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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엔 조약돌, 벽에선 폭포 소리…공예 전시장이 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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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엔 조약돌, 벽에선 폭포 소리…공예 전시장이 산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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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천동 도모헌 전시장 바닥에는 조약돌과 마른 짚이 깔려 있다.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맞은편 벽에서는 폭포 소리가 쏟아지는, '공예 전시'가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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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공진원)의 순회전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의 영남권 전시 '영남율려(嶺南律呂)'가 지난 11일 개막했다.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은 공예 명작 600여 점을 들고 전국 4개 권역 전시장 13곳을 도는 순회전으로, 영남은 충청과 호남·제주에 이은 세 번째 권역이다. 기획은 공예평론가 홍지수 큐레이터가 맡았다.

    도모헌은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옛 부산시장 관사를 고쳐 2024년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참여 작가는 32명, 작품은 143점. 제목의 '율려'는 전통 음악의 음높이 체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영남의 산과 강, 바다가 만들어낸 리듬을 공예의 선과 결로 옮겼다는 뜻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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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4부로 짜였다. 영남 선비문화의 절제를 보는 '아정한 풍취', 지리산과 섬진강을 따라가는 '생태율', 반복되는 손기술을 모은 '올과 결', 바다로 열리는 '만경창파'다. 1부에는 옛 선비의 사랑방에 놓였을 법한 물건들이 나왔다.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는 고목과 비단 모시, 밀랍으로 길이 4m짜리 매화를 세웠다. 궁중에서 꽃을 만들던 기법을 설치미술로 키운 작업이다.




    최성우는 어머니 황수로에 이어 지난해 대를 이어 보유자가 됐다. 울산시 무형유산 모필장 김종춘은 필방 옆 대밭 줄기를 붓대로 삼아 만든 붓을, 서도식은 금속판을 망치로 수없이 두드려 부풀린 '보름달(滿月)'을 내놨다. 이영호와 한정용의 백자, 양점모의 나전 삼단합도 함께 걸렸다.

    2부는 지리산과 섬진강이다. 청오 김용회는 지리산 자락의 오래된 한옥과 폐교를 해체하며 모은 고재(古材)로 찻상을 짰다. 김전욱은 30년 넘은 통나무를 깎아 불에 그을린 뒤 천연 밀랍과 함께 끓여내는 지리산 사찰의 '밀랍 담금' 기법으로 검은 목기를 빚었다. 부산공예명장 이용기는 먹감나무를 깎아 옻칠하고 자개와 금속으로 가지와 댓잎을 붙여 전시장에 대숲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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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리를 직접 끌어들인 작업도 있다. 정만영은 3년 동안 전국의 폭포를 찾아다니며 물소리와 이미지를 채집했다. 이번에 내건 '사운드 포토'는 경남 양산 홍룡폭포의 사진에 그 자리에서 녹음한 물소리를 포갠 작업이다. 도자기에서 소리를 읽어내기도 한다. 부산공예명장 정재효의 '암벽'은 높은 데서 뚝 떨어졌다 다시 솟는 선을 지녔다. 백두대간 산맥과 낙동강 줄기를 따라 앉은 영남의 지형이면서, 꾸밈음 없이 목에서 소리를 곧바로 내는 영남 음악의 직성(直性)과 겹친다.

    3부는 손이 만드는 리듬이다. 박경희는 통영 누비 특유의 '아(亞)자 문양'을 삼베 이불에 놓았고, 임서윤은 상주모시와 안동포를 겹쳐 합(盒)을 지었다. 신지은은 한지를 실처럼 꼬아 엮는 지승공예로 평반과 합을 만들었다. 이미석의 전통 안경집은 규방공예 중에서도 손이 가장 많이 가는 물건이다. 한지를 겹쳐 골격을 세운 뒤 그 위에 십장생문과 박쥐문을 색실로 수놓았다. 황보지영은 금속 표면을 정으로 쪼아 홈을 내고 순은 실을 박아 넣는 은입사로 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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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는 바다로 열린다. 박성훈의 유리구 '보이드(VOID)'는 창으로 들어온 부산의 빛을 받아 푸르게 빛난다. 옛 유리 부표를 닮은 모양이다. 문보리는 정만영이 부산 영도에서 채집한 소리와 주워 모은 기성품을 씨실과 날실 삼아 새로 짰다. 신혜림과 이은은 아예 도시마다 작품을 다시 만든다. 신혜림은 전시장의 콘크리트 벽과 틈, 모서리에 맞춰 금속 오브제를 제작해 걸고, 이은은 부산에서는 설치 작업을, 진주와 창원에서는 평면 작업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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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전시가 끝나면 오는 10월 1일 진주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내년 1월 12일 창원 성산아트홀로 자리를 옮긴다. 오는 22일 오후 2시에는 도모헌 다할 강연장에서 참여 작가 강석근, 미별 김성미가 나오는 공예 토크쇼 '공예 살롱'이 열린다. 접수는 현장에서 한다. 관람은 무료. 전시는 9월 4일까지.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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