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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향기와 전민철이 뛰노는 '백조의 호수'는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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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향기와 전민철이 뛰노는 '백조의 호수'는 눈이 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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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가 발레 '백조의 호수'를 처음 세상에 내놓았던 것은 1877년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이었다. 초연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음악이 너무 교향악적이라 발레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이 이어졌고 서툰 안무와 부실한 무대 장치까지 겹치면서 대중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차이콥스키가 개척한 극적인 음악성은 훗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를 만나면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게 됐고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 발레의 최고 명작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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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콥스키가 꿈꿨던 예술적 완성도는 14일부터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무대를 통해 완벽하게 재현되고 있다. 16일과 19일 공연은 특히, 수석무용수 홍향기(37)와 마린스키 발레단의 퍼스트 솔리스트 전민철(22)의 만남으로 개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19일 두번째 합을 맞춘 두 무용수는 가슴 시린 순애와 강렬한 카리스마가 교차하는 무대로 관객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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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번 무대는 주역들의 열연뿐만 아니라 유니버설발레단 군무진의 저력을 유감없이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1막 호숫가 장면에서 펼쳐진 백조들의 군무, 소위 '백색 발레(발레 블랑)'는 무용수들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완벽한 호흡으로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이어 2막 무도회 장면에서 절망에 빠진 왕자와 오데트를 배경으로 무대를 에워싼 18마리의 백조와 흑조 군무는 극의 비극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며 왜 유니버설발레단이 세계적인 수준의 군무를 자랑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공연의 백미는 단연 2막. 1막에서 애절하고 처연한 오데트로 관객을 숨죽이게 만든 홍향기는 흑조 오딜로 변한 순간 다른 사람이 됐다. 뇌쇄적 시선과 도발적 미소, 동시에 깔끔한 테크닉으로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을 뽐냈다. 클라이맥스에서 선보인 32회전 푸에테는 완벽한 회전력과 속도감은 물론 흔들림 없는 밸런스까지 챙겨 관객의 박수와 탄성을 이끌어냈다.




    절정은 지그프리드 왕자가 흑조 오딜에게 속아 사랑을 맹세한 직후 찾아왔다. 왕자의 서약에 비웃음을 던지듯 오딜이 백합을 차갑게 내던지는 순간은 이번 공연의 가장 강렬한 씬이었다. 왕자의 절망과 속임수를 성공시킨 오딜의 싸늘한 승리가 교차하며 극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무용수들의 열연으로 선과 악이라는 고루한 클리셰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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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여름, 러시아 명문발레단인 마린스키에 입단한 전민철은 지난 1년간의 훈련과 경험이 무엇이었는지를 무대 위에서 증명했다. 2024년 '라 바야데르', 2025년 '지젤'을 통해 유니버설발레단의 전막 공연에 섰던 그는 소년의 풋풋함을 벗어던진 모습이었다. 체공 시간이 긴 고난도 점프, 탄탄한 코어를 바탕으로 이뤄진 회전은 극장 가득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러시아 현지에서도 호평받았던 팔과 상체의 부드러운 곡선 처리, 무대를 크게 쓰는 과감한 공간 활용은 마린스키의 프로 무대에서 그가 몇차원 더 진화했음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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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게스트 아티스트인 전민철을 향한 큰 관심 속에서 객석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백조와 흑조를 오간 홍향기의 압도적 존재감이었다. 무대의 진짜 주인공은 발레리나 홍향기라 부를 만했다. 노련한 연기력과 완벽한 테크닉으로 그가 왜 '프리마'로서 이 발레단에서 롱런하고 있는지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무대였기 때문. 전민철이라는 기대감을 지나 공연이 끝날 때엔 홍향기라는 이름이 각인되기에 충분한 밤이었다. 또 다른 주역 페어들의 케미스트리가 빛나는 유니버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어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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