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대화 요청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응답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며 축소를 지시했다고 한 데 이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미국 정치권에선 동맹을 약화하고 적국에만 이득이 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美 전쟁부, 연합훈련 축소 착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대화하자는 제안에 김정은이 응답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 그가 응답했다”고 말했다. ‘대화가 어느 단계에 있느냐’는 물음에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김정은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응답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대폭 축소할 것을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또 김정은과 자신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연합훈련이 북한에 부적절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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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쟁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와 관련해 “군통수권자의 지시 이행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이날 내놨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이날 국방부를 방문해 연합훈련 축소 문제를 논의했다. 한·미는 지난 17일부터 11일 일정으로 정례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한국과의 경제 현안에 관한 불만이 반영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정부가 관세 협상에서 합의한 대미 투자 약속 이행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본다. 한 소식통은 “한국과의 협상이 트럼프 행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지금까지 본 협상 상대 중 가장 느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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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협력에 배정됐지만 나머지 2000억달러의 투자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5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한 일본은 6개 사업을 확정했다.
◇“독재자에게 아부하나”
미국 정치권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와 같은 공화당 소속인 톰 틸리스 상원의원은 “한국과의 연합훈련을 축소하는 것은 북한군 병력 수천 명으로 하여금 무고한 우크라이나 시민에 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조직적 납치, 고문, 강간, 살인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북한군 병력이 한·미 훈련 축소로 부담을 덜면서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전쟁 지원 여력이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상원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재자에게 아부하려고 연합훈련을 축소하거나 본인이 시작한 전쟁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한국을 벌하면 우리 동맹과 적국 모두 미국의 공약이 협상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을 자극하기 위해 온갖 수를 쓰고 있다. 이것은 김정은에게 반가운 소식”이라고 꼬집었다.
한국 정부는 미·북 대화와 관련해 ‘페이스메이커’로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북·미 정상 간 우호적인 관계가 의미 있는 북·미 대화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평화 안정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대미 접근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양 교수는 “미국과 투자 등 경제 및 안보 문제를 패키지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에는 우리의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을 분명히 하면서 중국이 이를 견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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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상은 특파원/강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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