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모아 조성하는 200조원 안팎의 미래대응기금은 3대 메가프로젝트와 차세대 산업에 투자한다. ‘반도체 이후’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종잣돈으로 쓴다. 미래대응기금은 재정의 악순환 기능도 완화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경기 호황기에 정부는 불어난 세수를 바탕으로 지출을 늘려 경기를 더 달궜다. 반대로 불황기에는 재정 씀씀이를 급히 줄여 경기가 더 위축됐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여윳돈을 나랏빚 상환보다 정부 주도 투자에 우선 투입하고, 국회 통제가 비교적 느슨한 기금으로 운용한다는 점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예산처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열고 미래대응기금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세수가 남을 때 저장해뒀다가 부족할 때 쓸 수 있는 재정 곳간을 마련하겠다”며 “잠재성장률 반등을 뒷받침하는 전략적 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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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의 핵심 재원은 ‘추가 세수’다. 내년도 내국세 세입예산에서 최근 10년간의 증가 추세를 반영한 기준액을 뺀 금액이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같은 경제구조 변화로 평소보다 더 걷힌 세금을 일반 지출에 쓰지 않고 기금에 넣겠다는 방침이다.
추가 세수의 기준이 되는 2027년 내국세 추세치는 2025년 내국세 결산액에 최근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을 두 차례 적용해 산출했다. 2025년 내국세 결산액은 330조2000억원, 2015~2025년 내국세 연평균 증가율(6.1%)을 적용한 내년 내국세 추세치는 371조7000억원이다. 여기에 내년 국세 수입은 550조원 안팎으로 국세 가운데 내국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90~95%로 적용하면 내년 내국세는 495조~522조5000억원이다. 여기서 추세치 371조7000억원을 빼면 추가 세수는 123조3000억~150조8000억원으로 계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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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다음달 세입 재추계를 통해 확정할 올해 초과 세수는 50조원 안팎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더하면 추가·초과 세수만 173조~201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세계잉여금을 법정 절차에 따라 정산하고 남은 재원과 교육교부금 개편에 따른 재원도 미래대응기금에 전입하는 만큼 총규모는 200조원 안팎으로 불어날 수 있다.
내년 국세 수입이 500조원에 그치면 추가·초과 세수는 128조~153조원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국세가 600조원까지 늘면 218조~248조원으로 증가한다.
공식 기금 규모는 세목별 세입예산과 올해 세입 재추계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기금 규모를 다음주 발표하는 2027년도 예산안과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고 세수가 예상보다 많이 걷히면 기금 규모가 폭증할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장기 추세를 웃도는 추가 세수와 매년 발생하는 초과 세수 등을 기금에 계속 적립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래대응기금은 총괄계정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네 개 사업계정으로 구성된다. 추가·초과 세수는 총괄계정에 먼저 쌓은 뒤 분야별 사업계정에 배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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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성장동력이다. 정부는 프론티어급 AI와 피지컬 AI, AI데이터센터(AIDC) 등을 지원해 한국을 AI 3강으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에도 기금을 투입한다. 반도체 이후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자로(SMR), 핵융합, 우주·항공, 양자, 첨단바이오 등 7대 ‘SEED’ 기술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청년계정은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 결혼·출산·양육을 묶어 지원한다. 첨단산업 직업훈련과 일 경험을 확대하고 청년주택 공급과 월세·전세·자가로 이어지는 주거 사다리를 구축한다.
지방계정은 지역 성장거점과 생활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다. 농어촌 기본소득 확산과 지방정부 재정 지원도 추진된다. 교육·인재계정은 이공계 인재 양성과 해외 우수 인재 유치, 대학 경쟁력 강화, 영유아 및 고등·평생교육에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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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기금 여유자금을 전담 운용기관에 맡겨 채권과 주식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목표수익률은 국채를 상환해 아낄 수 있는 이자보다 높은 수준으로 잡았다. 세수가 장기 추세를 밑돌면 기금에서 일반회계로 돈을 넘겨 세수 결손을 메우는 안전판 역할도 맡는다.
논란도 예상된다. 기금은 국회 승인 없이도 사업비의 20% 범위에서 지출 계획을 바꿀 수 있어 통제가 느슨한 '재정 쌈짓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추가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투자하기보다 재정 건전성을 위해 국채 상환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예산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장치”라며 “국채 이자율 이상의 수익을 내면서 세수 부족 때 재정을 보강하는 역할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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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