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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사라지는 방산기술…경찰 중심 체계 ‘시험대’ [조철오의 방산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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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사라지는 방산기술…경찰 중심 체계 ‘시험대’ [조철오의 방산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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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한 팀으로 방산 수사를 했을 때가 정말 무서웠죠. 검찰이 폐지되고도 그 수사력이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방산 기술 유출범 A씨)
    방산기술을 해외에 유출한 혐의로 수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은 한 방산기업 관계자 A씨는 수사기관별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2020년부터 대만에 잠수함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과 경찰에서 피의자·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A씨는 “국정원은 해외 요원 등을 통해 관련 인물과 업체의 정보를 상당 부분 파악한 뒤 연락해오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며 “경찰 조사에서는 방산 기술과 사업 내용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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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청 폐지가 두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방산업계에서는 기술유출 수사체계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재편될지 주목하고 있다. 2024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폐지된 이후 경찰의 안보수사 역할이 커진 데 이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도 사라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정원은 기술유출 첩보를 경찰과 검찰 등에 공유했고 각 수사기관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앞으로도 국정원과 경찰의 정보 공유는 이어진다. 다만 기존에 검찰이 맡던 방산·산업기술 사건을 새로운 수사기관이 얼마나 원활하게 이어받을지가 관건이다. 향후 기술유출 수사체계가 풀어야 할 과제를 다섯 가지로 짚어봤다.
    1. 장기 기술유출 수사, 경찰 체계와 맞출 수 있나
    전투기와 잠수함, 미사일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밝혀내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관련 인물의 국내외 접촉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이메일과 설계도면, 메신저, 클라우드 기록 등을 분석해야 한다. 북한이나 해외 정보기관의 개입 여부까지 살펴야 하는 사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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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경찰은 절도와 강도, 폭력 등 발생한 범죄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업무를 오랫동안 수행해왔다. 형사 기능에서는 검거율과 송치 인원, 피해품 회수율 등 정량지표도 성과평가에 반영된다.

    경찰의 치안성과 평가는 통상 전년도 11월부터 해당 연도 10월까지의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 수년간 연구원과 해외 업체의 접촉을 추적해야 하는 기술유출 사건과 1년 단위 성과평가 사이에 간극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기술유출 수사는 일반 형사사건과 별도로 운영되는 전문 영역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방산기술을 포함한 중요 기술유출 사건을 맡는 산업기술안보수사대 수사관의 평균 기술유출 수사 경력은 40.6개월로, 비교적 장기간 같은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술유출 사건은 범죄 발생 시점조차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퇴직 연구원이 설계도면을 빼돌린 뒤 수년이 지나 해외 업체가 유사 제품을 내놓고서야 정황이 확인되기도 한다. 유출 자료가 법으로 보호되는 방산기술인지, 누구에게 어떤 대가를 받고 넘어갔는지, 실제 제품 개발에 활용됐는지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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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산업계에서 장기 수사 경험을 지속적으로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2. 전담 인력 늘리는 경찰…전문성 축적은 진행형
    경찰은 기술유출 수사 조직과 인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과거 국제범죄수사대 등에 있던 산업기술 수사 기능은 안보수사 조직으로 옮겨졌다. 현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에는 산업기술안보수사계가 있고 전국 시·도경찰청도 산업기술보호수사대를 운영한다.

    기술유출 수사관은 2020년 94명에서 현재 163명으로 73.4% 늘었다. 경찰은 디지털포렌식 등 기술유출 수사에 필요한 별도 전문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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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 처리 규모에서도 경찰의 비중이 크다. 검찰청 통계를 보면 2023~2025년 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방산기술보호법 관련 직접수사 개시 사건은 경찰이 637건, 검찰이 164건이었다. 같은 기간 수사 인원은 경찰 1303명, 검찰 506명이었다. 경찰이 이미 기술유출 사건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방산업계에서는 ‘수사 건수’와 ‘고난도 방산기술 수사 경험’은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기술 사건은 군사기밀과 수출통제, 무기체계 구조까지 파악해야 하고 해외 업체나 정보기관이 얽힐 가능성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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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부서와 인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특정 무기체계와 해외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전문인력을 장기간 육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3. 일반 경찰과 다른 장기근속…연속성 더 높여야
    경찰은 순환보직이 많은 조직이다. 일선 형사와 여성·청소년, 경무 등 여러 기능에서 통상 수년 단위로 보직을 옮긴다. 이 때문에 장기간 전문성을 쌓아야 하는 방산기술 수사와 경찰의 인사체계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다만 기술유출 전문수사관은 일반 경찰관과 상황이 다르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산업기술안보수사대 수사관은 평균 40.6개월의 기술유출 수사 경력을 갖고 있다.

