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밥상에서 찌개나 비빔밥 등에 쓰이던 고추장이 해외 소비자들의 일상 식탁까지 파고들고 있다. 쿠키, 파스타 등 현지 음식에 고추장을 활용한 레시피까지 퍼지면서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는 소스로 쓰임새가 넓어졌다. 국내 식품업체들도 매운맛을 조절하거나 제형을 묽게 하는 등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와이시' 열풍에 고추장 인기…파스타·쿠키에도 활용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추장 수출액은 6434만5000달러(약 907억원)로 5년 전인 2020년(5093만2000달러)보다 26.3% 증가했다. 전년(6228만5000달러)과 비교해서도 3.3%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고추장 등 한국 전통 양념에 대한 해외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지난달 미국에 거주하는 20~39세 미국 국적자 480명 대상으로 실시한 K푸드 관련 조사(복수응답 기준)에 따르면 선호하는 한국 제품·브랜드로 장류·오일류 등 '조미료·소스·분말'을 꼽은 응답자가 전체의 23.5%를 차지했다. 이는 일반식품(59.2%) 뷰티(38.3%) 음료(24.2%)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중으로, 장류와 오일류가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하나의 독립적인 K푸드 카테고리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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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에 대한 외국인 소비자들 관심이 커진 이유는 단맛과 매운맛을 조합한 '스와이시(Swicy·Sweet+Spicy)'가 식음 문화로 자리 잡은 데 있다. 올해 들어(1~7월) 미국 구글에서 스와이시 관련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850% 급증했다. 매운맛에 은은한 단맛과 감칠맛이 어우러진 고추장이 이러한 트렌드와 적절히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영국 유통업체 웨이트로즈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영국 내 고추장 판매량은 전년 대비 71%나 증가했다.
기존 음식이나 레시피를 자신의 취향에 맞게 변형해 즐기는 '모디슈머' 트렌드도 수요 확대에 힘을 보탰다. 실제 틱톡 등 해외 이용자가 많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쿠키, 파스타, 샐러드 등 현지 음식에 고추장을 더한 이색 조리법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특히 쿠키 반죽에 고추장 캐러멜을 넣은 '고추장 캐러멜 쿠키'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소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식 조리에 쓰이는 식재료 정도로만 알려졌던 고추장이 현지 소비자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에 활용하는 '일상적 소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덜 맵고 간편하게…'현지화' 힘주는 식품업계
국내 식품기업들도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해 고추장의 용도와 제형을 바꾸는 등 현지화에 집중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용기에 든 고추장을 숟가락으로 덜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소스 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서는 케첩이나 핫소스처럼 간편하게 짜서 먹을 수 있는 튜브형 제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이 외에도 농도를 묽게 하거나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하는 등 현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형태로 제품을 바꿔 고추장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ADVERTISEMENT
이 같은 전략이 먹혀들면서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상의 글로벌 식품 브랜드 오푸드가 출시한 튜브형 'Natural 고추장'은 현재 대상이 취급하는 소스류 수출 제품 가운데 수출액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해당 제품의 매출도 전년 대비 약 84% 증가했다.
소스류를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해외 법인 성과도 두드러진다. 고추장과 김치 등을 핵심 품목으로 내세운 대상 아메리카의 매출은 2023년 약 1189억원에서 지난해 약 1428억원으로 2년 새 20.1% 증가했다. 조미료와 소스류를 주로 판매하는 베트남 법인 매출 역시 2023년 982억원에서 이듬해 1137억원으로 15.8%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450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도 매운맛은 줄이고 단맛을 살리는 방식으로 현지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회사 측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소스 해외 매출은 연평균 12% 성장했다. 해외 소비자들이 고추장을 한식 이외의 다양한 요리에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결과다. 제품 판매처도 기존 아시안 전문 식품점을 넘어 미국 퍼블릭스, 영국 세인즈버리, 스웨덴 ICA 등 현지 유명 슈퍼마켓 체인으로 확대하며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한인을 중심으로 찌개나 볶음용 고추장이 주로 팔렸다면 최근에는 현지 소비자들이 다양한 음식에 곁들이는 소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현지 식문화에 맞춘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층도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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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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