내일을 모르는 것은 인간과 마찬가지지만 그 때문에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의 암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된 것도 자신이 오랫동안 진료실에서 목격해온 이 태도다.
저자 역시 자신의 반려견 뉴턴이 암이 퍼져 먹는 것조차 거부하자 그동안 수많은 보호자에게 건넸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진다. ‘이 아이는 아직 삶을 즐기고 있는가.’ 결국 가족은 뉴턴의 고통을 끝내주는 선택을 한다. 건강과 좋은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따뜻하고 솔직한 책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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