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린 연주가 오랜 연습으로 몸에 익듯, 과학도 장기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야 합니다.”
바이올린 연주자 출신인 이은영 국립중앙과학관장(55·사진)은 19일 인터뷰에서 “음악과 과학이 결코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장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이후 진로를 틀어 행정고시 43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26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정책 현장을 누빈 끝에 지난달 국립중앙과학관장에 올랐다. 1945년 국립중앙과학관 출범 이후 81년 만에 첫 여성 관장이란 기록도 세웠다.
◇음대생이 과학기술 관료로
이 관장이 바이올린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다. 우연히 읽은 동화책 속 주인공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에 매료됐다. 이후 스스로 ‘매일 5시간 연습’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학교에 다니는 날에는 오후 11시까지 연습했고 주말에도 거르지 않았다. 친구들이 함께 놀자고 해도 5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약속을 미룰 정도였다. 그렇게 몸에 밴 바이올린 연주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애 레퍼토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모음곡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음악 연주자의 삶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더욱 넓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고 싶었다.ADVERTISEMENT
실제 대학에서 다양한 삶을 접했다. 각양각색의 배경과 전공을 지닌 학생들과 어울렸다. 서울대 사격 동아리에 들어가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음악 이외의 길에 눈을 돌린 그는 졸업 후 공직을 택했다. 약 3년간의 준비 끝에 1999년 행정고시 43회에 합격했다. 당시 노동부와 과학기술부를 놓고 고민하다가 과기부를 택했다. 중학생 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탐독할 만큼 과학에 관심이 많았던 게 영향을 미쳤다. 입직 5년 만에 과기부 최초의 여성 서기관으로 승진했고 소프트웨어산업과장, 성과평가정책과장, 연구성과혁신관 등을 맡았다.
◇인공지능·로봇 등 기술 교육 강화
이 관장은 학교 교육이 따라가기 어려운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기술을 과학관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전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소프트웨어산업과장 시절 정규 교육과정을 개편하던 중에 기술이 더 빠르게 진화하는 모습을 목도하기도 했다. 그는 “물리와 화학 같은 기본 과목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맞지만 첨단기술은 과학관이 훨씬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과학관 스스로도 중장기적인 ‘AX(AI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관람객이 전시물 앞을 지나가면 AI가 연령대를 스스로 인식해 영유아와 초등학생, 성인 등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셜 로봇이 관람객과 함께 전시장을 돌며 해설하는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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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형 전시에도 공을 들일 계획이다. 자신도 어린 자녀와 함께 과학체험관을 자주 찾았다는 이 관장은 아이들에게 직접 보고 만지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지난 5월 연 ‘공룡덕후박람회’에서 어린이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한 체험형 전시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과학의 원리는 같지만 그것을 보여주는 방법은 다양하다”며 “여기엔 정답이 없는 만큼 한층 새롭고 효과적인 전달 수단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개발하는 것이 과학관의 중요한 임무”라고 했다.
대전=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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