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니트리가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600% 넘게 폭등하면서 ‘피지컬 인공지능(AI)’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5500여 대를 출하했고 이익과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국내 로봇주도 단순한 ‘휴머노이드 테마’보다 양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 실제 이익 창출 여부에 따라 주가가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가격 72% 낮췄는데 이익률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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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이날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커촹반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주당 150.80위안이었지만 1100위안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공모가 대비 629.4% 높은 가격이다. 시가총액은 장중 4449억위안까지 치솟았다.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460% 높은 845위안에 마쳤다.
유니트리의 몸값에는 단순히 ‘휴머노이드 선두 기업’이라는 기대만 반영된 게 아니다. 빠르게 늘어나는 매출과 대량생산 능력, 높은 수익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유니트리의 지난해 매출은 16억9930만위안으로 2024년 3억9280만위안보다 333% 급증했다. 2023년 매출 1억5910만위안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휴머노이드 매출은 지난해 8억6800만위안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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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증가 속도는 더 가파르다.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2024년 537대에서 지난해 5511대로 10배 이상 늘었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출하량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2023~2025년 판매한 4족보행 로봇도 3만3294대에 달한다. 4족보행 로봇에서 먼저 쌓은 양산 경험을 휴머노이드로 옮긴 셈이다.
가격은 오히려 크게 낮췄다. 유니트리 휴머노이드의 평균 판매가격은 2023년 대당 59만3000위안에서 2024년 26만위안, 지난해 16만위안대로 떨어졌다. 2년 새 약 72% 낮아졌다.
통상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성도 악화한다. 유니트리는 반대였다. 주력 사업의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44.2%에서 지난해 60.1%로 높아졌다. 지난해 비경상손익을 제외한 순이익은 5억9075만위안이었다.
비결은 핵심 부품 내재화와 대량생산이다. 유니트리는 모터와 감속기, 제어기 등 핵심 부품과 운동제어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한다. 4족보행 로봇에서 확보한 관절과 배터리, 제어 기술도 휴머노이드에 재활용했다. 생산량이 늘면서 부품 구매단가와 제조원가가 떨어지고 낮아진 원가를 다시 판매가격 인하로 연결하는 구조다. 유니트리가 수많은 ‘로봇 테마주’와 구분되는 지점이다.


◆공모가부터 PER 219배…첫날 또 7배
유니트리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610억위안, 주가수익비율(PER)은 219.23배였다. 상장하기 전부터 미래 성장성을 상당 부분 반영한 가격이었다. 그런데 상장 첫날 주가는 이 가격에서 장중 7배 뛰었다. 시초가인 1100위안 기준 시가총액은 4449억위안이다. 지난해 매출의 260배가 넘는다. 지난해 비경상손익 제외 순이익과 비교해도 750배 안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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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상장 첫날 폭등을 실적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사실상 첫 ‘순수 휴머노이드 대표주’라는 희소성과 로봇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올해 신규 상장주 평균 첫날 상승률은 279% 수준이었다. 유니트리는 이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니트리의 주가를 결정할 핵심으로 실적을 꼽는다. 올해 들어 매출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연구개발(R&D)과 판매비 증가로 이익 부담도 나타나고 있다. 유니트리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68.5% 늘었지만 비경상손익 제외 순이익은 52.6% 감소했다. 회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 가운데 48.1%를 지능형 로봇 모델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제조업체에서 ‘피지컬 AI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위한 투자다. 자체 로봇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AI 모델 개선에 활용하고 이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면 높은 기업가치를 설명할 새로운 근거가 생긴다. 반대로 판매량만 늘고 AI와 소프트웨어 수익화에 실패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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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장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중국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전년보다 9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니트리와 애지봇의 합산 출하량 점유율은 8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기준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걷느냐’에서 작업 성공률과 가동률, AI 모델의 범용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얼마나 많은 로봇을 설치하느냐뿐 아니라 여기서 쌓이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AI 성능 개선으로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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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게 팔면서 돈 버는 로봇 기업이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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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트리의 상장은 국내 로봇주에도 새로운 밸류에이션 잣대가 될 전망이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와 로보티즈, 두산로보틱스, 에스피지 등 로봇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최근 한 달간 국내 ETF 수익률 상위권도 로봇·피지컬 AI 상품이 휩쓸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투자 확대, 정부의 피지컬 AI 육성 정책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하지만 유니트리 상장이 국내 로봇주에 단순한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의 실적과 생산능력을 유니트리와 직접 비교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5511대를 출하했다. 전체 매출은 17억위안에 육박했고 주력 사업 매출총이익률은 60.1%였다. 비경상손익 제외 순이익도 5억9000만위안을 넘었다. 국내 로봇 기업 상당수는 아직 이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시가총액은 수조원에 달하지만 매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적자를 내는 업체도 적지 않다. 그동안 ‘삼성 로봇’, ‘현대차 로봇’, ‘피지컬 AI’ 같은 미래 기대가 밸류에이션을 좌우했다면 앞으로는 몇 대를 만들고, 얼마에 팔며, 가격을 낮추면서도 이익을 남길 수 있는지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증시에서도 상장 첫날 유니트리만 급등했을 뿐 다른 로봇주는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졌다. 유비테크가 10% 넘게 하락하는 등 중국 본토와 홍콩의 로봇 관련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로봇 테마 전체가 오르는 대신 ‘진짜 실적을 가진 기업’으로 자금이 쏠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완성 로봇업체에는 유니트리의 가격 인하 속도가 큰 위협 요인이다. 중국 업체가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빠르게 낮추면 한국 기업이 하드웨어만으로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감속기와 모터, 액추에이터, 센서, 베어링 등 핵심 부품업체에는 시장 확대가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머노이드 생산량이 수천 대에서 수만 대로 늘어나면 부품 수요도 구조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유니트리 상장으로 휴머노이드 기업의 독립적인 시장가격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한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자동차 사업에 포함돼 있고 주요 휴머노이드 스타트업도 대부분 비상장사다. 유니트리가 상장하면서 매출과 판매량, 마진, 시가총액을 직접 비교할 기준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니트리의 상장으로 누가 실제로 로봇을 많이 만들고 싸게 팔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느냐가 로봇 기업의 성패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로봇주가 ‘꿈의 가격’을 받던 시장에서 양산과 원가, 데이터와 이익을 증명해야 하는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