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단거리 전술핵 운용’과 ‘제한적 타격 옵션’ 확대를 핵심으로 한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NBC가 보도했다.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차관이 주도하는 이런 핵전략이 현실화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에 전술핵이 배치된 상황에서 주한·주일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과 일본에도 전술핵이 배치될 가능성이 거론된다.전쟁부가 새로운 핵전략을 논의하는 것은 미·소 양강 구도에서 비교적 유효하던 ‘전략적 동등성’과 ‘상호 억제’의 메커니즘이 중국을 포함한 삼극 체제에서는 작동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교적 동등한 세 핵보유국이 공존하는 삼극 체제에서는 기존 양극 체제가 전제로 한 ‘전략적 안정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전략적 안정성이란 핵보유국들이 생존 가능한 제2격(보복) 능력을 갖춰 특정 국가가 선제공격을 감행할 유인을 낮추는 상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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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극 체제에서는 각국이 두 개의 적대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므로 전략 수립이 극도로 복잡해진다. 두 적대국의 합산 핵전력을 100%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상호 견제에 따른 안보 딜레마는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양측 모두에 대해 생존 가능한 제2격 능력을 확보해야 하는 압박은 기존 ‘상호확증파괴(MAD)’ 전략 유지를 어렵게 만든다. 이는 위기 시 선제(제1격) 공격의 유인을 높인다. 미·중·러 모두 상대방의 핵 선제 사용 가능성에 우려를 품게 되고, 안보 딜레마는 증폭된다. 예를 들어 미국은 중·러의 선제적·강압적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중·러는 미국의 핵전력 삼원체계(대륙간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 탑재 핵잠수함, 전략폭격기) 현대화가 자국의 제2격 능력을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중·러는 각기 다른 핵전력 구성과 운용 전략을 발전시키며 전략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러의 위협에 대비한 핵 태세 현대화와 동맹국에 대한 신뢰성 있는 확장 억제 제공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두 개의 전구에서 중·러의 핵 위협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고, 전시에 초기 핵 공격을 감수하더라도 효과적인 반격이 가능한 제2격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이 기존 전략핵 중심 억제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확장 억제의 신뢰성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미 전쟁부의 전술핵 역할 강화는 공격적 의도라기보다 삼극 체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보완하고 확장 억제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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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미국이 과연 동맹을 위해 본토가 핵 공격을 당할 위험을 감수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확장 억제는 신뢰를 잃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핵확산 방지 및 동맹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확고한 방위 공약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냉전 시절과 비슷한 전진 배치 전술핵 운용은 동맹국뿐만 아니라 북·중·러에 미국의 확고한 방위 의지를 각인시킬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과 핵 협의 및 핵 공유 체제를 나토 수준, 혹은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강화한다면 확장 억제 공약의 신뢰를 높이고 독자적 핵무장 유인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새로운 핵전략 논의는 ‘전략적 안정성’이 해체된 삼극 체제에서 동맹의 이탈을 막고 확장 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적 선택이다. 우리의 주도면밀한 대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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