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AI 자본지출 폭증…“지금 드러난 건 빙산의 일각”
17일(현지시간) 월가에선 AI 투자 규모가 시장의 기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ADVERTISEMENT
JP모건체이스는 최근 세계 7대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CAPEX가 2025년 4430억달러에서 2026년 9010억달러, 2027년에는 1조4890억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규모입니다.
증가율로 보면 올해 103%, 내년에도 65%에 달합니다. 게다가 이는 7대 하이퍼스케일러만 집계한 수치입니다. 이들이 전체 투자의 약 70%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AI 인프라 투자 규모는 2조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JP모건은 2030년까지 누적 투자 규모가 5조~7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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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이 돈이 엔비디아 GPU에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네오클라우드와 전력, 냉각시설, 변압기, 데이터센터 건설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돈이 퍼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어위브는 수주잔고가 한 분기 만에 990억달러에서 1300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네비우스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54% 증가했고, 고객 계약 규모가 4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아이렌(IREN) 역시 28억달러 규모의 신규 장기 클라우드 계약을 확보했습니다.
전력 장비 쪽에서는 병목 현상이 더욱 뚜렷합니다. 변압기 공급에 현재 2~4년이 걸리고 가격은 최근 5년간 약 80% 상승했습니다. 버티브의 수주 증가율은 252%에 달하고 수주잔고도 150억달러까지 늘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업체도 수혜를 받고 있습니다. 컴포트 시스템즈는 올해 약 88%, 스털링 인프라스트럭처는 122% 이상, 콴타 서비스는 56%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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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설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캐터필러의 관련 사업은 4개 분기 연속 41% 성장했고, GE버노바는 단 한 분기에 데이터센터 관련 장비 주문 24억달러를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은 더 큰 숫자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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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술기업들이 이미 계약했지만 아직 재무상태표에 잡히지 않은 미래 지출 약정이 약 3조달러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1년 동안 실제 집행한 CAPEX 약 6000억달러의 5배입니다.
약 1조2000억달러는 앞으로 사용할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이고, 약 1조9000억달러는 GPU와 메모리, 서버, 전력 등에 대한 구매 약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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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알파벳의 구매·계약 약정은 석 달 만에 3300억달러에서 약 8000억달러로 급증했습니다. 메타 역시 아직 시작되지 않은 임대 약정만 3500억달러에 달합니다.
결국 현재 시장에서 보이는 하이퍼스케일러 CAPEX 숫자는 AI 투자 전체의 일부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야누스헨더슨의 리처드 클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를 “오늘의 자본지출(CAPEX)은 내일의 매출”이라고 표현했습니다.
2. AI 반도체 수혜 확산…GPU에서 HBM·패키징·광통신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투자 포인트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미즈호는 2027년에도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강하게 이어지면서 수혜가 엔비디아 GPU를 넘어 HBM과 첨단 패키징, 네트워크와 광통신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먼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시스템인 베라 루빈입니다. 미즈호는 올해 4분기부터 생산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2027년 강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재 블랙웰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블랙웰→베라 루빈→파인먼’으로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HBM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GB300에서 VR200으로 넘어가더라도 GPU당 HBM 용량은 288GB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대신 더 빠른 차세대 HBM을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저장공간 자체를 크게 늘리는 대신 GPU에 데이터를 전달하는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HBM4e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70~100%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GPU당 HBM 용량이 그대로더라도 더 비싼 제품으로 교체되면서 GPU 한 개에 들어가는 HBM의 금액 자체는 증가할 수 있습니다.
첨단 패키징도 중요해집니다.
GPU와 HBM을 각각 생산했다고 AI 가속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반도체를 가까이 붙여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연결해야 하는데, 대표적인 기술이 TSMC의 코워스(CoWoS)입니다.
미즈호는 2027년 CoWoS 물량이 7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엔비디아뿐 아니라 구글 TPU 같은 자체 AI칩 생산까지 증가하면서 첨단 패키징 수요가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8년부터는 TSMC의 CoPoS와 인텔의 EMIB-T 같은 차세대 패키징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특히 AI 네트워킹과 광통신 시장에 주목했습니다.
AI 스위칭 시장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대표적인 관련 기업은 아리스타 네트웍스입니다.
더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광통신입니다. 초당 1.6테라비트를 전송하는 1.6T 광트랜시버 시장은 연평균 90% 성장해 지난해 약 8억달러에서 197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800G에서 1.6T로 넘어가면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가 두 배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코히런트와 루멘텀 등이 관련 기업으로 꼽힙니다.
그다음 단계가 CPO입니다.
CPO는 광통신 장치를 AI칩과 같은 패키지 안에 넣어 데이터 이동 거리를 줄이는 기술입니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면서 전력 소비를 낮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BofA는 현재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CPO 시장이 앞으로 15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관련 기업으로는 크레도와 아리스타 네트웍스, 코히런트, 루멘텀 등이 꼽혔습니다.
