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과류도 락스도 뭐든 묶어 파냐고요."
세종 관가에 근무하는 독신 공무원은 주로 홈플러스 세종점에서 장을 본다. 이들은 매장에 진열된 묶음 상품을 볼 때마다 푸념을 늘어놓는다. "한 개만 필요한 세탁 세제나 식품을 억지로 두세 개 묶음 상품으로 사야 하느냐"는 것이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 단가를 낮추는 ‘묶음 할인’ 효과도 누리기 어려운 1인 가구는 고물가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저소득 1인 가구가 지난 5년간 겪은 물가 부담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ADVERTISEMENT
18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재정포럼 8월호'에 실린 ‘물가 변화에 따른 가구 후생 변화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월소득 200만원 미만 1인 가구의 누적 소비자물가는 15.27%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14%)보다 1.27%포인트 높다.
소득이 높고 가족 수가 많을수록 물가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월소득 400만원 이상인 4인 이상 가구의 물가 부담률은 13.9%로 저소득 1인 가구보다 1.37%포인트 낮다. 월소득이 200만~400만원일 때도 1인 가구는 15.22%였지만 2~3인 가구는 14.38%, 4인 이상 가구는 13.91%로 떨어졌다. 1인 가구일수록 고물가의 충격이 컸던 셈이다.
ADVERTISEMENT

이번 연구는 물건값이 올랐을 때 소비자가 더 싼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소비량을 줄이는 등 실제 대응까지 반영해 부담을 계산했다. 가격 상승을 회피하는 ‘대체 능력’까지 따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 1인 가구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소득이 적으면 식료품·주거·보건 등 필수재가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가격이 뛰어도 소비량을 줄이기 쉽지 않다. 혼자 살면 외식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대용량 제품이나 묶음 상품을 사서 개당 가격을 낮추는 것도 어렵다.
예컨대 4인 가족은 생수와 식료품, 생활용품을 묶음으로 구입해 단가를 낮출 수 있지만 1인 가구는 보관 공간과 소비량을 고려해 소포장 상품을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1인 가구 프리미엄’이 고물가 국면에서 더 크게 작용하는 구조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정환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평균적 소비자물가만을 기준으로 취약계층의 물가 부담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물가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복지·재정 지원을 설계할 때 저소득층과 1인 가구가 실제 부담하는 물가 수준을 별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