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과 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환자가 며칠 뒤 갑작스러운 고열과 저혈압으로 패혈증에 빠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패혈증은 감염에 대한 면역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돼 장기 손상과 사망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감염이 확인됐을 때는 이미 면역체계가 크게 흔들린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엔 수술·항암 치료 환자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선천면역을 미리 준비시키는 ‘훈련된 선천면역’이 새 예방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감염 확인 뒤 대응엔 한계
패혈증은 세계에서 매년 4900만 명이 발생하고 1100만 명이 숨지는 질환이다. 세계 사망자 5명 중 1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환자실 환자와 큰 수술을 받은 환자, 항암치료 환자에게 패혈증은 여전히 치명적인 위협이다.병원은 병을 치료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감염 위험이 높은 공간이다. 중환자실 환자, 수술·항암 치료 환자, 고령 환자와 만성질환자는 면역력이 약해졌거나 피부와 점막 장벽이 손상돼 있다. 카테터와 인공호흡기, 수술 상처 등을 통해 병원체가 침투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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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병원 내 감염의 원인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내성균뿐 아니라 세균과 바이러스가 동시에 문제를 일으키는 복합감염도 발생한다. 어떤 병원체에 노출될지 미리 알기 어렵다. 감염을 확인한 뒤 대응하는 것만으로는 늦을 수 있다. 백신도 이런 상황에선 대응에 한계가 있다. 어떤 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할지 알 수 없는 병원 환경에서 특정 병원체 하나만 겨냥하기가 힘들어서다.
◇패혈증 예방 대안 ‘훈련된 선천면역’
최근 감염병 연구에서는 병원체가 아니라 숙주, 즉 환자의 몸을 미리 준비시키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특정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통적 백신과 달리 선천면역 자체를 일시적으로 준비시키는 방식이다. 무엇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몸의 1차 방어체계를 미리 정비해두자는 것이다.포유류 면역학에서는 2011년 ‘훈련된 선천면역’이라는 개념이 정립됐다. 과거에는 면역 기억이 항체와 T세포 같은 후천면역에만 있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대식세포와 단핵구 등 선천면역 세포도 이전 자극의 흔적을 바탕으로 다음 감염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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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혈증 예방에서 중요한 것은 면역반응의 균형이다. 면역이 너무 약하면 병원체를 초기에 막지 못하고, 반대로 면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면역을 강하게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감염 위험이 높은 기간에 방어력을 높이고 위험이 지나가면 다시 평상시 상태로 돌아오는 정교한 면역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엔 미생물 유래 성분, 백신 보조제 조합, 소분자 물질 등을 활용해 일시적으로 선천면역을 준비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병원체를 직접 죽이는 대신 감염 초기에 방어 세포가 더 빠르게 대응하도록 하는 접근이다.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하려면 어떤 환자에게 언제, 얼마나 사용할지와 효과 지속 기간, 반복 사용 가능성, 안전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 환자의 면역 상태를 파악할 바이오마커도 필요하다. 신속 진단과 항생제, 중환자 치료에 감염 전 선천면역을 준비시키는 예방 전략이 더해지면 패혈증 대응은 감염 후 치료를 넘어 예방 중심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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