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7일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후보를 꺾고 당권을 거머쥐면서 범여권 일각에서 이른바 '유시민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 정 후보가 김 대표에게 약 25%포인트 차로 크게 밀린 것을 두고, 유시민 작가의 잇단 이재명 정부 비판에 호남 당원들이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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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날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당원대회에서 선호투표까지 거친 끝에 54.08%를 얻어 45.92%에 그친 정 후보를 제치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승부의 분수령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이었다. 지난 15일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김 대표는 57.54%를 얻어 정 후보(32.65%)를 약 25%포인트 차로 눌렀다. 호남 경선 직전까지 두 후보의 누적 격차가 1.48%포인트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호남에서 승부가 크게 기울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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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호남 표심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전당대회 직전까지 계속된 유 작가의 '이재명 정부 비판'을 꼽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 작가가 여권 내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3월 이른바 'ABC론'을 꺼내 들면서부터다. 유 작가는 유튜브 방송에서 여권 정치인과 지지층을 가치 중심의 'A그룹', 정치적 이익을 좇는 'B그룹', 두 성향이 섞인 'C그룹'으로 나눴다. 특히 특정 정치인을 B그룹의 사례로 거론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여 성향의 유력 인사가 계파 갈등을 부추긴다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ABC론 논쟁은 사실상 당권 경쟁을 둘러싼 갈등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난 6월 말 유 작가는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층을 향한 외연 확장 행보를 건물에 빗대며, 지지자들이 원했던 것은 기존 세력을 토대로 외연을 넓히는 '증축'이었지만 이 대통령은 사실상 '재건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는 "자신감이 지나쳤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비판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유 작가는 지난달 유튜브 방송에서 이 대통령이 선택한 정치적 노선에 대해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날 거라고 본다"고 했다. 나아가 검찰개혁이 1년 넘게 지체된 원인 역시 이 대통령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해당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필연적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는 이른바 '필패론'으로 번지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거센 반발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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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에는 이른바 '뉴이재명' 논쟁에도 직접 뛰어들었다. 유 작가는 지난달 21일 "뉴이재명 세력의 수장은 이재명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움직임이 단순히 일부 친명계 인사들이 벌이는 행동이 아니라 대통령과 참모들이 기획한 것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기는 방향 역시 대통령의 판단일 것이라는 가설도 내놨다.
그러면서 현 상황을 '어물전'에 빗대 "어떤 비판도 하지 않고 어떤 제한도 두지 않고 내버려두면 모든 어물전은 다 썩는다"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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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작가의 발언은 자연스럽게 민주당 전당대회의 쟁점으로 옮겨붙었다. 김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 유 작가의 발언에 '노코멘트' 입장을 보인 정 후보를 겨냥해 "반명에 대해 말 한마디 못 하고 '노코멘트' 하는 게 무슨 대통령을 지키는 것인가"라며 정면으로 공격했다.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비판은 제가 막아내겠다"며 자신과 정 후보의 차별화에도 나섰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전통적 핵심 지지층이 밀집한 호남에서 정 후보가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하자 '유시민 변수가 실제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정청래 낙선시킨 일등공신 1위가 유시민이다"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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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정 후보의 호남 참패 원인으로 아예 유 작가를 지목했다. 박 전 의원은 "결정적으로 호남 민심이 정권을 흔든다고 판단했던 것은 유시민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게 진원지였다"고 말했다. 이어 유 작가가 이 대통령을 "엔간히 흔들었어야" 했다면서 '필연적 실패의 길'이라는 표현까지 내놓자 호남 당원들 사이에서 "이건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정 후보가 공을 들였던 전북에서조차 김 대표에게 약 25%포인트 차로 밀린 점을 거론하며 "집단적인 호남의 정치적 이성이 발휘된 것"이라며 "그러지 않고서는 설명이 안 되는 게 다른 데하고 격차가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