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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세금 지옥이 되어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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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세금 지옥이 되어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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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 취업하기 유리한 학과로 대학생과 대입 수험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일류 기업에 취업해 열심히 일하고 고소득자가 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들이 노력해 고소득자가 되면 곧바로 세금 지옥으로 들어간다.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의 소득 점유 비중은 37%지만 소득세 부담 비중은 76%로 그 격차가 주요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다. 최고 소득세율과 최저 소득세율 차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큰 축에 속한다. 소득세가 고소득자에게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이 와중에도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부를 일군다고 해도 5억원이 넘는 재산의 절반가량은 정부가 상속세로 가져간다. 한국은 상속·증여세가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을 훨씬 웃도는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득불평등 정도가 높다면 그런 상속세도 수긍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주요 국가 대비 낮은 편이다.

    사나 죽으나 열심히 일하고 많은 세금을 내는 근로자에게 또 하나의 큰 짐이 지워졌다. 세금 지옥으로 가는 길에 화룡점정이 찍힌 셈이다. 이달 초 발표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다. 집 한 채 겨우 장만했는데 이제 그 집에 거주하느냐 여부에 따라 보유세 부담을 늘리겠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공정시장가액비율(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도 높여 모든 주택 소유자의 세금을 올린다고 한다. 전자는 ‘똘똘한 한 채’를 갖고자 하는 유인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정책을 ‘종합부동산세 정상화’라고 이름 붙였는데 ‘정상화’란 표현을 이런 경우에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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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주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임대용 주택에 중과세를 가하는 국가는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실수요 중심의 주택시장을 유도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다. 그런데 싱가포르는 땅이 좁은 도시 국가여서 우리와 같이 원거리 직장, 부모님 봉양, 자녀 교육 등의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 제도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기능할 수 있겠지만, 한국에서는 다르다. 일정 기간 다른 지역에 거주한 뒤 돌아오고 싶은 주민들에게 불편과 경제적 불이익을 준다. 실질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마저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는 양도소득세와 상속·증여세가 없기 때문에 이런 세제가 자산 격차 해소를 위한 유일한 제도이지만 한국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세금이 이중, 삼중으로 부과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보유에 대한 조세 부담의 형평성과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물론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그 취지가 그대로 달성됐다면 다른 국가도 앞다퉈 마련했을 것이다. 조세 부담의 형평성은 재산세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고 주택 가격 안정을 가져온 전례도 없다. 되레 세제에 대한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만 저해하고 경제 불안을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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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세제 개편안의 또 다른 축은 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의 양도세 혜택을 축소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소득세율과 장기보유주택의 양도세율을 비교하며 후자가 지나치게 낮다고 했지만, 장기보유주택의 양도세율은 다른 나라 역시 우리처럼 낮게 책정한다. 예를 들어 독일은 자신 소유 주택에 2년 이상 연속으로 거주할 때와 비거주용·투자용 구분 없이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할 때 양도세를 100% 감면한다. 이런 제도는 주민이 한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장기 거주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개인 자산 형성을 돕고 주택 공급 유인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민간 자산이 많을수록 투자가 활성화되고 혁신이 일어난다. 국가가 나서서 이를 막는 것은 도끼로 제 발등을 찍는 격이다.

    이번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한국 정부가 국민에 대한 과세를 너무 가볍게 여긴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을 ‘세금 내는 호구’로 취급하는 것 같아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세금은 누구나 내야 하지만 공정하지 않거나 과도하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온다는 역사적 경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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