    수사관 개인이 이동하더라도 사건은 팀 단위로 진행돼 연속성을 유지한다고 경찰은 설명한다. 팀장을 비롯한 여러 수사관이 사건 내용을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전문수사관의 장기근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정 무기체계와 기업 구조, 방산기술 지정제도, 수출통제 규정을 익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도 기술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방산은 무기체계와 군사기밀까지 알아야 한다”며 “방산기술 수사만큼은 전문수사관이 한 분야에서 장기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4. 안보수사 인사도 변화…전문인력 붙잡는 게 관건
    안보수사의 조직 내 위상도 중요한 문제다. 전체 경찰 현원 약 13만4000명 가운데 안보수사 기능 인력은 약 2265명으로 1.69% 수준이다.

    최근 인사를 보면 안보수사 기능의 승진 비율이 특별히 낮다고 보기는 어렵다. 2025년 총경 승진자 104명 가운데 안보수사 소속은 3명, 2026년에는 102명 가운데 3명이었다. 경찰청 본청 경정 심사승진에서는 2025년 전체 32명 가운데 2명, 2026년 60명 가운데 5명이 안보수사 소속이었다.

    다만 방산기술 분야의 전문수사 인력을 장기간 붙잡으려면 승진뿐 아니라 전문보직과 교육, 경력관리까지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방산기술은 사건 하나를 맡으면서 익혀야 할 지식이 많고 수사기간도 길다. 어렵게 경험을 쌓은 수사관이 다른 분야로 빠져나가면 조직 전체로도 손실이 될 수 있다.
    5. 검찰 빠진 방산수사…새 ‘조합’ 안착이 핵심
    방산기술 수사는 한 기관이 단독으로 맡기 어렵다. 국정원의 국내외 정보와 방위사업청의 기술 판단, 군 방첩기관의 군사정보, 경찰 등 수사기관의 압수수색과 디지털포렌식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정원의 정보수집 기능은 검찰청 폐지 이후에도 유지된다. 경찰과의 정보공유와 공조 역시 계속된다. 경찰 측은 국정원과의 기존 협업체계가 검찰청 폐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검찰이 담당했던 기술유출 사건도 완전히 사라지는 구조는 아니다.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하면 기존 검찰이 담당해온 기술유출 범죄 영역을 중수청이 이어받게 될 예정이다.

    최근 3년 직접수사 개시 기준으로 검찰이 담당한 사건은 경찰과 검찰 전체 기술유출 사건의 약 20%였다. 경찰 측은 중수청이 해당 영역을 이어받을 경우 전체적인 수사 총량이 줄어드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결국 관건은 수사기관의 숫자보다 기관 간 연결이다. 방산기술 유출은 해외에서 확보한 정보가 국내 수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를 기술 전문가와 방위사업청 등이 함께 판단해야 실체를 밝힐 수 있다.

    검찰 수사 기능이 사라진 뒤 국정원과 경찰, 중수청, 방위사업청, 군 방첩기관이 얼마나 빠르고 긴밀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가 향후 방산기술 보호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무기체계를 노리는 국가와 기업은 수년간 준비한다”며 “기관이 바뀌더라도 정보와 수사 경험이 끊기지 않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청 폐지라는 큰 변화 속에서 기존 수사 경험을 새 조직에 얼마나 잘 연결하고 방산기술 전문수사관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느냐도 과제로 남는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중요한 국가자산인 방산기술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정원과 경찰, 새롭게 출범할 수사기관 간 공조를 지금보다 더욱 촘촘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위산업 기획 보도로 제411회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수년간 방산 하청업체 관계자들과 교류하며 산업 생태계의 가장 아래층부터 그 위까지 흐름을 추적해왔습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물론 HD현대·한화오션 등 정점에 있는 기업들조차 쉽게 닿지 못한 현장의 이야기를 이곳에서 풀어냅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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