3. 월가 큰손들의 AI 투자 변화…알파벳 사고, 전력·데이터센터로 이동
월가의 대형 투자자들이 AI 투자 전략을 바꾸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억만장자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운용하는 듀케인 패밀리오피스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는 1분기 약 33억7000만달러에서 2분기 말 52억1000만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빅테크에서는 알파벳을 새롭게 매수해 단숨에 상위 10대 보유 종목으로 올렸습니다. 아마존 보유 규모는 전분기보다 1083%, 10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반면 반도체에서는 옥석 가리기에 나섰습니다.
브로드컴과 인텔, 마이크론을 전량 매도했고 Arm 지분도 74% 줄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에서 완전히 빠져나온 것은 아닙니다. AMD와 램리서치를 추가 매수했고 기존 핵심 종목인 TSMC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도 각각 19% 늘렸습니다.
즉 반도체 전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종목을 선별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더 눈에 띄는 변화는 전력과 데이터센터 인프라입니다.
드러켄밀러는 IREN을 새롭게 매수했고 비트디어를 400만주 이상 사들였습니다. 라이엇 플랫폼스도 신규 매수했고 헛8 역시 보유량을 늘렸습니다.
이들 기업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이미 대규모 전력과 데이터센터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를 AI와 고성능컴퓨팅 데이터센터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버크셔해서웨이 역시 2분기 알파벳 지분을 170억달러어치 추가 매입했습니다.
알파벳의 매력은 AI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면서도 실제 돈을 벌고 있다는 점입니다. 2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한 248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검색과 유튜브 광고 사업에서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그 돈으로 클라우드와 제미나이, 텐서처리장치(TPU), 데이터센터에 다시 투자할 수 있습니다.
4. VIX 15 아래로…월가 “오히려 지금 하락 위험 대비할 때”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지만 월가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하락 위험에 대비할 시점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 실적이 강하게 나오고 물가 압력도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좋아졌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당장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주요 지수는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이른바 ‘공포지수’인 VIX입니다.
VIX는 8월 들어 주간 기준으로 올해 처음 15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BofA는 오히려 지금이 주가 하락에 대비한 보험을 사둘 만한 시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대표적인 수단이 풋옵션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보유 주식에서는 손실이 발생하지만 풋옵션 가치가 상승하면서 손실 일부를 상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이미 급락하고 VIX가 치솟은 뒤에는 이런 보험 가격도 비싸진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지금처럼 VIX가 낮을 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하락 위험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BTIG도 비슷한 맥락의 의견을 내놨습니다.
특히 8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역사적으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가 많았고,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는 설명입니다.
1990년 이후 모든 미국 중간선거 연도에서 동일가중 S&P500 지수는 8월 18일 전후 고점부터 10월 중순까지 최소 7%의 조정을 경험했습니다.
증시는 사상 최고치, VIX는 연중 최저인 만큼 시장이 지나치게 안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5. 미국, 이란 추가 압박 검토…제재 강화 속 이란은 확전 준비
미국이 이란에 대한 추가 경제 압박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란은 오히려 더 큰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 이란에 강력한 경제적 타격을 가하겠다고 밝혔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르면 이번 주 이란을 상대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조치를 내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이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의 독립계 정유사, 이른바 ‘티팟 정유사’ 제재입니다.
중국은 이란이 해상으로 수출하는 원유의 80% 이상을 구매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이들 독립 정유사가 처리하고 있습니다.
더 강력한 카드는 중국 은행을 직접 제재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미 이란 원유 거래와 무기 조달 자금 처리를 도운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과 홍콩의 소규모 금융기관을 제재했습니다. 대형 중국 은행까지 제재할 경우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이란 관련 거래에서 대거 물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중국이 핵심 광물 수출 제한 등으로 보복할 수 있어 미국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운 카드입니다.
기존 제재망을 계속 확대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더지 잡기’에 비유합니다. 한 회사를 막으면 새로운 회사가 등장해 거래를 이어가기 때문에 이란의 행동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밖에 육상 국경까지 봉쇄하는 방안과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의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이른바 ‘2차 관세’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란 역시 협상보다는 다음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과 중동 지역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이란 지도부가 지난 두 달 동안 강경파를 안보 요직에 배치하고 국내 방첩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사일과 드론 생산을 확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란의 목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쟁 비용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예멘 후티 반군 지역에도 지휘관을 보내고 미사일과 해상무기, 드론 발사대를 홍해 인근에 배치했습니다. 혁명수비대 역시 더욱 공격적인 체제로 개편하고 있습니다.
더 큰 위험은 전쟁이 호르무즈해협을 넘어 걸프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페르시아만 해저 인터넷 케이블 파괴와 주변국의 정치적 혼란 유도,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란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았지만 군사 인프라는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고 있으며, 여전히 미국 기지와 선박, 걸프 지역 에너지 시설을 위협할 수 있는 화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