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 사태는 곱씹어볼 대목이 적지 않다. 임대료가 꾸준히 들어오는 상황에서도 흑자 도산에 내몰리며 국내 상장 리츠 중 처음으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이 종목 거래는 정지된 상태다.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한 투자자로선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때 이 상품은 ‘국민 리츠’로 주목받았다. 연 7%대 고배당과 벨기에 정부라는 초우량 임차인을 앞세워 2만8000여 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겹악재에 자금 마르며 도산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를 자산으로 편입하기 위해 현지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빌린 게 발단이었다. 초기 연 1%대이던 대출금리는 2024년 말 차환을 거치며 연 4%대로 치솟았다. 설상가상으로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폭락 사태가 겹쳤다. 현지 대주단은 대출금 대비 담보가치가 떨어졌다며 지난 4월 임대료 수입의 유출을 막는 캐시 트랩(자금 동결)을 발동했다. 들어오는 임대료를 오직 대출 상환에만 쓰도록 강제한 것이다.국내로 들어오는 현금 흐름이 막힌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전자단기사채와 공모사채 만기에 대응하지 못해 결국 도산을 선언했다. 정부의 ‘100% 환헤지 권고’도 리츠를 궁지로 몰아넣은 요인 중 하나였다. 2024년 유로당 1400원 안팎이던 환율이 최근 1700원대로 급등했는데도 제이알글로벌리츠는 환차익을 전혀 누리지 못했다. 도리어 1000억원 안팎의 환헤지 정산금까지 부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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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영국에서 진행된 제이알글로벌리츠와 현지 대주단 간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주단이 재계약 리스크를 과도하게 산정해 빌딩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는 게 제이알글로벌리츠 측 주장이다. 승소가 확정되면 캐시 트랩이 해제된다. 국내 채권자들을 설득하면 리츠 정상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현재 영국 재판부가 판결문을 작성 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 결과가 공개될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역시 이 판결을 기다리며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개시 시점을 오는 9월로 미뤄둔 상태다.
도식적인 규제 체계 점검해야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리츠 운용사에 있다. 캐시 트랩 위험성을 간과한 채 무리하게 외부 차입을 늘려 위기를 자초했다. 신용평가사들도 제 역할을 못 했다.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캐시 트랩 가능성을 공시한 후 상당 기간 ‘A-’(신용도 우량) 등급을 유지했다. 정부 역시 정책의 디테일을 챙기지 못했다. 이번 사태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규제가 역설적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환 위험을 100% 헤지하고, 배당가능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하게 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서는 위기 상황을 버텨낼 유동성 방파제를 쌓기 힘들다.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는 리츠는 은퇴자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재테크 수단이다. 7월 말 기준 운용 중인 리츠는 470개, 총자산은 127조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사모 상품이지만 주식처럼 거래돼 일반인이 즐겨 투자하는 상장 리츠도 23개에 이른다. 국내를 넘어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는 리츠가 늘어나는 시점이다. 운용사들은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위기를 감지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부 역시 현장의 현실을 감안해 규제를 유연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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