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며 신규 마약류로 지정된 에토미데이트를 해외에서 대규모로 밀반입해 전자담배 카트리지 형태로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찰은 밀수, 유통책과 투약자 등 32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13명을 구속하고, 시가 12억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2㎏과 범죄수익 1억2000만원을 환수했다. 에토미데이트가 신규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첫 대규모 검거 사례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에토미데이트 밀수, 유통 조직 3개 일당과 판매책, 매수·투약자 등 모두 32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밀수입 가담자 6명 중 3명, 유통책 15명 중 10명이 각각 구속됐고 매수·투약자 11명도 검거됐다. 해외에서 밀수를 지휘한 총책 1명은 인터폴 적색수배됐고 다른 해외 총책 1명에 대해서도 국제 공조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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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시가 약 12억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2㎏과 소분에 사용하려던 빈 전자담배 카트리지 1400개를 압수했다. 압수한 에토미데이트는 카트리지 약 200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으로, 카트리지 1개당 약 6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수면마취제로 이른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린다. 정부가 마약류로 지정하면서 지난 2월부터 관련 규정이 시행됐다. 경찰은 시행 직후부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을 중점 수사 대상으로 정해 약 6개월간 단속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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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된 일당은 기존 마약 조직과 달리 마약 전과가 없는 에어컨 설치기사와 타투이스트, 택배기사, 전직 선원 등 일반인이 점조직 형태로 범행에 가담한 것이 특징이다. 경찰에 따르면 에어컨 설치기사 A씨는 지난 6~7월 태국에 체류 중인 친척의 제안을 받고 친한 후배를 운반책으로 끌어들여 두 차례에 걸쳐 에토미데이트 1㎏을 화장품 용기에 숨겨 인천공항으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타투이스트 B씨는 지난 1~2월 태국과 한국을 오가는 태국인 여자친구와 택배기사인 후배에게 범행을 제안해 에토미데이트 500㎖를 섬유유연제 팩에 숨겨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돈을 벌 목적으로 범행을 직접 기획하거나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통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 불법 유통되던 에토미데이트는 주로 제약사가 제조한 주사제 앰플 형태였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해외에서 밀수한 원액을 전자담배 액상 카트리지에 넣어 판매한 사례가 대거 확인됐다. 전자담배처럼 간편하게 흡입할 수 있고 길거리나 유흥업소 등에서도 주변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압수된 제품에서는 인체에 사용되지 않는 동물용 마취제 성분까지 검출됐다. 경찰이 한 유통책에게서 압수한 에토미데이트를 감정한 결과 비마약성 동물용 마취제인 메데토미딘이 함께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데토미딘은 인체에 투여할 경우 저혈압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에토미데이트와 함께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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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토미데이트 자체도 남용할 경우 부신피질 기능을 떨어뜨려 코르티솔 등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고 급격한 혈압 저하나 심박수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한 경우 쇼크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경찰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마약류가 아닌 유사 약물을 임의로 섞어 판매하는 사례가 확산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에토미데이트 국내 대규모 유통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법무부에 법 개정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현행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향정신성의약품인 에토미데이트를 수출입하거나 제조하는 행위는 일정 요건에 따라 가중처벌할 수 있지만 국내 대규모 유통 행위 자체를 별도로 가중처벌하는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경찰은 세관 등 관계기관과 공조해 해외 밀수 단계부터 국내 유통망까지 액상형 신종 마약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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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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