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산업이 산업 간 경계를 허물고 있다. AI발(發) ‘빅블러’(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다. 내수 통신사인 SK텔레콤은 15GW에 달하는 SK그룹의 AI 데이터센터 사업 ‘지휘자’로 낙점돼 KT와 LG유플러스가 아닌 다른 경쟁자를 맞이하고 있다. 네이버와 GS뿐 아니라 삼성SDS와 LG CNS 등 시스템통합(SI) 회사, 대우건설과 DL건설 등 건설사, 이지스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신탁 등 자산운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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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자본과 부지, 전력, 반도체, 냉각시설, 네트워크 등이 필요한 ‘AI 팩토리’로 바뀌면서 기존 업권의 ‘레드오션화’를 고민하던 회사들이 앞다퉈 달려든 결과”라고 했다.
주택시장도 AI를 무기로 보유한 가전 회사와 자동차 회사가 기웃거리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는 온디바이스 AI와 에이전트 기술을 넣은 ‘AI 모듈형 주택’ 사업을 본격화했다. 가전을 단순 판매하던 기존 방식에서 주택과 가전, 스마트홈 서비스를 연계하는 ‘주거 AI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DL이앤씨, GS건설 등이 버티고 있는 이 시장에 현대자동차도 V2H(차량·주택 에너지 연동) 등 주거 에너지 플랫폼으로 참여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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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1위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역시 데이터센터시장에 발을 담갔다. 지난 10일 미국 코번에너지그룹과 1조원 규모의 힘센엔진 기반 발전설비를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전력 병목을 겪는 AI 데이터센터시장에서 발전기 공급을 담당한다. 선박용 엔진을 AI 엔진으로 변모시켜 업권을 확대한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의 경쟁사는 이제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중국선박공업그룹만이 아니다.
AI산업은 협력자와 경쟁자를 바꾸기도 한다. 글로벌 AI 회사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은 한국의 기업용 AI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삼성SDS, LG CNS 등과 협력했다. 한국 기업 시장에 대한 이해도와 영업력을 채우려는 오픈AI, 앤트로픽의 수요와 SI에 머무르던 삼성SDS, LG CNS의 성장 욕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하지만 오픈AI와 앤트로픽이 최근 한국에서 영업 인력을 채용하고 나서자 경쟁자로 바뀌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AI 빅테크가 국내 직접 영업을 확대할수록 양자 간 합의한 국내 SI의 ‘리셀러’ 지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 기업 PwC는 올해 발간한 ‘글로벌 CEO(최고경영자) 조사’에서 “기술과 기후변화, 지정학 등 거대한 변화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내자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를 ‘경계가 사라지는 산업’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조사 대상 CEO의 40% 이상이 최근 5년간 기존 사업 영역을 넘어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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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신/라현진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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