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핸 최고경영자(CEO)가 분기 실적발표 때마다 일부러 난해한 희귀 단어를 대본에 끼워 넣는 비밀 게임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복잡한 금융지표와 규제비율에 더해 CEO가 던지는 생소한 어휘까지 해석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6세인 모이니핸 CE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특정 단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을 스스로의 과제로 삼고 있다. 단어는 마지막 순간 무작위로 정해져 준비된 원고에 들어가며, 사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이런 게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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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니핸 CEO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다’는 뜻의 ‘gainsay’를 여러 차례 썼다. 한 분기에는 자문인력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수수료 기반 자산도 ‘concomitant’, 즉 함께 수반돼 증가했다고 표현했고, 다른 분기에는 불안하거나 초조하다는 뜻의 ‘fantods’를 사용해 자신은 그런 상태가 아니라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대변인은 모이니핸 CEO가 도전을 좋아하고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며 이를 “ludically noetic”이라고 표현했다. 장난스럽지만 지적인 성격이라는 의미다. 모이니핸은 대체로 실적발표 한 번에 희귀 단어 하나를 넣지만 때로는 한 문장에 여러 개를 몰아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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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예리한 애널리스트라면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등의 논의가 지출 증가 둔화로 ‘fructify’될지 궁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문장에는 통찰력이 있다는 뜻의 ‘perspicacious’와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의 ‘fructify’가 함께 들어갔다. 은행 임직원들 역시 콜이 끝난 뒤 어느 단어가 모이니핸 CEO가 일부러 바꿔 넣은 표현인지 찾아보곤 한다.
모이니핸 CEO는 변호사 출신으로 브라운대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현재 이 대학 총장을 맡고 있다. 주변에서는 그가 사진처럼 기억하는 능력을 갖춘 지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신중하고 규율이 강하고 끊임없이 일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0년 켄 루이스 전 CEO가 비판 속에 물러난 뒤 외부 후임자 영입이 실패하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 수장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한때 ‘우연히 CEO가 된 인물’로 불렸지만,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위험을 줄이고 경영을 안정시키며 지배력을 굳혔다.
모이니핸 CEO는 과거 정부 구제금융으로 이어졌던 공격적 성장 전략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책임 있는 성장’을 강조해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가는 최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최근 수년간 일부 경쟁사보다 낮은 성과를 냈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후계구도도 논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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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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